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과의 유쾌한 수다

볼턴 리복 스타디움 2층에 위치한 커피숍. 약속시간 오전 10시에 정확히 맞춰 카페에 들어선 이청용(볼턴)에게 주변의 모든 시선이 쏠렸다.

이청용이 입고 있던 후드 티셔츠에 쓰인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THE BEST DAY OF MY LIFE(내 인생 가장 행복한 날).’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이청용의 등장에 카페에 있던 볼턴 시민들은 연신 엄지를 치켜세웠다. 미처 종이를 준비할 수 없어 신문에 사인을 받아가는 팬도 있었고, “당신은 최고의 스타”라며 격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축구와 이청용은?

이청용은 영국에서의 2년차 시즌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번 시즌을 통해 볼턴을 FA컵 4강에 올린 주인공이 됐고, 팀 내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실히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렇다면 본인이 느끼는 지난 시즌과 올 시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는 현지생활과 경기운영의 안정을 뽑았다.

“2년 차에 접어 들다보니 현지생활에 많이 익숙해졌다. 그래서인지 한결 마음도 가벼워지고 좀 더 경기에 집중 할 수 있게 됐다. FA컵 4강에 오르며 올해 계획한 목표를 얼마간 이뤘다. 물론 남은 경기도 중요하지만, 내년 유로파리그에 나가기 위해서는 팀 성적이 6, 7위 안에는 들어야 한다. 좋은 결과가 나올 듯 하다.”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모습으로 경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피지컬 보강과 개선이 더욱 필요하다는 자신만의 마스터플랜도 공개했다.

FA컵 4강에서 볼턴은 스토크시티를 만난다. 현 상태라면 이청용의 바람대로 박지성과의 FA컵 결승에서의 만남이 기대된다. ‘꿈의 무대’ 런던 웸블리구장에서의 조우. 4월17일(한국시간) 볼턴이 4강전에서 승리하면 맨유와의 대결이 성사될 수 있다.

최근 이청용은 이탈리아 언론으로부터 주목할 88년생으로 선정됐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여러 리그를 체험해 본다는 것은 선수로서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청용은 축구 종주국 영국에서의 활동을 만족하고 있었다.

그래도 요즘 부쩍 잦아진 교체 출전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걱정과는 달리, 이청용의 생각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내가 볼턴 감독이라도 주전 선발에 많은 고민을 할 것 같다.”

오히려 경쟁을 즐기는 이청용이다.

“케빈 데이비스, 엘만더, 스터리지와 함께 뛰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오히려 배운다고 해야 할까. 급할 게 없다. 그냥 행복하다.”

볼턴 오언 코일을 감독 비롯해 팀 동료들까지, 늘 겸손함과 출중한 실력으로 무장한 그를 어떻게 아끼지 않을 수 있을까.

○평범한 청년 이청용

쉬는 날에 이청용은 무엇을 할까?

팀을 대표하는, 그리고 한국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그지만 의외로 평범하다. 가끔 쇼핑을 즐기며, 이곳저곳 맛 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고 싶다나.

요리 실력도 꽤 있는 듯 하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기본. 만약 학업을 다시 한다면 음식 공부를 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물론, 그의 꿈이 요리사는 아니다. 음식 전문가쯤?

거의 2년 간 휴식 없이 달려 온 이청용에게는 작은 바람이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한국 여행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단다. “독일에 있는 구자철을 만나러 가고 싶다. 유럽여행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축구가 아무리 좋아도 결코 변하지 않는 부분. 가장 소중한 것들은 주위 사람들인데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챙길 여유가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이청용은 얼마 전 광고 촬영을 했다. 이를 놓고 지역지 볼턴 뉴스에서는 이청용을 제임스 본드와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개인적으로 찍고 싶은 광고나 촬영 중 에피소드에 대해 물었다.

“촬영이 길게 진행돼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운동 외에 새로운 경험이었다. 특별히 찍고 싶은 광고는 없다.”

이청용은 거친 축구 선수답지 않게 잡티 하나 없고 뽀얀 피부를 가지고 있다. 한 가지 추천한다면 화장품 광고?

○이청용도 G세대

또래들처럼 이청용 역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쉼 없이 만지작만지작 하는 손놀림이 꽤나 능숙해 보였다. 요즘 유행하는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하나인 닮은 꼴 연예인 찾기를 해봤냐고 물었다.

자신이 나왔다며 웃어보였다. “이청용이 이청용이던데…. 다른 사람은 나오지 않더라.”

하지만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였다.

요즘 대표팀 선수들 사이에서 유행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시작하게 되면 헤어나지 못할까 걱정스럽고, 부담도 크단다.

이청용과의 인터뷰 말미. 잉글랜드 무대에 유이하게 남은 선수가 된 기분을 물었다. “앞으로 많은 선수들이 영국을 비롯해 많은 유럽 리그에서 함께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보다 나은 리그의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축구 발전에 기여하면 좋을 것 같다. 꾸준히 나왔으면 한다.”

볼턴(영국) | 김신애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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