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예 후보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이유, 개발과 성장 논리 극복, 당선가능성이 낮아도 도전하는 이유, 성소수자와 여성인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비장했다. 신 후보는 서울시장이라는 큰 선거에 도전하면서 생계가 걱정될 정도로 어렵지만 모든 것을 극복해갈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 

 

신 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대통령 다들 인권 변호사 출신이지만 거대 정당에 소속되면서 그렇게 진보적 가치관의 측면에서 후퇴해가는 것 같다”며 여성·성소수자 인권 그리고 토건개발에 대한 반성적 가치를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서울시장에 나간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신 후보와 녹색당 서울시당은 16일 19시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 스퀘어에서 간담회를 열고 서울시장 후보로서 출사표를 던졌다.

 

▲ 신 후보는 녹색당의 가치관을 적극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신 후보는 “서울 지역구민으로서의 공간감각이 사라지고 있다”며 “서울이라는 공간의 주인의식을 가졌으면 한다”고 서울시장으로서 나름대로의 포부를 설명했다.

 

신 후보는 “전국민에게 녹색당의 비전을 알리는 것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온 목적”이라고 밝히며 크게 세 가지를 강조했다.

 

그것은 △개발과 성장논리 탈피 △성평등과 소수자 차별 반대 △인간적인 삶의 여유 등인데 신 후보는 “녹색당이 한국사회의 북극성”으로서 지방선거 과정을 통해 “우리만의 고민”을 열심히 전달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너무 ‘공사’를 많이 하는 서울

 

신 후보는 이명박 정권에 대해 “한국사회의 경제성장 제일주의가 낳은 괴물”이라고 규정한 뒤  “개발과 성장 논리를 넘어서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청계천과 사대강 등 거대 토건사업과 같은 흐름을 “크게 바꾸지 못 했다”며 “개발과 성장논리를 내세워 공동체와 생명·자연을 파괴한 것은 같다”고 주장했다. 

 

신 후보는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갔던 경험을 떠올리며 “거기는 에너지 효율이 없으면 건축 허가가 안 난다. 그 도시에는 플라스틱 자체가 없다. 도시 자체가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환경으로 설계됐다. 서울도 그렇게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 신 후보는 성평등을 서울시 정책에 담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예컨대 “선거철만 되면 고속도로를 깔고 공항을 짓는다고 난리”라며 “개발과 성장의 욕망에 기댄 근시안적 정치가 아니라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회복력을 위한 장기적 관점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방향성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라며 신 후보는 “인간의 필요 충족을 위해서는 지구 하나로 충분하지만 인간의 탐욕을 위해서는 지구 서너 개도 모자란다”고 녹색당의 기치를 쉽게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는 지금도 공사 중”이고 “모든 공사가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그 필요를 명확히 해야한다”며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부·동부간선도로 등 지하차도 사업을 비판했다. 더불어 ‘시민개발위원회’를 설치해 모든 개발사업을 심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국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1%도 안 되는 서울이지만 인구의 20%가 살고있는 현실이 이 모든 개발 과잉을 낳았을 것이고 그런만큼 신 후보는 “서울은 자제해야 한다”며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권과 자치를 위해 스스로 비울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TV토론 보고 화가 많이 났다”

 

녹색당은 무지개를 당의 상징으로 내세울 만큼 성소수자의 인권과 다양성을 강조해왔다. 신 후보는 “동성애를 반대해야 선거에서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근 색깔론처럼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식으로 자유한국당이 몰아붙이는 정치적 악용 사례를 비판했다. 

 

특히 신 후보는 “박 시장의 서울시가 차별에 관해서 뒷짐지고 있다”며 그 사례로 서울 인권헌장을 선포하지 않은 것과 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의 혐오 폭력 방관을 꼽았다. 

 

신 후보는 서울시장이 된다면 “낙태죄와 미혼모 관련 여성에 대한 상담과 지원을 하겠다”며  성평등 정책을 강화하고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패널로 참여한 장서연 변호사와 여성학자 권김현영씨는 한국 정치인들의 후진적인 성평등 의식을 꼬집었고 대담을 하는 과정 속에서 신 후보의 성평등 가치관이 확실히 드러날 수 있도록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 장서연 변호사와 여성학자 권김현영씨는 신 후보의 가치관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 애를 썼다. (사진=박효영 기자) 

 

두 사람은 박원순 시장이 인권운동을 하던 시절 분명히 성소수자에 대한 권리의식이 충분히 있었을 것이라고 공감했지만 서울시장이 되고 난 이후 현실 정치적인 이유로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가서 (서울시인권헌장 제정 논란으로) 소란을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권김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TV토론에서 한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실언에 대해 “정말 화가 많이 났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한국에서 그나마 나오지 않은 혐오발화를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 권김현영씨는 여성학자로서 젠더 이슈에 대해서 명쾌한 설명을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전에는 적어도 한기총 등 혐오단체들이 정치시스템에서는 그런 혐오적 주장을 잘 하지도 못 했고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는데 문 대통령의 그 발언 이후 보수 기독교인들이 자신감이 붙어서 더욱 나서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단순히 당시 선거캠프 차원이 아니라 기본적인 후보의 인권의식 문제”라고 주장했다. 

