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한'첫날 긴장속...정규직 전환 모범 보여야 할 정부 '뒷짐'
 
 
비정규직 고용기간 2년 제한 발효 첫날인 1일 전국 사업장에서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 해고가 잇따랐다. 특히 일반 업체보다 공공기관 등에서 비정규직 해고가 비일비제 비판이 높다.

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 사업장에서 고용기간이 2년째 되는 28명의 비정규직이 해고당한 것으로 잠정 파악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A유통업체는 고용기간이 2년이 되는 판매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 10명의 계약을 해지했다.

A유통업체는 앞으로 고용기간이 2년이 되는 비정규직 244명도 법 개정으로 사용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해고하고 다른 비정규직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B연구기관도 이날 고용기간이 2년째 되는 비정규직 4명에게 해고를 통보했으며, 연말까지 정규직 전환 의무가 생기는 비정규직 130명도 모두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비정규직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B연구기관에 근무하는 비정규직의 대다수는 시험연구 보조업무를 지원하는 연구보조원으로 근로계약 기간은 3개월~2년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 아산에 있는 D대학교도 고용기간이 2년째 되는 비정규직 4명을 해고했으며, 경남 양산에 있는 E제조업체도 이달 중 비정규직 2명의 계약을 해지하고 연말까지 12명을 추가로 해고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비정규직 보호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의 행태가 도마위에 올랐다.

통합을 앞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는 지난달 30일 계약기간 2년을 채운 비정규직 노동자 145명과 31명에게 각각 계약만료 사실을 통보했다.

토공과 주공은 고용기한이 만료되는 비정규직 330명에 대해서도 추가 해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로공사도 6월말로 비정규직 20명의 계약기간이 만료됐고, 340여명의 비정규직이 비슷한 상황에 몰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수원에 있는 ㄱ공공기관은 1일자로 비정규직 4명을 해고했다. 이들 외에 올해 말까지 고용기간 2년이 되는 비정규직 130명이 순차적으로 해고될 처지다.

서울대 병원은 보라매병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2명을 지난달 30일 해고했다. 사측은 이들이 하던 업무를 외주로 돌렸다.

KBS는 지난달 비정규직 381명을 계약해지한 데 이어 30일까지 모두 89명을 해고했고, 보훈병원이 23명, 산재의료관리원이 33명을 해고하는 등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해고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에선 비정규직 5500명 중 2년 이상 장기근무한 3000명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놓고 노사가 충돌하고 있다.

농협은 종전의 5년 고용연한제와 비정규직법의 2년 중 먼저 돌아오는 계약기간 종료시점에 비정규직을 해고하기로 하고, 해당 노동자에게 해고일을 통보했다. 농협 관계자는 "계약직원 중 필요한 인력 2100명은 이미 2007년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2007년 7월1일 비정규직법 시행과 동시에 당시 3000명의 비정규직이 계약서를 새로 쓰며 갱신했고, 올해 7월1일로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자동전환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과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방침 때문에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해고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며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도 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이를 공개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규직 전환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며 "정부는 이미 적용되기 시작한 법을 인정하고 하루빨리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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