두 번째 시집 춘천詩 미훈에 들다 펴낸 금시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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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파업
금시아
꽁꽁 저를 결박한 채
파업 중인 오리, 오리들
가마우지처럼
백로처럼
재재거리는 저 참새처럼
날아서는 한 번도
공지천을 떠나보지 못한 오리들
봄을 기다린다
물이 들떠 물비늘 일제히 파닥거릴 때까지
꽃가루 소란스러울 때까지
떼 지어 팔짱낀 채 꼼짝하지 않는
바람의 뼈들, 삐걱거린다
한때의 두근거림 책임지느라
군데군데 깨지고 칠이 벗겨진 행색이
언젠가 부지런히 밟았던 페달이 오리보다 느려
한 여름의 기우뚱한 조우로 끝나버린
아직도 알싸한 어린 연애 같은
꽝꽝 언 족쇄를 차고
생채기 덧난 연애처럼
적막한 공지천의 툰드라를 견디는
평사낙안(平沙落雁) 오리 떼,
- 금시아 시집 『금시아의 춘천 시 微醺에 들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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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날 호숫가에 정박한 눈 쌓인 오리배들,
삶의 한 컷을 보는 듯하다.
희노애락의 순환 속에 쉼없이 가야하는 인생이라는 길,
오리배들처럼 잠시 정박하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기계도 사람도 생노병사가 유사하다는 생각,
새들처럼 날아서는 한 번도 공지천을 떠나보지 못한 오리들의 모습이 우리네 인생을
닮았다. 한 시절의 두근거림과 알싸한 연애와 눈물겹도록 뜨겁던 청춘의 추억들, 그 힘으로
우리는 인생의 페달을 힘차게 밟아가는 것이다. 한 겨울 옹기종기 견디는 오리배들처럼
그렇게 고비마다 견디기도 하며...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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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시아 시인 /
2014년 <시와표현> 등단
시집 / 『툭,의 녹취록』
『금시아의 춘천 시 미훈(微醺)에 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