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집 춘천詩 미훈에 들다 펴낸 금시아 시인

▲     © 최한나 기자


 오리 파업

 

금시아 

 

 

꽁꽁 저를 결박한 채 

파업 중인 오리, 오리들

 

가마우지처럼

백로처럼

재재거리는 저 참새처럼

날아서는 한 번도

공지천을 떠나보지 못한 오리들

봄을 기다린다

물이 들떠 물비늘 일제히 파닥거릴 때까지

꽃가루 소란스러울 때까지

떼 지어 팔짱낀 채 꼼짝하지 않는

바람의 뼈들, 삐걱거린다

 

한때의 두근거림 책임지느라

군데군데 깨지고 칠이 벗겨진 행색이

언젠가 부지런히 밟았던 페달이 오리보다 느려

한 여름의 기우뚱한 조우로 끝나버린

아직도 알싸한 어린 연애 같은

꽝꽝 언 족쇄를 차고

생채기 덧난 연애처럼

적막한 공지천의 툰드라를 견디는

평사낙안(平沙落雁) 오리 떼,

                                 - 금시아 시집 『금시아의 춘천 시 微醺에 들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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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겨울날 호숫가에 정박한 눈 쌓인 오리배들,

 삶의 한 컷을 보는 듯하다.

희노애락의 순환 속에 쉼없이 가야하는 인생이라는 길,

오리배들처럼 잠시 정박하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기계도 사람도 생노병사가 유사하다는 생각,

새들처럼 날아서는 한 번도 공지천을 떠나보지 못한 오리들의 모습이 우리네 인생을

닮았다. 한 시절의 두근거림과 알싸한 연애와 눈물겹도록 뜨겁던 청춘의 추억들, 그 힘으로

우리는 인생의 페달을 힘차게 밟아가는 것이다. 한 겨울 옹기종기 견디는 오리배들처럼

그렇게 고비마다 견디기도 하며...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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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시아 시인 /

2014년 <시와표현> 등단

시집 / 『툭,의 녹취록』

『금시아의 춘천 시 미훈(微醺)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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