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캡틴’ 박주영(26)이 A매치 50경기를 소화했다. 각국 대표선수들에게 가장 큰 영광으로 여겨지는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장)으로 가는 길의 반환점을 돌았다. 문득 궁금해진다.

박주영은 언제쯤 100경기 출전기록을 달성할지. 역대 A매치 50경기를 치러 낸 선배들은 누구인지. 가장 빨리 50경기 출전한 선수는 누구인지.

그러나 이런 의문은 그냥 덮어둬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의 기록 관리 시스템이 엉망이기 때문이다. 축구협회 자료에 따르면 역대 태극전사 가운데 센추리 클럽 가입자는 모두 8명. 홍명보(135경기), 이운재(132경기), 이영표(127경기), 유상철(122경기), 차범근(121경기), 김태영(105경기), 황선홍(103경기), 박지성(100경기) 등이다.

그러나 경기별 활약상과 득점 현황 등은 알 길이 없다. 홍명보, 유상철, 차범근, 김태영, 황선홍의 기록을 살펴보면 ‘기록지 미비로 상세기록을 업데이트하지 못했으니 참고하라’는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 스타 반열에 올라 있는 차범근도 축구협회 DB 기록상 A매치 출전은 86멕시코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가 전부다. 그나마 센추리 클럽 가입자는 여기저기서 자료를 짜 맞춰 대강이나마 정리라도 해 놨지만 다른 부분에서 체계화된 기록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

박주영 기록도 헷갈릴 여지가 있다. DB상 25일 온두라스와 친선경기 전까지 박주영 A매치 출전은 49경기가 아닌 51경기다. 북한과 합의에 따라 A매치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 2005년 8월14일 남북전과 국가대표팀이 아닌 LA갤럭시와의 친선경기(2006년 2월 8일) 등 2경기가 아무런 설명 없이 버젓이 포함돼 있다. 선수에 대한 역사가 가장 취약한 나라가 아마 한국일 것이다. 산하 단체인 프로축구연맹과 비교해도 축구협회의 DB시스템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프로연맹보다 한 해 몇 배는 더 많은 예산을 쓰면서 이런 쪽에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몇 년 전 축구협회 관계자에게 기록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묻자 “곧 구축될 것이다. 협회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말 뿐이다. DB사이트를 아무리 뒤져봐도 몇 년 전에 비해 달라진 것도, 나아진 것도 없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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