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을 ‘핵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17일 오후부터 부분적으로 전력 공급이 재개될 전망이다.

지진과 쓰나미로 작동 불능 상태가 된 냉각장치를 가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에 새로운 전기(轉機)가 될 수도 있다.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은 17일 오후 “원자로 1·2호기에 대한 송전을 부분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긴급 노심 냉각 장치(ECCS)’를 통해 각 원자로의 냉각 기능을 복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CCS는 노심(爐心·연료봉 다발)이 들어 있는 원자로의 압력용기에 물을 채우는 장치다. 당초 이번 사고는 3·11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로 전기 공급이 끊겨 냉각수 순환에 차질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냉각수 공급이 중단된 상태에서 기존에 남아 있던 냉각수도 급격히 증발, 폭발이 계속 이어졌다. 두 원자로 모두 이 상태가 지속되면 연료가 녹아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대량 유출될 우려가 있다.

3호기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봉’이 들어있던 수조(pool)의 냉각 기능이 중단되면서 핵연료봉과 맞닿아 있던 냉각수가 증발하는 것으로 관측됐으며, 15·16일 원자로 건물에서 잇달아 화재가 발생한 4호기 역시 냉각수 온도가 상승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후쿠시마 1원전 원자로 1~5호기의 전원은 모두 끊긴 상태며, 6호기의 비상용 디젤 발전기를 돌려 5·6호기만 수조 냉각 시스템을 작동하고 있는 상태다. 이날 오전에는 경찰과 자위대가 살수차와 헬기를 동원, 원자로 3호기에 합동 살수(撒水·물뿌리기) 작전을 펼쳤다.

자위대는 헬기로 공중에서 원자로를 겨냥해 물폭탄을 투하했고, 경찰은 지상에서 고압 살수차를 이용해 원자로 건물의 갈라진 틈새로 물을 주입했다. 과격 시위 진압 등에 사용되는 고압 살수차는 80m 거리까지 물을 쏠 수 있다. 4t의 물을 2분에 걸쳐 발사한다.

현지 언론들은 방사성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원자로 50m 거리까지 접근, 외벽의 깨어진 틈으로 정확히 물을 주입해 넣는 임무를 맡은 경찰 기동대를 ‘결사대’로 표현했다. 원자로 주변에서는 시간당 400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이 관측되고 있다. 이는 일반인들이 1년간 노출되는 방사선량의 수백 배에 해당한다.

원전 운영 주체인 도쿄 전력은 전날인 16일 경찰에 “살수차만 빌려달라”고 했다가, 이후 다시 “조종도 경찰이 해주면 안되겠느냐”고 요청해왔다.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었던만큼 경찰로서도 기동대원 수십명으로 결사대를 꾸려 후쿠시마에 파견할 수 밖에 없었다.

경찰 기동대에는 방호복이 지급됐지만, 작업 시간을 15분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현장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대원들은 조를 나눠 10여분씩 교대로 살수차를 조종하고, 현장을 벗어나는 방식을 되풀이하고 있다.

앞서 공중 살수에 나섰던 자위대 살수 헬기 2대는 인근 바다에서 각각 한 번에 7.5t씩의 바닷물을 공수, 원전 3호기 바로 위에서 투하했다. 자위대는 헬기 1대당 2차례씩 모두 4차례에 걸쳐 30t의 바닷물을 퍼 나른 뒤 10시쯤 철수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자로 3호기 건물 내에 있는 수조를 가득 채우려면 약 1400t의 물이 필요하다. 살수차는 한 번에 최대 4t 밖에 물을 실을 수 없으며, 급수와 살수를 동시에 할 수 없다. 물을 다 쏜 뒤 다시 채워와야 한다.

미야자키 케이 오사카대학교 명예 교수(원자력 공학)는, “(전력 공급 중단으로) 냉각수를 순환시킬 수 없는 현재 상태로서는, 수조가 가득 차 있다고 해도 시간당 5t씩을 추가로 넣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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