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1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파기를 비판하며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친이계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신공항 백지화로 영남권이 대통령의 탈당까지 요구하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도 비판 대열에 가세함에 따라 신공항 갈등 정국이 첨예해지는 것은 물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 대립각도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대구 달성군에서 열린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 취임식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해 "국민과의 약속을 어겨 유감스럽다"며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31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대구시 달성군 소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원장 취임식장에 들어가기 전 신공항과 관련 입장을 표명했다.    [ e중앙뉴스= 지완구 기자]
박 전 대표는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아야 우리나라가 예측이 가능한 국가가 되지 않겠느냐"며 "앞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그가 대선 공약 파기에 대해 이 대통령을 정면 비판한 것은 앞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 당시에 이어 두 번째다.  박 전 대표는 또 "지금 당장 경제성이 없다지만 미래에는 분명 필요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신공항의 건설을 차기 대선 공약으로 제시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친이계 한 재선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우리당의 지도자인데, 지도자가 조그만 지역 이익에 치중해 경제성 없는 신공항을 만들어야 된다고 말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정말 실망이다"라며 비판했다.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지역 국회의원으로 정치하려고 하면 안 된다.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판단한 것을 정치인이 뒤집으면, 정치적인 이유로 얘기하는 것 밖에 더 되는가"라며 "갈등을 조정하고 화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포퓰리즘에 호소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선공약으로 할 수는 있지만 이것은 엄청난 국고 낭비"라며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신공항 등을 모두 지원하게 되는 것인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개혁 성향의 한 초선 의원도 "공약이라고 해도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나면 취소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박 전 대표도 득표의 함정에 빠져든 것 같다"며 "신공항 갈등 해결의 공은 이제 박 전 대표에게 넘어간 셈"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은 "경제성이 없다고 한 것을 대선공약으로 갖고 간다는 것은 현 정부의 타당성 검토를 믿지 못하는 말"이라며 "대선공약으로 한다면 장기적으로 타당성 검토를 제대로 해야 한다. 나중에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와 관련, 내일(4.1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에게 직접 입장을 밝히고 이해를 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30일 김황식 국무총리로부터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기로 했다는 보고를 받고 "마음이 무겁다"면서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국민께 잘 이해시켜달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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