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8일 "새해 예산안이 정기국회 회기 내에 통과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순방을 떠나기에 앞서 참모들에게 "새해 예산안을 바탕으로 내주부터 각 부처의 신년 업무 계획을 차질 없이 확정할 수 있게 됐으며, 최선을 다해 예산 집행 계획을 짤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 8일 직권상정으로 예산통과시키는 정의화 부의장     © [국회=e중앙뉴스 지완구 기자]
여야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2011년 예산안이 통과된 것과 관련,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여당은 회기 내 처리를 환영한 반면 야당은 '날치기 통과'라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한나라당은 예산안을 단독 통과시킨 이유를 설명하는 한편, 민주당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2일은 지났지만 정기국회 회기 내에 통과돼서 다행"이라며 "민주당의 고질적인 예산안 발목잡기 지연전술과 폭력으로 정상적인 국회운영이 어려웠던 점은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배 대변인은 "말로만 심사를 외치면서 예산안을 지연시킨 민주당의 이중적 행태는 두고두고 비난 받을 것"이라며 "폭력으로 의회질서를 파괴하는 민주당 식 구태정치를 종식시키고 국회가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비난했다.

원내지도부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날 예산안 통과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 이유와 관련 "오랜 기간 되풀이 됐던 악행을 넘어 예산안을 법이 정한 정기국회 기간 안에 처리해야 한다는 한나라당 의원과 국민 다수의 뜻을 모아 회기 내 처리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이것을 정의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국민을 위해, 우리 사회를 위해 정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도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회기 이후에 처리하는 잘못된 관행을 고쳤다는 게 가장 큰 의미가 있다"며 "이날 직권상정한 법안은 민생법안이며 국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울분에 가까운 분노를 드러냈다. 한나라당과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차 영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독재자 이명박의 탄생을 알린 일"이라며 "이명박은 북한과 다를 바 없다"고 맹비난했다.

차 대변인은 "오늘 일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깃발 하강식이었다"며 "박희태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충성스러운 강아지에 불과했다"고 날을 세웠다.

당 지도부도 본회의 직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과 함께 '한나라당 예산안 날치기처리 관련 규탄대회'를 열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손학규 대표는 "날치기 통과된 예산안은 원천무효"라며 "국민 앞에 면목이 없지만 이명박 정부의 압정과 실정을 반드시 끝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민, 당직자, 국회의원들 앞에서 모든 게 잘못돼서 참으로 죄송하다"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어떤 경우에도 국회를 지키라'고 했다"고 말을 이었다.

박 원내대표는 "예산안 심사에 민주당은 누구보다 열심히 임해 왔다"며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한나라당이 의견을 바꿨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매년 12월에 날치기 통과만 시킬거냐"고 각을 세웠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오늘 일은 야4당이 연대해서 정권을 바꿀 계기"라며 "한나라당을 극복하고 압도할 평화세력으로서의 정체성과 신념이 확실한지, 한나라당을 압도할 민주세력으로서의 자부심으로 무장했는지 점검하자"고 제시했다.

민주노동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4대강 예산안 날치기 폭거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자행한 전대미문의 의회 유린 사태"라며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일으킨 사상초유의 의회쿠데타를 국민들은 오래 기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감정이 아니라 길고 깊은 이성의 분노를 가져가겠다"며 "긴 이성의 분노로 반드시 이명박 정부 심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이 8일 단독처리한 새해 예산의 규모는 총 309조 567억원이다.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예산안 309조 5518억원에서 2조 5718억원을 감액하고, 2조 767억원을 증액해 총 4951억원이 순감된 규모다. 새해 예산의 가장 핵심 쟁점으로 꼽혔던 4대강 사업 관련 예산은 총 2700억원이 삭감됐다.

국토해양부의 '국가하천정비' 예산 2000억원을 비롯해 농식품부 영산강유역 하구둑 구조개선 예산 200억원, 농업용 저수지 둑높임사업 예산 250억원 등 450억원, 환경부 소관 하수처리장확충·공단폐수처리시설 등 총인처리시설 예산 250억원이 감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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