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지도부 연석회의에서 다들 ‘멘붕’, 반성하는 유승민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 성토와 함께 다시 결속력 다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박인숙 의원이 바른정당을 기습적으로 탈당하고 하루가 지났다. 

 

16일 점심시간 직후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입장문을 내고 탈당을 선언함과 동시에 한국당 복당 절차를 마쳐버린 박 의원에게, 잔류한 바른정당 동료들은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

 

17일 10시 중앙당사에서 열린 바른정당 연석회의는 그야말로 관심집중이었다. 현장에 가지 못 한 기자도 계속 바른정당 홈피를 새로고침 했다. 연석회의 회의록을 빨리 확인하고 싶어서. 

 

▲ 무거운 표정의 유승민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바른정당 제공) 

 

▲ 17일 오전 열린 바른정당 연석회의는 여러모로 관심이 집중됐다. (사진=바른정당 제공)   

 

현장에 있었던 최민창 바른미래 위원장(바른정당 청소년 지지포럼)은 의외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현장에 모인 원외위원장들은 “죽음의 계곡 가즈아”를 외치는 퍼포먼스까지 할 정도로 애써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는 전언이다.

 

▲ 오신환 원내대표가 팔을 들어 "힘든 죽음의 계곡 가즈아!"를 선창했고 원외위원장들이 "가즈아!"를 후창했다. (사진=바른정당 제공)    

 

회의에 모인 의원들은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경황이 없다는 반응과 함께 성토하는 분위기 그리고 결속력을 다지는 기세가 역력했다.  

 

물론 ‘철새와 변절’이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유승민 대표는 “아무도 몰랐는데 당 대표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 않았나”하고 자성했다. 유 대표는 개혁보수를 믿는 당원들과 국민에게 박 의원의 탈당 사태를 대신 사과했다. 동시에 “우리가 가야 할 길을 흔들림 없이 가겠다”고 다짐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도 잠을 못 잘 정도로 “충격적”이라면서 유 대표처럼 “우리가 가는 길이 무엇이 문제이고 스스로 뭘 잘못했는지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유승민 대표의 손을 잡고 함께 죽음의 계곡을 넘자”고 결의를 다졌다. 

 

권오을 최고위원은 “탈당과 변절”이란 표현을 써가며 “당원과 국민을 우롱한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줘야 한다”고 분기탱천했다. 

 

이혜훈 의원이 대표직을 사퇴하고 유 대표가 선출되는 전당대회 전까지 바른정당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정병국 의원도 바른정당은 “패거리·패권·철새·구태 정치와 전쟁 중”이라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 정병국 의원은 구태와 철새와 전쟁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바른정당 제공)    

 

어안이 벙벙했던 그날의 하태경 최고위원

 

국정농단 정국 이후로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되고 있는 개혁보수의 아이콘 하태경 최고위원은 “우리 당은 지금 비상이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신당이 되도록 모든 지혜를 모으자”고 말했다. 

 

▲ 하태경 최고위원도 이번 탈당으로 크게 상심했다. (사진=바른정당 제공)    

 

하 위원은 전날 14시반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정부가 (자신이 발의한) 환경미화원 안전법의 취지를 100% 반영한 작업안전 개선책을 환영한다”며 “무조건 반대만 하지 않고 잘 하는 것에는 적극 힘을 실어주겠다”고 밝혔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은 낡은 보수 즉 자유한국당의 구태라고 지속적으로 외쳐왔던 하 위원이었다. 

 

하 위원은 짧은 회견을 끝내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의원의 탈당 소식을 방금 이메일을 확인하고 알았다는 기자들의 소식을 전해듣고 “전혀 몰랐다”며 “오늘 아침까지 아무 낌새가 없었다”고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한 모습을 보였다. 

 

하 위원은 기자들에게 “(박 의원이) 전화 계속 안 받았나?”고 묻고는 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박 의원과 통화가 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빼왔나

 

반복되는 바른정당 탈당의 배경을 두고 지역구 민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은 중론이다. 이와 더불어 “쪽문이 아닌 대문을 활짝 열고 맞이하겠다”던 김성태 원내대표의 표현처럼 자유한국당의 적극적인 구애 공세도 작용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1당이 될 가능성이 많다”며 “남아있는 바른정당 아홉 분 중에서 거의 다 짐 쌀 준비를 했고 결국 유승민 홀로당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고 이를 듣던 김어준 사회자가 “한국당 입장에서 몇 명 더 올 수 있냐”고 김 원내대표에게 물었다.

 

김 원내대표는 “저희 당이 사람 빼오는 정당인가”라고 되물었고 김어준 사회자가 “많이 빼왔다”고 맞받아치자 “자발적인 입장으로 오는 분들 이렇게 저희들이 거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지난해 10월14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젋은 보수> 행사에 최민창 위원장(가운데)이 참석했다. (사진=최민창 위원장 제공)    

 

김 원내대표는 “(몇명이 더 넘어올지에 대해) 그것은 모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인숙 의원의 탈당 직후 기자와 만난 최민창 위원장은 “탈당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바로 한국당에서 연락이 왔다”며 “과거에는 한국당 측에서 바른미래 사람들을 다 데리고 오면 자리를 챙겨주겠다”고 거래를 제안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만약 한국당에 갔다면) 김용태 의원의 2기 혁신위원회에 혁신위원이 될 수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인숙 의원에 관하여 

 

박인숙 의원은 전날 급히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선택해준 주민과 당선을 위해 헌신해준 당원 동지들의 뜻을 받들어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하려 한다”고 탈당의 변을 밝혔다. 

 

또 “바른정당을 사랑해준 많은 국민과 당원들 그리고 청년 여러분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혼자 속앓이를 해가며 힘든 결정을 했다는 점을 암시했다.

 

유 대표는 그동안 13명의 1차 탈당(2017년 5월2일), 9명의 2차 탈당(2017년 11월8일), 김세연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3차 탈당(2018년 1월9일) 등 지속되는 탈당 러시에도 단순히 의원들을 원망하지 않고 “이해가 되지만 아쉽다”는 소감을 밝혀왔다. 

 

이번 박 의원의 탈당에도 그런 입장을 유지했지만 11일 이학재 의원이 “통합신당”을 위해 잔류를 선언하고 전화위복을 노리던 터라 유 대표의 심경이 특히나 괴로웠을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실제로 취재하며 엿보았던 박인숙 의원은 바른정당 주최의 정책간담회와 각종 세미나에서 다른 현역의원들이 바로 자리를 떠나던 모습과는 달리, 유독 고개를 숙이며 자료를 열심히 공부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 박인숙 의원은 그동안 가장 활발하게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을 뿐만 아니라 바른정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하는 정책간담회에서도 가장 열심히 임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초등 1·2학년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금지 정책의 문제점> 긴급 간담회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탈당을 선언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런 모습을 보여왔던 박 의원은 이학재 의원이 잔류 선언을 했던 그날 연석회의에서 “아침에 기쁜 뉴스를 들어서 다행”이라며 “오늘 이학재 의원의 선언이 조류의 방향이 썰물에서 밀물로 바뀌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발언했다. 

 

“그런 거 안 믿지만 이제부터 믿기로 했다. 만들어서 믿겠다. 중요한 전환점이니 잘 될 것 같다”고 했던 박 의원의 말은 결국 5일 만에 허언으로 탄로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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