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일 천안함·연평도 사태 등을 논의할 남북 군사고위급회담을 열자고 남쪽에 제의했다.

북쪽은 특히 회담 의제와 관련해 "천안호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조선반도(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해소할 데 대하여"라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 및 추가 도발 방지에 대한 확약을 의제로 하는 남북고위급회담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춘(金永春, 1936년~ )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정치인 또는 군인으로 국방위원회위원, 조선인민군총참모장. 강원도출신이다. 2월에는 북한 보안기구인 인민무력부장으로 취임했다. [신대한 뉴스]
이에 정부는 북한이 제의한 고위급 군사회담을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은 일단 북측 제의가 형식을 갖추고 구체적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이날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명의로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하는 통지문을 김관진 국방부 장관 앞으로 보낸 것은 당국간 회담이라는 형식을 갖췄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일차적 판단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일단 형식은 북한이 나름대로 공식적인 제안을 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통일부 대변인 논평 등을 통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및 추가 도발 방지 확약과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을 위한 남북 당국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특히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최근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고 그 답을 매우 구체적으로 북한이 해야할 때"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이 회담 의제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언급한 것은 현 장관의 이런 언급에 대한 호응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이날 제안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평가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정부가 요구하던 의제를 북한이 나름 구체적으로 명시한 만큼 고위급 군사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을 제의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향후 개최될 남북간 예비회담에서 북한의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남북고위급 군사회담이 실제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고위급 군사회담에 나가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며 "앞으로 예비회담에서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 합의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북한이 이날 언급하지 않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을 위해서도 별도의 고위급 당국간 회담을 추후 북측에 공식적으로 제의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강조했던 북한의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위급 군사회담을 수용한 것을 두고 남북대화를 강조한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감안해 기존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천안함ㆍ연평도 시건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와 추가 도발 방지 확약, 비핵화의 진정성 확인이 핵심 현안이고 이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이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회담에 나가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보도자료를 내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 및 추가 도발 방지에 대한 확약을 의제로 하는 남북고위급회담에 나갈 것"이라며 "이런 방향으로 (회담 장소, 시기, 의제 등을 논의할) 예비회담 등 구체적인 사항들을 추후 북쪽에 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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