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하여

소말리아 해적이 발호하기 시작하면서 아덴만을 거쳐야 하는 수많은 선박들이 위험성에 노출된 지 오래다. 화물선을 운행하는 세계 각국이 모두 피해자의 입장에서 해적 퇴치를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극심한 빈곤과 자중지란으로 국내 치안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소말리아로부터 해적 단속을 약속받기는 어렵다. 약속을 해도 지킬 능력이 없다. 그래서 각국에서는 자국 선박의 안전 운항을 위해서 해군을 파견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선박들도 유난히 많은 피해를 입었다. 해적들이 노리는 것은 선박에 실린 화물이 아니라 선원들을 인질로 잡아 목돈을 챙기는 일이다.

그동안 해적들에게 몸값을 건넨 것만도 큰 액수가 된다. 지난번 삼호회사 선박은 무려 950만 달러에 거래가 끝났다. 그로부터 두 달 후, 해적들은 같은 회사의 삼호주얼리호를 또다시 덮쳤다. 큰돈을 빼앗아 본 재미를 다시 한 번 맛보려고 한 것이다. 삼호라는 회사가 만만해보였지 않다면 아무리 해적질을 해도 연속적인 납치는 너무한 것이 아닐까. 납치극에 휘말린 회사는 영업 면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몸값만도 어마어마한 액수이며 배를 운행하지 못해서 생기는 피해, 선원들에 대한 보상 등 이루 말하기 어려운 피해에 휩싸이는 줄 뻔히 아는 해적들이 두 번씩이나 연속 공격한 것은 해도 너무했다. 그래서 그들은 거꾸로 당했다. 아덴만에서 2,000km를 뒤쫓아 온 한국해군 최영함 장병들은 최고의 작전으로 최대의 승리를 거뒀다. 피해도 적지 않았지만 한 사람의 희생도 없이 해적을 물리친 것은 국민의 사기를 북돋아줬다.

아직은 삼호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이 해적의 보복 총질로 크게 다쳐 위중하기는 하다. 국내 의료진의 탁월한 치료효과로 빨리 깨어나 국민들을 열광에 들뜨게 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번 작전에서 석 선장의 기지와 냉철한 판단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모두 아는 일이다. 그의 부상이 심각하다고 해도 전 국민이 쾌유를 기원하고 있어 기대에 부응할 것으로 믿고 싶다. 이번에 벌어진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우리는 소말리아 해적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대한 해답을 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첫째, 군사적인 면에서 최영함 한 척만으로 효과적인 작전을 전개하는 것이 무리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두 척의 군함을 상주시키면 그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수출입국의 최대수혜국인 한국으로서는 아덴만을 놔두고 멀리 우회할 수는 없다. 군함이 상주하는 것은 공격용이 아니라 호송이 주목적이다.

둘째, 화물선에 보안요원을 승선시켜야 한다. 민간 선박에 군인이 탈 수는 없다. 따라서 회사가 정상적으로 채용한 보안요원은 총기 소지 등 엄중한 무장을 갖춰야 한다. 일반 여객기에도 하이재킹에 대비한 보안요원이 타고 있다. 항차 해적들이 들끓는 아덴만 경유 선박들은 자체 보안요원을 태워 쫓아오는 해적들을 위협발사로 따돌려야 한다. 해적들의 무기체계가 뛰어나 보안요원들의 무기도 격상시켜야 할 필요성을 가진다. 해적들이 선박을 납치하려면 고속 단정에 사다리를 싣고 다닌다.

이번 최영함 작전에서도 우리 해군들이 사다리를 이용하여 배에 올랐다. 이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해적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헬기의 엄호나 양동작전, 기만작전 없이 마구잡이로 선박을 향하여 돌진해온다. 해적들의 총질에 겁을 먹은 선원들이 주춤거리고 있을 때 그들은 배를 장악한다. 이 과정에서 선원들이나 보안요원들이 조금만 침착하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해적을 물리치는 일이 어려울 게 없다. 큰 배의 어느 쪽으로 접근하느냐 하는 문제는 CCTV를 설치하면 금세 알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북한선박이 해적의 습격을 받았을 때 선원들이 한 몸이 되어 육탄전을 벌여 퇴치했다는 보도를 접한 일이 있다. 이를 본받아야만 한다.

셋째, 우리 선박들의 항로가 해적들의 정보망에 노출되는 원인을 파악하여 이를 제거해야만 한다. 삼호주얼리호가 아덴만에 들어오면 청해부대 최영함의 호위를 받는다는 사실을 해적들은 훤히 알고 있다. 그래서 2,000km 떨어진 인도양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공격하는 것이다. 사전에 항로정보가 새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넷째, 붙잡힌 5명의 해적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중형으로 일벌백계를 보여야 한다. 그들 중에서 석 선장을 쏜 범인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무기징역으로 본때를 보여야만 한다. 다만 현재 해적들에게 억류 중인 금미호의 선원 2명과 맞교환 협상이 성사된다면 기꺼이 5명을 내줘야 한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소말리아 해적들의 문제가 위에서 거론한 몇 가지 행동으로 근본적 해결을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적들의 개과천선을 기대할 수도 없으니 강력한 자위수단과 결의를 다져야 하는 것이다. 국민 모두 한 마0음 한 뜻으로 석 선장의 쾌유를 비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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