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야는 5일 입법로비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지난 4일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기습처리된 것과 관련, ‘소액 후원금 장려’의 취지라고 주장하지만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원들은 법을 현실에 맞게 고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앞으로 이른바 '입법 로비'에 대한 견제 장치가 사실상 사라진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개정안은 행안위가 지난해 말 처리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무산된 법안으로 이 법이 통과되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 의혹 사건의 처벌 조항이 없어지는 것.
▲대한민국 국회 의사당     [e중앙뉴스 = 국회 지완구 기자]


이미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청목회 간부들은 2심에서 무죄를, 기소된 국회 의원들은 면소 판결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8월 농협중앙회가 각 지역조합에 공문을 보내 농협법 개정에 협조적인 의원들에 대한 후원금을 독려한 사건도 처벌 근거가 없어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제 입법로비 사건에 대한 수사는 불가능해졌다"고 잘라 말했다. 아무리 입법과 후원금을 맞바꾼 정황이 보이더라도 돈을 준 곳이 법인이나 단체가 아니고, 돈을 주도록 시킨 사람이 명백히 강요하지 않았다면 위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비례대표 의원은 "후원금 문제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렇듯 쫓기듯 법안을 처리하니 국민의 시선이 따가울수 밖에 없다"고 곤혹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이 의원은 "법 개정은 청목회 사건에 연루돼 정치적 운명이 걸린 야당이 더 몸이 달았던 사안"이라며 야당측에 화살을 돌렸다.

같은 당 안형환 대변인은 "여야가 담합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정자법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며 "애초 민주당의 안에 지나친 부분이 있어 한나라당 안을 중심으로 `단체와 관련된' 등 위헌적 요소가 있는 부분만을 고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변인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청목회 사건으로 기소된 정치인들이 면소판결을 받게 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상참작은 되겠지만, 면소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자법 개정은 소액 후원금 활성화를 통해 정치자금을 투명화하려고 작년부터 여야가 논의했던 사안"이라며 "현실에 부합하는 기부 환경을 만들려는 것이지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명확치 못했던 소액 후원금 관련 규정을 바꿔 오해의 소지를 없앨 필요가 있었다"공 공감했다. 다만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면죄부를 줬다는 측면을 부정하기는 어렵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여야는 지난해 말 이런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을 추진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중단한 바 있으나 석 달여 만에 다시 꺼내 개정안을 전격 처리한 이유는 정치권의 정치자금법에 위헌 요소가 있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결국은 제 밥그릇 챙기기, 동료 의원 구하기 입법에 여야가 단결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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