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기국회 마감일(9일)을 하루 앞두고 여야 간의 극심한 대치 속에 내년 예산안을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면서 결국 ‘폭력 사태’를 연출했다.

이날 오후까지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박희태 국회의장 중재로 돌파구를 찾기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치 중인 8일 한나라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민주당의 봉쇄를 뚫고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고 있다.    ©[국회= e중앙뉴스  지완구 기자]
그러나 당초 일부 조정가능하다며 유연한 입장을 보이던 한나라당이 처리 시점이 다가오자 이날 저녁 7시께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 절차에 들어갔고, 야당 의원들과 소속 당직자들은 “여당이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한 여당을 비난하며 국회 본청 중앙홀을 점거했다.

한나라당은 “야당은 미래 한국의 핵심 경쟁력이 될 4대강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돼 내년에 성과가 현실화되는 것을 두려워한다.”라고 강조하며 “야당이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의 4대강 업적’에 눌려 2012년 총선·대선에서 패배할 것을 두려워한다.”라고 비난했다.

이에 야당은 “4대강 사업에 쏟아 붓는 대규모 자금을 복지와 국방 쪽으로 돌려야 한다.”라며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의 길 닦기”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회의 의무와 권리가 사라지고 민주주의가 땅에 묻히고 말았다.”라고 비난하며 “대한민국의 국토는 대통령의 장난감이 아니다. 예산은 대통령의 쌈짓돈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는 “오직 참담할 뿐이다. 이명박 독재의 어두운 그림자가 대한민국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 유신군사독재 시절에도 이렇지는 않았다.”라며 “국회를 이렇게 유린하고 짓밟는 이 정부가 온전하리라고 생각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큰 잘못이다.”라고 경고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국회를 지켜라. 그리고 만약 장외투쟁이 필요하다고 하면 필요시 짧게 하고 국회를 지켜라. 예산은 한 푼을 삭감해도 국민의 이익이다.”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씀을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사상초유의 일괄 날치기를 감행하는 폭거를 저질렀다.”라며 “이성을 잃고 혈안이 되어 예결위 날치기, 본회의 날치기를 차례대로 감행한 한나라당의 오늘 모습은 MB쿠데타 전위부대에 불과했다.”라고 격노했다.

또 “야당 대표를 질질 끌고 다니며 실신시키고 야당 의원을 뒷골목 폭력배처럼 가격하고 심지어 야당 여성당직자를 폭행한 한나라당의 모습”에 국민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환멸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권영길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내년도 예산안 등 날치기 처리’를 규탄하며 “이명박 정부와 정면 승부 할 것이다. 절망 속에서 희망 만들 수 있다. 기어코 저희는 희망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심재옥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새해 예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 날치기 통과된 36개 법안 중에는 ‘친수구역특별법, 아랍에미리트 파병동의안, 서울대학교 설립. 운영 법률안’ 등 쟁점법안도 포함되어 있다.”라며 “사회적 논란이 큰 법과 사안들이 국회에서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날치기 처리”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를 파헤치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고, 우리 군인과 원전을 비즈니스하듯 맞바꾸고, 국립대학을 사유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악법들이 모조리 날치기 속에서 통과됐다.”라며 “국토와 군인과 교육까지 팔아먹은 오늘 국회는 ‘최악 중 최악’의 날치기 국회”라고 한나라당의 책임을 추궁했다.

한편,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다른 당 국회의원의 기본적인 의정활동까지 방해하고 자신들만의 잣대로 국회를 운영하려는 오만에 찬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며 민주당 지도부에 엄중항의를 표했다.

또 한나라당에 대해 “단독 강행처리한 행태”를 비난하며 “예산안뿐만 아니라 주요 법안까지 심도 있는 토론을 거치지 않고 모두 통째로 통과시켜버리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두고두고 많은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날 여야 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던 중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실신해 들것에 실려 나갔고,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오른쪽 얼굴을 주먹으로 강타해 입술이 찢어지고 피가 흘러 윗옷에 자국이 선명할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

또한, 민주당 김유정 의원 비서관 박형민 씨가 누군가로부터 얼굴을 맞아 피투성이가 된 사진이 인터넷에 빠르게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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