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지방선거가 끝난 후 가장 바쁘게 움직인 사람들이 검찰이다. 선거사범에 대해서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로 시효가 정해져 있어 지난 12월2일까지 수사를 마무리 해야만 되었다. 선거사범은 상대후보가 고발한 것도 있지만 경찰이나 검찰에서 인지한 경우도 많다. 제보를 받고 은밀하게 수사를 해야 되지만 시간에 쫓기다보면 자칫 부실수사가 될 수도 있다. 죄가 없는 사람이 일시적으로 혐의를 받을 수도 있고, 부정을 저지른 사람이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수도 생긴다.

모든 수사는 완벽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강제적으로 자백을 받을 수도 없는 일이고 오직 확실한 증거를 수집하여 피의자로 하여금 꼼짝 못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다른 범죄도 마찬가지지만 선거사범은 특히 지능적이고 그 수법이 교묘하다. 이현령비현령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렇게 붙이면 죄가 되고, 저렇게 변명하면 빠져나가기도 할 수 있는 것이 선거사범이다. 공직선거법에 의해서 수많은 규제가 정해져 있지만 애매한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최종적인 결정을 하는 검찰의 고민은 크다. 지방선거는 전국 동시에 치러지기 때문에 규모가 크다. 각급선거에서 5천여 명을 선출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식구도 많다. 이들 중에서 총 4,598명이 입건되었다. 그 중에서 구속된 당선자만 11명이다. 당선자 중에서 195명은 불구속 기소로 재판을 받는다. 모두 2,927명이 기소되었는데 구속된 사람만 177명이나 된다. 불기소로 처리된 사람은 1,671명이다.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죄를 짓게 되는 수가 있다. 선거사범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한 사람의 당선자를 내야하는 1위 게임이다. 2등은 한 표를 졌어도 낙동강 오리알이다. 무조건 1등을 해야 하는 싸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치열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선거운동 기간이 짧기 때문에 승리만을 갈구하는 입장에서는 후보자나 운동원이나 절박한 심정에 이를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이기기 위한 강력한 유혹이 부정행위다. 아무도 보는 사람도 없고, 눈치 채는 이도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일을 몰래 저지르고 싶은 유혹에 자신도 모르게 사로 잡히는 것이다. 이 행위를 하면 선거법에 위반할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슬그머니 손을 대는 것이 선거사범의 특색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선거사범도 있게 마련이다.

통상적인 관례나 의례는 늘 해오던 일이니까 당연히 괜찮을 것으로 해석하고 손을 댔다가 낭패를 보는 수가 생긴다. 이번에 기소된 사람들이 모두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닐지 몰라도 억울함을 토로하는 피의자도 상당수일 것으로 생각된다. 기소의 유형을 살피면 금품관련 사범이 4년 전 지방선거 때보다 대폭 줄어들었다. 반면에 흑색선전 사범은 그 비율이 급증했다. 불법적인 선전사범도 증가했다.

불법적인 선전사범이란 선거법에 규정되어 있는 이외의 방법으로 인터넷 글을 게시하거나 유인물을 배포한 경우다. 검찰에서 파악하기로는 전체적인 선거사범 발생건수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선거 두 달 전에 터진 천안함 사건을 든다. 안보문제가 부각되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또 선거법이 개정되어 선거운동 규제가 완화된 점도 한 몫을 했다. 과거에는 위반이었던 사항도 규제가 완화되면서 풀어졌기 때문에 불기소 처분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선관위가 적발하여 고발한 건수가 43.8%나 급감한 효과가 난 것이다. 선거사범 기소율이 63.7%로 제4회 선거 때의 70.8%보다 7%나 낮아졌다. 불기소율은 높아지고 기소율이 낮아진 것은 선거가 끝난 후 후보자간에 고소·고발의 남발에 큰 원인이 있다. 낙선자 측에서 감정적으로 무차별 고발을 한 데 연유한다. 그것은 6.2선거 이후 51.9%의 선거사범이 발생했고 공소시효 마지막 날에도 2건의 고발장이 접수된 것을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미 재판이 진행되어 당선자 37명 (단체장 11명, 의원26명)은 당선무효형이 선고되었으며 그 중 2명은 확정되어 물러났다. 단체장들은 거개 금품선거사범(51.1%)이며 다음으로는 흑색선전사범(20.0%)이 다수다. 검찰에서는 “선거사범 수사의 공정성 확보 및 공소유지에 전념을 다 할 것”이라며 선거부정에 대한 강력한 근절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검찰에서는 선거사범 양형기준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

이번 지방선거 사범처리에도 이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여 행여 공정성 확보가 흩으러졌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한다고 한다. 자칫 공소유지가 안 되거나 불법에 상응한 형이 선고되지 않을 경우를 예상하고 수사검사가 직접 공판에 관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부정을 저질렀다가 하와이로 쫓겨난 이승만정권은 4.19혁명이 징치했지만 이제는 모든 부정선거행위를 검찰에서 척결한다. 깨끗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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