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협력업체측 처우개선 문제 서로 책임전가

[중앙뉴스=오은서 기자] 최근 강릉아산병원에 근무하는 간호보조원에 대한 불법파견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들은 파견직 전문업체인 유니에스 소속 도급직원으로 소수의 여성으로 노조를 구성해 병원 내 열악한 처우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고 어려운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한국노총의 문을 두드렸다.

▲ 지난 12일 강릉아산병원 신관 세미나실에서 노측과 사측이 모여 간호보조원 불법파견 등과 관련해 현안을 논의하는 1차 교섭이 이루어졌다. (사진=오은서 기자)

강릉아산병원 유니에스 노동조합은 “병원 내 노동환경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기는커녕 노사 간 소통조차 원활하지 않아 힘들었다”면서 “단지 파견직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병원과 업체 측이 보이는 부당한 처사에 견딜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강릉아산병원유니에스노동조합은 지난 1월 8일 한국노총에 불법파견 등의 현안을 한국노총에 위임을 했고 지난 12일 강릉아산병원 신관 세미나실에서 1차 교섭이 이루어졌다. 

이날 교섭에서는 노측인 문현군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이수진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김혜림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교육선전부장, 이은경 강릉아산병원유니에스노동조합 위원장, 황금순 부위원장, 이혜령 사무국장, 사측인 유니에스 본사 팀장과 사측 노무사가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십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 병원 측의 부당한 지시, 노사 소통의 결여가 노조를 결성한 계기”라고 전했다. 

▲   간호보조원들의 열악한 처우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강릉아산병원 전경. (사진=오은서 기자)  ©중앙뉴스

조합원인 간호보조원 박모 씨는 “간호보조원이지만 의학용어를 외워야했고 의학지식도 교육 받았다. 업무가 미숙하면 혼나기 일쑤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간호사와 똑같은 업무환경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 가장 큰 차별은 바로 정규직 간호사의 절반에 미치는‘월급’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간호보조원은 휴게시간 없이 일하고 점심시간조차 여유롭지 못했다. 간호인력 충원도 없었고 조기출근이나 연장근로를 해도 수당을 못 받았다. 병원 측은 간호보조원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병원수익을 위해 이 사실을 묵인해 왔다. 

노조가 설립된 이후 작년 9월, 병원 측에서는 노조 부위원장을 의료행위하는 부서에서 빼고 정규직 간호사를 투입한다며 갑작스럽게 인사이동을 시켰고 부위워장은 한동안 거처 없이 전전하기도 했다.  

그 일 이후로 병원 측은 정규직 간호사에게 “간호보조원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하지 말라”, “유니에스가 지시하게 해라”, “간호보조원이 하는 업무를 빼앗아 와라”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병원 측에서는 ‘간호보조원을 줄이고 간호사를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고, 의료행위는 간호사가 하고 간호보조원은 단순 업무를 맡는다는 경계를 두며 정규직 간호사와 비정규직 간호조무원 사이에 괴리감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병원에서 정규직 간호사가 투입되면 간호보조원이 설 자리는 진짜 없어질까. 병원 측에서 정규직 간호사 채용으로 의료행위에 충실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간호보조원 노조가 생긴 이후 도급직원에 대한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질까봐 핑계를 댄 것” 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작년 8월 노조설립 이후, 이 위원장은 유니에스를 상대로 30분 조기출근에 대해 계약서와 다른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체불임금을 신청했다.

노조가 생긴 후, 본사 유니에서 관리자가 내려와 “총대를 메고 한 배를 타자”, “직원들 설득을 시켜라”, “원점으로 돌려놔야…” 등의 회유·종용이 있었고 병원현장 관리실장의 업무도 차단시켰다”고 밝히며 “이 부분에 대해서 부당노동행위로 고용노동부에서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이 위원장은 밝혔다.

이와 관련, 유니에스 관계자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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