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사찰당했다.”
 
▲ 이석현 의원이 7일 손학규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전병헌 정책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등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치인 사찰과 관련 이야기 하고 있다     ©[국회= e중앙뉴스 지완구 기자]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과 관련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사찰의 대상이 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6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2008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소속 이 모 행정관이 박 전 대표를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민주당은 7일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권 차원의 사찰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 "박영준 비서관 밑에 있던 이창화 행정관의 2008년 수첩에 따르면 박 전 대표도 사찰했다더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동향을 기록한 이창화 전 청와대 행정관의 수첩사본을 공개하면서 "C&그룹의 임모 회장의 누나가 운영하는 강남의 'D'일식집에서 식사한 게 사찰의 과녁이 됐다"며 "전남 영광 출신의 이성헌 의원이 (박 전 대표를) 그 집에 왜 모시고 갔는지, 임 회장과 회동을 했는지 등을 알아내려고 여주인과 종업원을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사찰 의혹은 이번만이 아니다. 친박 핵심인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월 23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한나라당의 계파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박 전 대표 역시 정부기관 차원의 뒷조사를 당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당시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박 전 대표가 어느 중진 스님을 만나 식사를 한 며칠 뒤 정부기관에서 스님에게 꼬치꼬치 캐물었다"며 "박 전 대표가 스님을 만난 사실에 대해 정부기관에 이야기한 적도 없고 어떻게 정부기관에서 박 전 대표가 스님들하고 이야기한 것을 알았는지 이게 말이 되느냐"고 밝혔다.  

박 전 대표가 여야 정치권에서 갖는 영향력을 감안해볼 때 민주당의 이번 폭로는 향후 정국에 메가톤급 파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친박근혜계의 수장인 박 전 대표마저 정권 차원의 사찰대상이었다는 의혹이 만약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한나라당의 '친이 vs 친박'간의 고질적인 계파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한나라당의 계파갈등은 지난 대선 경선과정과 18대 총선공천, 세종시 수정안 정국을 거치며 분당 가능성마저 언급될 정도로 심각했지만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 이후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오히려 훈풍이 불었다.

앞으로 민주당은 이와 관련,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과 청와대의 대포폰 사용 의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무력도발 이전에 불법사찰 문제와 관련, 미국의 워터케이트 사건과의 유사성을 경고하며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을 요구하는 장외투쟁에 나선 바 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과 관련, 검찰의 재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한편, 민주당의 ‘박근혜 사찰’ 주장에 대해 친박계 반응은 “지금까지 제기됐던 의혹들”이라고 비교적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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