 

신 후보는 “어떠한 이유로든 차별받는 이들이 없도록 서울시의 조례와 인권헌장에 성소수자 차별금지를 명시하고 서울시청 내부의 인권의식부터 높여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신 후보는 “성소수자 정책은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설득 가능하고 전세계적으로 합의된 흐름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저상버스 보다 더 중요한 ‘삶의 여유’

 

신 후보는 저상버스를 늘리는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변하면서 “그 버스의 존재 자체보다 약자들을 바라보는 문화가 더 중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저상버스에 올라타는 장애인들을 보며 사람들이 “왜 이렇게 시간 끌어”하는 생각이 안 들도록 모든 일반 시민이 급하지 않고 여유있게 살 수 있는 삶과 문화를 위해 서울시를 디자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 후보는 “서울시민이란 의식은 있지만 마포구 망원동 주민으로서 아이덴티티는 없었다”며 “내가 사는 곳에서 일할 수는 없을까라는 상상을 가로막는 것은 서울이라는 큰 덩어리에서만 사고하는 습관”이라고 밝혔다. 

 

▲ 피피티를 띄어놓고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는 신 후보. (사진=박효영 기자) 

 

이어 구체적으로 “깨끗한 공기·안전한 먹거리와 생활환경·안정적 주거·안심할 수 있는 보육시설·장애인도 접근할 수 있는 대중교통·인권과 정의·동물과 공존하는 도시” 등 여러 규범과 구호들을 제시했다.

 

성장논리를 극복해 “소유하지 않고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 개발토건 사업과 전시성 사업에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사람에게 쓰자”는 게 신 후보의 기본 철학이다.  

 

이런 것들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만나면 뒷전으로 밀려왔다”며 신 후보는 “서울을 함께 사는 공존의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자”고 지지를 호소했다.

 

당선가능성이 없지만 

 

권김씨는 솔직하게 “신지예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없지만 미래의 희망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며 “우리 삶은 지속적이지만 선거가 너무 이기고 지고 승복의 원리로만 돌아간다”고 말했다.

 

신 후보의 출마는 “어떤 사회와 공동체를 상상할 수 있는가에 대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녹색당 당원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권김씨와 장 변호사 두 사람이 녹색당 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선거캠프로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회자가 직접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 이날 참석자들은 주로 녹색당원들이 많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런만큼 오랫동안 녹색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고민해왔던 두 사람의 소신처럼 소수정당의 생존전략으로서 무엇보다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신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가 되면 다른 경제활동을 못 하게 돼 생계가 걱정이지만 “서울시당 중앙위에서 공식 후보가 되면 기본소득 40만원을 보장해주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신 후보 자신이 출마해서 녹색당이 널리 홍보되면 “현재 3000명으로 서울시당 당원이 지역당 중에서 가장 많은데 선거 이후에 당원이 5000명으로 늘 것이라 본다”고 모험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2016년 총선에서 신 후보는 녹색당의 존재를 두고 ‘벌새’ 이야기를 꺼냈다. 신 후보는 “밀림에 큰불이 나서 동물들이 달아나는데 벌새 한 마리가 불을 끄려고 물을 머금고 오갔다”며 그 정도 물로 불을 끌 수 있겠냐는 코끼리의 물음에 벌새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신 후보는 “벌새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한국 사회를 바꿔나갈 때”라며 녹색당의 필요성을 어필했다. 

 

▲ 이날 행사는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새로운 질의응답 방식과 현장 질의가 이어졌다. (사진=박효영 기자)    

 

장 변호사는 신 후보가 “살아왔던대로 진정성있게 하면 서울시민들의 공감을 받을 거라 생각한다”며 지지를 복돋았다. 

 

녹색당에 대한 권력의지와 실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 신 후보는 “총선 때 티비토론에 나갔는데 마주보는 불교당 후보가 앞으로 50년을 더 도전할 수 있으니까 죽을 것처럼 노력하라”고 했다면서 그럼에도 녹색당은 이른 시일에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고자 함을 밝혔다.

 

신 후보는 ebs <까칠남녀>에서 은하선 칼럼니스트가 석연찮게 하차하게 된 데에 해당 담당자가 너무나 당당하게 하차 사유를 밝혀서 “어처구니 없었다”며 “당직자들과 ebs에 가서 드러눕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장 변호사도 “섹스토이를 파는 성소수자 여성으로서 가장 약한고리가 공격받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녹색당은 독일에서 1979년 최초 창당된 이후 환경과 생태주의를 강조하며 집권까지 했다.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전세계적으로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창당됐고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을 제외하고 17개 원외정당들 중에서 0.76%(18만2301표)를 득표해 3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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