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지진 발생에 이어 최악의 원전 사고가 우려되던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12일 1호기 건물 외벽이 통째로 사라졌다.
 

이날 오후 3시36분 강력한 폭발음이 들린 직후였다. 이어 약 10분쯤 하얀색깔의 연기가 건물 전체를 뒤덮었다. 현장 근로자 4명이 부상해 긴급 후송됐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NHK 방송은 외부에서 망원렌즈를 통해 이날 오전 9시와 오후 4시30분에 각각 촬영된 두 장의 사진을 비교하며 “후쿠시마 제1원전 내 4동의 격납고 가운데 하나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폭발음이 들린 직후 원전 주위의 방사능 측정치는 급격히 올라갔다. 1시간당 방사선 노출량이 연간 허용치에 이른다고 NHK 등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강진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12일 오전 약 12km 떨어진 상공에서 촬영한 후쿠시마현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모습

NHK에 따르면 폭발 직후 측정한 방사선 노출량은 1시간당 1015 마이크로 시벨트다. 이는 일반인의 1년간 피폭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긴급사태 발령 기준의 2배나 된다고 NHK는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7시쯤 원전 반경 20km 이내 지역 주민령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대피령 범위가 반경 10km에서 넓어진 것으로 그만큼 심각한 상황임을 반영하는 것이다.

에다노 관방장관은 이에 앞서 오후 5시50분 기자 회견을 열어 “원자로 그 자체가 폭발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어떠한 폭발적 상황’이라고만 보고되고 있다”며 “현재, 간 나오토 총리, 오하타 경제산업부 장관 등이 전문가들과 함께 전력으로 상황 파악과 분석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강진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12일 오전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 화력발전소의 석유탱크가 원형을 알수 없을 정도로 파손돼 있다.

일본 방송들은 "방사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변 주민들은 실내에 있는 사람들은 에어콘을 끄고 창문을 닫아 달라. 야외에 있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만약 이번 폭발이 원자로 자체가 폭발할 것이라면, 지진에 의해 원자로 내부에서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노심용해(melt down)’가 진행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오전 해당 원자로 주변에서는 평소 검출되지 않던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노심(爐心)에 있는 핵연료의 일부가 녹아 내린 ‘노심용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으며, 최악의 경우 폭발 가능성까지 제기됐었다.

일본 원자력 안전보안원은 전날부터 “격납 용기로부터 물이 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원자로를 점검 작업을 벌여왔다.

또 배기관을 이용해 원자로 내부의 뜨거운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한편 소방차까지 동원해 냉각 작업을 벌였었다.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강진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일본정부는 지진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제1호기 주변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10월 촬영한 후쿠시마현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4호기, 3호기, 2호기, 1호기(왼쪽부터).

원자로에는 긴급노심냉각장치(ECCS)가 있어 노심의 온도가 올라가 용해되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사고가 난 원전은 쓰나미의 영향으로 외부 전원은 물론 비상용 디젤 발전기도 작동하지 않았었다.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 인근 스리마일섬 원전의 원자로 2기중 1개가 냉각장치 고장으로 인해 노심용해가 발생, 방사선 누출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사고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은 12일 “대기확산에 관한 수치모델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우리나라에는 직·간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된 후 확산되더라도 일본 열도 동쪽인 태평양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방사능이 누출된 후 대기 중으로 대량 확산될 경우 우리나라 영향 정도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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