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장자연이 한 많은 목숨을 끊은 지 2년이 흘렀다. 연예인들의 자살사건이 그치지 않고 되풀이되고 있어 사회적으로 끼치는 악영향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그것은 그들의 유명세 때문이다. 연예인은 대중의 입장에서 본다면 현대인의 우상이다. 특히 나이 어린 청소년들의 눈에 비취는 것은 오직 그들의 화려한 스타성이다. 어디를 가나 그들은 환영의 대상이다. 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무대나 화면에서만 보던 가수나 배우는 청소년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일뿐더러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달려가고 싶은 소망이다. 그래서 그들도 언필칭 공인(公人)을 자처한다. 당연히 공인의 자격이 있다. 사회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며 일거수일투족이 공적으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 공인일 수밖에 없다.

권력을 가진 자나, 눈에 보이지 않게 대중을 휘어잡고 있는 연예인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처지가 되면 공인으로서의 자세를 갖춰야 되는 것이다. 공인이 되면 평소의 태도부터 고쳐야 한다. 아무데서나 큰 소리치고 교양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은 공인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빈축의 대상일 뿐이다.

걸핏하면 주먹을 휘두르거나, 음주운전을 하거나, 금연석에서 담배를 태우거나, 술 마시고 노상방뇨를 하는 일들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언론의 노출대상이 된다. 공인으로서 벗어난 행동을 했다가 나락에 떨어진 사람은 수없이 많다. 연예인의 자살사건도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파장이 클뿐더러 청소년들에게는 즉각 모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돈과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있던 대통령이나 대법원장, 시장, 총장, 군수, 큰 회사 사장 등 나름대로 체면과 위신을 지켜야 할 사람들조차 극단적인 행동을 취함으로서 국가사회에 끼친 악영향이 컸다. 남보다 더 많은 것을 누렸던 그들이 선을 악으로 갚는 게 씁쓸했다. 특히 노무현의 자살은 일국의 최고정상으로서 아무리 괴롭고 지쳤다고 하더라도 5천 만의 국민을 눈곱만큼이라도 생각했다면 취해선 안 되는 행동이었다.

그래도 그는 미화되었다. 조문객이 넘쳐나고 적반하장 격으로 현 집권층에게 그 허물을 떠넘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의 신드롬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무덤으로부터 끌어내 증폭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된다. 이와 달리 장자연 사건의 진상은 점점 오리무중으로 덮어지려고 한다. 그는 배우로 출세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인다. 대배우로 성장하려면 몸둥이 하나 뿐인 여배우로서 윗사람에게 ‘성 상납’이라는 치욕까지 견뎌야 했다는 그의 유서는 많은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연예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처럼 오가는 얘기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서 이를 폭로하진 못했다. 폭로해도 빙산일각의 해프닝으로 묻어져 왔다. 그것은 성상납을 받은 자들이 연예계를 쥐락펴락하는 실세들이었기 때문이다. 장자연은 혼자 힘으로 이겨내기 어려운 이 거벽(巨擘)을 향하여 조그마한 돌맹이 하나를 던졌다. 연예기획사의 강요로 이뤄진 성상납의 대상은 PD, 연예기획사 대표, 감독, 일간신문 대표 등이라고 구체적인 성명까지 밝히고 자살을 감행한 것이다.

이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 언론은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의 수사결과는 “물에는 물, 술에는 술”이라는 현상 그대로일 뿐 아무런 결론이 없었다. 그야말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다. 외국으로 도망쳤던 연예기획사 대표는 몇 달 만에 돌아와 부인일관이다. 장자연 사건은 없었던 일처럼 끝났다. 그러다가 그가 남기고 간 편지가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모두 복사본인데 한두 번 보낸 것도 아니고 여러 통이다. 심지어 “31명을 상대로 100여 차례 접대를 했다”는 내용도 있어 충격을 줬다.

다시 한 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 편지를 감식한 경찰은 ‘조작’으로 의심된다는 수사결과를 내놨다. 원본이 아니면 국과수에서도 진본여부를 가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자체(字體), 자형(字形) 등 글씨 모양만으로도 얼마든지 친필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원본 같으면 눌러쓴 자국이 있어 더 과학적인 입증이 가능하겠지만 복사본은 아예 친필감정에서 빠진다는 얘기는 얼른 납득이 안 된다.

아무튼 장자연을 둘러싼 의문투성이의 추악한 말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국민의 생각이다. 그가 억울한 생목숨을 끊은 것이 사실이라면 그의 상대가 권력자이던, 돈 가진 자이던 간에 가리지 말고 깨끗이 밝혀주는 것이 사회정의다. 힘이 없어 죽어야만 했던 그의 영혼을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길도 있었던 일을 그대로 밝혀내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것이 후일을 경계하는 지름길이다.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연예계의 스캔들은 현대인의 우상인 연예인 자신을 위해서도 재현되어서는 안 되는 범죄다. 이를 밝혀줄 유일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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