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박기연 기자]경기도 용인 일가족 살해사건의 현장검증이 15일 오후 주민들의 격한 반응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재가한 어머니와 이부(異父)동생, 계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성관(36)씨는 이날 현장검증을 위해 모친 가족이 살던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 들어섰다.

머리를 짧게 자른 김씨는 회색 패딩 점퍼에 카키색 바지, 검은색 운동화를 착용한 상태였다.지난 13일 신원공개가 결정됨에 따라 얼굴을 가릴 모자나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았다.

 

김씨의 모습을 보기 위해 2시간 전부터 기다린 주민들은 천륜을 저버린 김씨에 대해 거친 욕설과 함께 "고개 좀 들어봐라"라며 소리쳤지만, 김씨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담담하게 아파트 내부로 향했다.

 

이어 김씨가 범행 직전 엘리베이터를 타고 A씨의 집에 들어가 기다리다 귀가한 A씨를 상대로 범행하는 과정이 재연됐다.

 

김씨는 순서에 따라 범행 과정을 담담히 재연했고, 아파트 내부 상황을 재연할 때는 감정이 격해져 흐느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을 담담히 재연하던 김씨는 어머니와 이부동생을 살해한 순간을 재현하며 눈물을 보였다"라며 "수사관들이 격해진 김씨의 감정을 달래가며 계속 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현장 검증을 보러 온 한 주민은 "10년째 살면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런 끔찍한 일이 동네에서 생긴 게 믿기지 않는다"라며 "가까운 이웃이었는데 끔찍하게 떠나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숨진 B군의 친구인 이모(15·여) 양은 "(B군은) 평소 공부도 잘하고 착해 또래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좋은 친구였다"라며 "평소 형이 하자는 대로 잘 따르며 형을 좋아했었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끔찍하게 떠나고 나니 온 학교가 슬픔에 빠졌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21일 모친 A씨(당시 55세)와 이부(異父)동생 B(당시 14세)군, 계부 C(당시 57세)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당일 모친의 계좌에서 1억2천여만원을 빼낸 김씨는 범행 사흘 뒤 아내와 2세·7개월 된 두 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도피했지만 2년여 전 뉴질랜드에서 벌인 절도 사건 피의자로 현지 당국에 체포돼 구속됐다.

 

지난달 1일 뉴질랜드 법원에서 열린 절도 사건 재판에서 징역 2개월을 선고받은 그는 앞서 구속된 기간을 포함해 절도 사건에 대한 형량을 모두 복역하고 지난 11일 국내로 송환됐다.

 

김씨가 체포된 뒤 아내 정모(33)씨는 자녀들과 함께 지난해 11월 1일 자진 귀국했으며, 김씨의 공범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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