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종민 시인 / 수필가     ©중앙뉴스

[중앙뉴스=박종민] 서민들의 대중적인 레저라고 한다면 가장먼저 떠오르는 게 등산과 낚시인데, 경기가 불황일수록 역설적으로 낚시인구가 늘어난다한다. 일거리가 줄어들어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일거리를 잃은 사람들이 먼저 찾아가게 되는 곳이 낚시점, 낚시터란다.

 

일리가 있는 말로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언뜻 생각하면 이해가 되질 않고 아리송할 뿐이다. 우선 정신적 육체적 여유가 있어야 하고 시간과 금전적인 경제문제가 동시에 해결돼야 하는 게 아니던가.

 

일거리가 없으니 시간은 넘쳐난다 하겠지만 돈이 있어야 움직이게 되고 움직인다면 돈이 들어가게 마련이니 취미이던 오락이던 맘대로 원활하게 활동 할 수 있으려면 금전이 우선 아니겠나, 생각된다. 

 

낚시질은 여유로운 시간과 낚시기구만 갖추면 4계절 내내 출조(出釣)가 가능하고 바다나 강, 하천 저수지등 언제 어디에 서던 낚실 즐길 수가 있단다. 그러나 낚시마니아들의 얘길 들어보면 낚시질에도 급수가 있고 제대로 된 낚시질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즐기는 낚시마니아가 되려면 경제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결국 돈이라는 얘기다.

 

 도로교통 통행이 용이하고 경관이 빼어난 바닷가의 갯바위낚시터는 낚시꾼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요즘 그런 장소, 명소가 많다. 고속도로를 위시하여 자동차전용도로가 전국적으로 팍팍 뚫려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생겨나는 두드러진 현상이다.

 

낚시를 모르는 내가 구경삼아 사람들이 특히나 많이 몰려드는 갯바위낚시터에 가봤다. 서울 신촌이나 홍대 앞거리와 이태원에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들썩거리는, 일명 불금(불타는 금요)이 있다면, 풍광 좋은 갯바위낚시터는 주말은 물론이요 평일에도 많은 낚시꾼이 몰려들면서 북새통을 이룬다.

 

승용차는 필수품이고 배낭에 이것저것 봇짐에 행색도 번지르르 하다. 불경기에도 저렇게 바글거리는 현상은 뭘까? 수도권을 비롯해 각지각처에서 몰려와 북적댄다. 주로 4~5십대의 젊은이들이다. 대부분 혼자이고 지인끼리 만난 몇몇이고 더러 남녀가 부부인 듯, 끼어서 낚시에 푹 빠져있다.

 

고기를 낚아 올리며 즐기는 이가 있는가 하면 고기를 낚기엔 관심이 없는 이들이 많이 있었다. 세월을 낚기 위한 진정한 강태공이었던가? 이들의 실상(實狀)은 삶에 지치고 생활에 찌든 영육(靈肉)을 칠렁대는 바다물결 푸른 파도위에 씻어내기 위한 피신(避身)이었다.    

 

 삶속 전쟁(戰爭)에서 잠시 떠나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쉬어간 장소가 엉망진창이다. 어디에서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 도망쳐오듯 찾아왔다가 겨우 몇 시간을 머물다 간 장소가 그 지경이다.

 

경관 좋은 바닷가 갯바위낚시터에 곤한 몸을 피해 몸과 마음을 달래고 위로하고 그들이 돌아간 현장, 검게 그을리고 오염되고 갯바위는 슬프고 암울하기만 했다. 스티로폼조각에 비닐봉지 일회용 컵 젓가락 등등의 쓰레기, 먹다버린 음식물찌꺼기, 깨지고 엉킨 맥주병과 소주병이 널 부러져있고 사람이 가진 가장 신성한 양심과 인정과 인심이 버려져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우리의 민낯이다. 내 자신이 창피하다.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다. 요즘 언론에 이런저런 말거리를 만들어내며 ‘코리아 패싱’이라는 낱말이 실리는 걸 본다.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 자조(自嘲)하며 희망을 잃은 것처럼 말하곤 한다.

 

민도가 아직도 낮기만 하다. 우리국민 개인 개인은 우수한데 협동심이 약하고 양보와 배려심이 없다. 선진국은 그냥 되는 게 아니다. 각성하고 각오하고 노력해야한다. 생각부터 달라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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