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사변을 겪은 민족상잔의 역사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전쟁이라고 하면 치를 떤다. 온 국토가 뒤집혀지고 처절한 살육으로 점철된 6.25전쟁은 급기야 유엔의 개입을 불러왔지만 3년이나 계속되면서 남북 모두 철저한 패배자가 되어야 했다. 스탈린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집단이 저지른 이 전쟁은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이었다. 지금까지도 그 상채기는 곳곳에 남아 있다.

중공군의 참전으로 압록강까지 북진했던 국군과 유엔군은 혹한을 뚫고 흥남철수작전으로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야 했고 서울까지 두 번째로 공산군에게 함락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38선 언저리에서 피아의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전대미문의 사상자를 낸 것이 6.25사변의 결산표다. 3년간의 전쟁 끝에 정전협정을 맺어 지금까지 60년 가까이 명목상의 평화를 유지하고 있지만 남북은 체제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냉전의 와중에서도 무장간첩 등에 의한 처절한 비극이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다. 겉으로는 평화통일을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북진통일, 적화통일을 구두선처럼 외우는 것이 남북 당국이었다. 어쩌다가 비밀협상을 통하여 남북간 당국자의 합의서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이는 국민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당국자끼리의 체제유지를 위한 휴지조각 문서에 불과했다. 김영삼정권이 들어서면서 김일성과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으나 그나마 김일성의 사망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 뒤 대통령이 된 김대중은 엄청난 면담대가를 지불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으며 이를 계기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하는 영광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뒤를 이은 노무현 역시 임기 말에 김정일과 만났으나 김빠진 맥주격으로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는 것이 중평이다. 두 차례의 정상회담은 일방적으로 북쪽에 끌려 다녔다는 평가를 받았을 뿐이다. 더구나 돈을 주며 애걸하다 시피 한 정상회담에서 민족문제에 대한 확실한 매듭을 기대한 것은 그들의 능력을 과대평가한 것이다.

김정일은 오직 남쪽에서 넘겨주는 현금에만 눈독을 들였고 김대중과 노무현은 평화를 구축하는 큰 걸음을 떼었다고 자부하는 모양새만 갖추려고 했으니 진정성에서는 양쪽 모두 도나 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로 인하여 한국사회는 좌파, 우파, 진보, 보수로 지리멸렬하고 말았다. 적 앞에서 국론은 통일되어야 힘이 생긴다. 애국심이라는 지고지순의 국민목표가 제 자리를 잃고 우왕좌왕하는 몰골을 보인지 오래다. 국민들은 섣부른 평화공세에 맥없이 무너져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해도 “통일이 되면 우리 것인데---”하는 어처구니없는 환상을 드러냈다.

김대중이 “북한은 절대로 핵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한 것이나 노무현이 “반미 좀 하면 어때?”하는 식으로 최고 통치자의 의도가 북한의 입맛에 딱 부응하기 때문에 빚어진 국론분열이 그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우리는 천안함 폭침이라는 청천벽력을 맞는다. 잔잔했던 서해상에서 두 차례의 연평해전을 경험했으면 우리 군의 자세 또한 완강해야 했다. 그러나 한번 이기고, 한번 진 연평해전은 반면교사 역할을 하지 못했다. 캄캄한 밤중에 어뢰를 맞은 천안함은 46명의 산화자를 내고 가라앉았다.

공격자를 제 때에 포착하지 못하고 허공에 총질을 한 다음 ‘새떼’였다고 발표하는 무능을 보였으니 해군의 체면은 깎일 대로 깎였다. 이 사건을 잊기도 전에 연평도에 포탄이 쏟아졌다. 연평도는 쑥밭이 되고 해병과 민간인이 죽음을 당했다. 천안함은 증거가 확실한데도 아니라고 떼를 썼지만, 연평도 포격은 개선장군인양 평양방송을 통하여 오히려 큰 소리를 쳤다. 우리 군은 당하고만 있었지 효과적인 반격도 가하지 못했다. 즉각적인 정당방위로 적을 잠재웠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며 국방장관을 가라치웠다.

새로 온 김관진은 정통 전투지휘관답게 유사시 행동지침을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는 확고한 희망을 보여줬다. 비록 북한과의 대결이 아니었지만 소말리아 해적들을 일망타진하는데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작전을 성공시킨 것이다. 그는 국군통수권자인 이명박대통령의 명령을 받자마자 3일 동안 양동작전으로 해적들을 교란시킨 후 전격적으로 그들을 궤멸했다. 해군 UDT의 명성이 빛나는 작전이었다. 양동작전을 수행하던 안소령 등 세 사람이 부상당하고 삼호주얼리호의 선장도 다쳤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다.

이번 작전의 성공은 우리 국민의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희망이 되었다. 천안함과 연평도에서 당했던 해군의 불명예를 한 순간에 날려 보내는 쾌거가 되었다. 아덴만의 여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는 군인정신의 발로다. 수만리 이역에서 또 언제 닥칠지 모르는 해적의 위험 앞에 노출되어 있는 청해부대 장병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행여 있을 보복 등에도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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