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공격 때 우리 군이 대응 사격한 K-9 자주포 80발 가운데 탄착점이 확인된 것이 45발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확인된 탄착점도 상당수가 북한의 군사시설이 아닌 곳에 떨어져 북한군 진지와 방사포를 타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도 사태 직후에 이명박 대통령과 김태영 국방장관은 북한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2일 원세훈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와 언론에 보여준 위성사진에는 전혀 그런 흔적이 없었다.

북한 개머리 지역에 쏜 포탄 30발 중 14발은 논과 밭에 떨어졌으며, 나머지는 사진에 나타나지 않았다. 국정원은 군사위성을 통해 개머리 지역으로 날아간 6발의 포탄을 추가로 확인했으나, 이 6발도 부대 진지 안은 아니었다고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전했다.

무도 지역에 쏜 포탄 50발도 3발만 명확히 북한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범위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80발 중에서 30발은 개머리지역, 15발은 무도지역에 떨어지고 나머지 35발은 바다에 떨어졌다”라며, “ K-9 자주포로 5분 안에 대응사격하고 세계 최고 성능의 초정밀 자주포가 사격하면 북한 진지는 쑥대밭이 된다고 보고했었다”고 배신감을 토로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인공위성에 나타난 북한 방사포 진지 사진을 보면 (우리 측이) 어떻게 지혜가 좋은지 여기(북한)에는 하나도 안 떨어지게 했더라”면서 “이게 대한민국 군인이다”라고 비꼬았다. 또 “수집된 정보도 제대로 분석할 줄 모르는 국정원과 군수뇌부들”이라고 질타하면서 “국가안보에 실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정보당국과 군 당국이 북한의 공격 계획을 감청하고도 무대응 했고, 정보 시스템도 먹통이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며 “한마디로 정부 여당은 대북강경 말 폭탄만 쏟아냈지, 아무런 대비와 준비도 하지 않았음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이날 열린 긴급 안보좌담회에서 “이승만 정부가 아침을 서울에서 먹고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압록강에서 먹을 수 있다고 큰소리쳤지만 막상 6.25 전쟁이 터지자 일사천리로 밀렸다”라며 “북한의 공격이나 무력도발이 있을 경우 실천적 전략이 제대로 확보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정부의 안보태세에 강한 회의를 표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인 권영세 정보위원장은 “대부분 북한 군부대 영내에 떨어졌고, 몇 발은 막사 50m 반경 이내에 떨어져 상당히 정확하게 쏜 것”며 “정밀유도무기도 아닌 곡사화기로 10여㎞ 떨어진 표적을 명중 못했다고 무조건 비난해선 안 된다”고 옹호했다.

연평도 도발이 과거 정부의 햇볕정책이라고 주장하던 한나라당은 8월에 북의 공격계획을 이미 파악하고도 대응을 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대신 K-9 자주포가 목표물을 한발도 맞추지 못한 데 대해서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우리 군사력은 북을 압도한다. 무기수준도 훨씬 뛰어나다.’고 믿고 있던 우리 국민의 불안감은 아주 심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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