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 된 우리금융 민영화..대안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17일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중단하고 새로운 매각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자위가 지난 7월30일
발표한 민영화 방안이 5개월여 만에 무산된 것이다.

우리금융이 출범한 2001년 4월부터 민영화는 정부의 과제였으나 결국 10여년 묵은
숙제를 이번에도 해결하지 못해 또다시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유효경쟁 충족 못 해 민영화 중단 공자위가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의 중단을 결정한 것은 현재 시장 상황이
입찰의조건인 유효경쟁을 성립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근거해 있다.

유효경쟁이란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의 절반인 28.5%를 사겠다는
투자자가 2명 이상 나타나야한다는 조건이다.

민상기 공자위 공동위원장은 "잠재 입찰 참가자들을 점검한 결과 현재 시장 여건상 유효경쟁을 통한 지배지분의 매각과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강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던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지난 13일 입찰 참여를 포기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우리금융 컨소시엄을 제외하더라도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한 8곳의 투자자들이 남아있지만 정부가 생각하는 기준인 지분 28.5% 이상을 살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 8곳은 경영권 인수보다는
재무적 투자에 관심이 있고, 그나마도 우리금융 컨소시엄에 참여해 일정 지분을 확보하려는 의사가 강하다는 판단이다.

우리금융 컨소시엄을 제외하면 법적으로 금융지주사 인수 요건이 엄격하게 제한된 사모펀드(PEF) 위주의 투자자라는 점도 정부에 부담이 됐다.

공자위 매각소위 위원장인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현재 국내 2곳, 해외 2곳 등 4곳의 PEF가 있는데 PEF는 법적
제약이 많고, 특정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할 자금을 모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우리금융 인수에 눈독을 들였던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로 돌아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우리금융 컨소시엄과 하나금융을 양대 축으로 한 인수전을 염두에 뒀지만 하나금융이 전격적으로 외환은행 인수를 선언하면서 입찰의 요건인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그동안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예비입찰과 본입찰 등 예정된 일정을 추진하더라도 민영화 성사 가능성이 작아 괜히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새로운
전략을 짜는 것이 민영화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새판은 어떻게..블록세일.M&A 혼합형 전략 거론 정부는 새로운 민영화 방안을 짤 때 지난 7월 발표했던 조건을 상당히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시 내놓은 조건을 충족하는 투자자들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유연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블록세일(소수 지분 매각), 새로운 형태의 M&A 방식,
수의계약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입찰 참여를 포기했던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다시 인수전에 뛰어들고, 일찌감치 우리금융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KB금융지주가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고, 결과적으로 민영화 추진
동력이 상당 부분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7월에 마련한 민영화 방안이 현행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투자자를 최대한 많이 끌어모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어서 정부가 새롭게 내놓을 카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블록세일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수의계약 역시 법적 제약이 심한데다 자칫하면 특혜 논란을 불러올 수 있어 쉽사리 선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날 공자위는 향후 대략적인 일정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공자위 관계자는 "추가로 블록세일을 실시해 우리금융의 몸을 좀 더 가볍게 한 다음에 종래보다 완화된 M&A 조건을 제시하는 혼합형 전략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며"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민영화 추진 작업도 함께 중단됨에따라 지역 경제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우리금융과 분리 매각하는 것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부합하는지를 평가할 수단이 없어 이들 지방은행 민영화도 중단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의 자치단체와 상공인, 다른 지방은행 등이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매각 중단으로 정부는 정치적 부담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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