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하는 통일부'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은 8일 남북 당국간 회담의 개최를 공식 제안하는 동시에 적십자회담과 금강산관광재개 회담, 개성공업지구 회담을 1월말이나 2월상순 개성에서 열 것을 제의하고 나섰다.

▲ 조선중앙통신     [e중앙뉴스=지완구 기자]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조평통은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1.5)으로 천명한 중대제안을 적극 실현하여 하루빨리 조성된 난국을 타개하고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번영의 길을 열어나가기 위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며 3개항을 발표했다.

조평통은 "북남 당국사이의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개최할 것을 공식 제의한다"면서 "당국 회담의 급과 장소, 시일은 쌍방이 합의하여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단된 적십자회담과 금강산관광재개회담, 개성공업지구회담을 빠른 시일안에 재개한다"면서 "회담대표단은 종전대로 하든지 새로 구성할 수도 있으며 장소는 개성으로 하고 날짜는 1월말 또는 2월 상순으로 할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조평통은 또 "대화의 문을 열고 북남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선의의 조치로서 폐쇄된 판문점 북남적십자통로를 다시 열며 개성공업지구의 북남경제협력협의사무소 동결을 해제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우리측 판문점 적십자연락대표들이 곧 자기 사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며 개성공업지구 북남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도 우리측 관계자들을 파견하여 상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조평통은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며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면서 "우리의 대화제안에는 아무런 조건부도 없으며 그 진의를 의심할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조평통의 이같은 발표는 북한이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남북대결 해소'를 촉구한지 나흘만인 지난 5일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 형식으로 남북 당국간의 무조건적 회담 개최를 제의한 데 따른 구체적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조평통은 담화에서 "남조선에 현 정권이 들어선 이래 한번도 북남 사이에 대화다운 대화를 해보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개탄할 일"이라면서 "우리는 현 남조선 당국이 임기 5년을 북남대화없이 헛되이 흘려보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대화 제안에 대해 `진정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을 의식해 "만나보지도 않고 `진정성'을 운운하며 여러가지 조건부를 앞세우는 것 자체가 진정성있는 태도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남조선 당국은 쓸데없는 의구심을 깨끗이 버리며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우리의 대화 제의와 선의의 조치에 적극 화답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통일부는 8일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당국 사이의 무조건적 회담'을 재차 제의한 데 대해 "연이은 대화공세의 의도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북측이 우리 정부와 군 등 당국 앞으로 별도의 전통문을 보내온 게 있는지 확인 중"이라며 "이런 것이 없이 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면 이를 공식적인 대화제의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의 회담 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해보겠다"면서도 "회담 제의의 내용과 형식이 지난 5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ㆍ정당ㆍ단체 연합성명'과 대동소이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북측의 잇따른 대화제의에 긴박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통일부 주요 간부들은 이날 토요일임에도 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한 북측의 당국간 회담제의 이후 속속 청사로 복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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