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안에는 미국이 기존에 유지해 왔던 금산분리 정책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이 원칙을 강화하는 여러 가지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보고서는 그동안 마치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해 온 금융위원회의 주장이 얼마나 진실과 거리가 먼 것인가를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위원장 김진방 인하대 교수, 경제학)는 금산분리 원칙의 준수가 금융체제의 안정성 유지와 경제력 집중 방지를 위해 긴요한 제도임을 재확인하는 한편, 사실왜곡을 일삼았던 금융위원회의 반성을 촉구하고, 금산분리 완화를 반영한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국회가 폐기 또는 재개정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금산분리 원칙의 준수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개혁안의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임은 보고서의 도처에서 발견된다. 예를 들어 보고서 원문 제34쪽의 제3소절에는 “예금보험의 혜택을 받는 수신 금융기관을 지배하는 모든 회사는 그 구체적 형태와 상관없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미국의 금융감독기관]의 통합감독 및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은행지주회사법에 의거한 비은행업에 대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

은행업과 상업을 분리시키는 [금산분리] 정책은 재확인되어야 하고 강화되어야 한다. 저축지주회사, 산업대부회사, 신용카드 은행, 신탁회사나 유예조항의 적용을 받은 유사은행 들에 대한 은행지주회사법 적용시의 규제 사각지대를 모두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안에는 우리나라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과 관련한 시사점도 포함되어 있다. 주지하듯이 금융지주회사와 같이 막대한 경제적 자원을 지배하는 경제주체는 체제적 위기의 유발 가능성 때문에 보통의 금융기관보다 훨씬 더 강한 금융규제가 필요하다. 이번 금융개혁안도 이런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개혁안 원문 제24쪽의 제4소절에는 “거대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건전성 기준(자본, 유동성, 위험관리 기준을 포함)은 만일 이들 거대 금융기관이 만에 하나 부실화할 경우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훨씬 더 큰 위험을 전체 금융체제에 미칠 것이기 때문에 다른 금융기관들에 적용되는 수준보다 더욱 엄격하고 더욱 보수적인 수준이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안은 또한 그동안 연방차원의 규제가 없었던 거대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에 대해 금산분리 규제를 새로 도입하고 있다. 개혁안 원문 제25쪽 본문중 ‘비금융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라는 부분에서 “거대 금융지주회사는 설사 부보(원금 보장을 위해 예금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수신 금융기관을 지배하지 않는다고 해도 은행지주회사에 적용되는 모든 종류의 건전성 규제와 감독준칙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에 덧붙여 은행업과 산업 간에 오랫동안 구분해 왔던 장벽 - 이 장벽은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되어 왔다 - 은 이 새로운 종류의 금융기관에 적용되기 위해 확장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모든 거대 금융지주회사는 그 회사가 부보 수신 금융기관을 지배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은행지주회사법상의 비금융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와 부합하도록 요구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현재 비금융 영업행위를 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서는 5년의 유예기간을 제안하고 있다.

종합하면 금산분리 규제 및 거대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와 관련하여 미국 금융감독당국의 입장은 너무도 분명하다.

금산분리 규제는 금융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위해 큰 도움이 되는 규제이며, 미국은 이 규제를 계속 유지해 왔으며, 이번 위기를 계기로 더욱 강화하려고 하며, 구체적으로 이제까지는 연방감독을 받지 않았던 거대 비은행 지주회사에 대해서까지 은행지주회사와 동일하게 금산분리 규제를 새로 도입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거대 금융지주회사에 대해서는 체제적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일반 금융기관보다 훨씬 더 강한 규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금융위원회는 마치 미국이 최근 들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한나라당은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편법으로 통과시키지 않았는가? 삼성특혜법으로 의심받는 공성진 의원안은 재벌에게만 특혜적으로 적용되는 조항을 만들어 이들에게는 금산분리 규제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별 금융지주회사의 규모가 경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함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규제와 개별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형평성의 차원에서 일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근거하여 정부는 국회가 부결시킨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다시 의결하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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