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공동대표 이석태·임종대·정현백·청화)는 오늘(3/31) 오후 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진보의 미래,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원칙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최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복지국가 논쟁과 관련해, 기존 쟁점을 짚어보고, 시민사회가 지향해야할 복지국가의 비전과 기본원칙,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이행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는 “성장지상주의와 시장만능주의를 표방한 결과, 한국 사회에서 국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사회적 위기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전체임금노동자의 50%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중소자영업자들은 줄도산 하고 있으며, 청년실업률은 날로 높아지고, 여성들은 저임노동과 돌봄노동으로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등 각 계층이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으며, 중산층마저도 보육, 교육, 의료, 노후, 주거, 고용 등에 걸친 ‘6대 불안’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금의 상황은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성장주의 국가운영원리를 분배의 정의를 경시하지 않고, 포괄적인 사회정책을 통해 생존권이 보장되는 국가운영원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국가운영권리가 구현되는 체제가 ‘보편주의 복지국가’이며,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이상향이나 신기루가 아니라 현존하는 서구의 많은 선진국들이 심혈을 기울여 실현한 인류 진보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윤홍식 인하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기본 원칙으로 1) 보편주의는 헌법이 선언한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복지국가의 변할 수 없는 원칙이다. 2) 복지국가는 더 좋은 경제의 동반자이자 더 많은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3) 좋은 일자리 만들기와 근로빈곤 없애기는 복지국가의 핵심 요소이다. 4)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저소득층·중산층은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위한 연대의 핵심 주체들이다. 5)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한다. 6) 복지국가는 ‘국가안보’에서 ‘사람의 안전’ 중심으로 안보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한다. 등을 제시했다.

또한 윤 교수는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둘러싼 7가지 쟁점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규명했다. <쟁점1>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는 상호배타적이다?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는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포괄범위에 따른 연속적인 개념으로 상호보완적이다.

<쟁점2> 보편주의 복지는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 국가체제로서의 보편주의가 직접적으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는 없으며, 오히려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는 주장도 많다. 핵심은 시장실패에 대한 자연스러운 사회적 반작용으로 복지국가가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쟁점3> 보편주의 복지는 시민들의 일할 의욕을 낮춘다? : 미시자료를 통한 경험적 연구는 복지급여와 근로동기간의 인과관계를 설명하지 못한다.

반면, 국가단위에서 보편주의 복지와 근로동기의 관계를 살펴보면 오히려 보편주의 복지가 고용과 생산성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다. <쟁점4> 복지확대, 재정위기의 원인인가? : 일본, 그리스 등의 재정위기는 해당국가의 경제성과, 조세체계, 정부구조, 예산결정과정 등과 관련되었다. 또, 선진국의 복지지출이 줄고 있다는 우려와 달리 OECD 30개 회원국 중 26개국은 2005년까지 공적사회지출이 증가했다.

<쟁점5> 진보는 증세를 지지해야 하나? : 중장기적으로 보편주의를 확대하기 위해 성장 친화적이고 납세자들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소비세, 근로소득세, 사회보장세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조세제도는 복지국가를 둘러싼 제 계급·계층의 합의와 타협을 통해 구성되어야 한다. <쟁점6> 보편주의 복지는 진보의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편주의는 좌와 우의 합의와 타협을 통해 만들어진 산물이다. 보편주의를 만든 핵심은 시민들로부터 솟아오르는 복지국가에 대한 열망과 행동이다. <쟁점7> 보편주의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만 필요하다? : 복지를 저소득층에 집중할수록 불평등과 빈곤이 증가하는 재분배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자신과 가족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시장에서 구매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적복지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보편주의 복지국가 과제로 1) 한국의 사회경제적 조건에 조응하는 복지국가의 상 제시 2) 단기적으로 세출구조의 효율화, 조세감면 축소에서 장기적으로 조세개혁을 수반한 증세를 통해 보편주의 복지국가에 조응하는 재원구조 마련 3) 다양한 계층·계급들이 연대할 수 있는 정치체계 마련 4) 주거, 교육, 보육, 의료 같은 기본적 생활보장 등 보편주의 복지정책 추진 5) 좋은 일자리 창출과 근로빈곤 일소 6)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철학과 가치 정립 등을 제시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향한 시민사회의 전략 발제를 통해 유럽의 복지국가 형성·발전에는 ▶산업자본주의의 발전과 위기에 따른 산업노동자의 조직화 ▶국가의 조직·재정능력과 강력한 사민주의 정당 ▶강력한 노동조합 조직력과 진보적 복지동맹세력의 국가적·국민적 지향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소개하고 사민주의 정당이 취약한 한국은 다양한 시민단체, 노동단체들이 ‘시민사회 복지동맹’을 조직화해 정당정치의 ‘복지국가 정치동맹’에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연대운동 전략 발제를 통해 복지국가에 대한 경험이 일천한 한국 상황에서 복지국가 담론과 정책논쟁이 활성화되는 것은 긍정적이나 기존 논쟁은 첫째, 복지국가가 경제사회체제 운영원리의 전환이 아니라 개별 복지정책을 확대하는 문제로 치환될 염려가 있고 둘째, 복지국가 담론이 싱크탱크, 전문가, 정치권 중심으로 전파되고 있는 반면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운동의 움직임은 미흡하고 셋째, 신자유주의 정책실패로 생존권의 위기에 봉착한 영세자영업자, 농어민, 도시빈민 등의 문제가 복지국가 내용으로 다루어지지 못하고 넷째, 복지국가 실현 방안을 ‘증세’라는 재정수단의 문제로 성급히 협애화시키는 일부 경향으로 보수진영의 ‘포퓰리즘’, ‘세금폭탄’ 프레임에 휘둘리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석 협동사무처정은 “복지국가를 실현할 권력자원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가 복지국가 전략의 핵심적 요소이며, 이것이 분명하지 않다면, 복지국가 실현은 ‘한편의 아름다운 꿈’에 그칠 수도 있다”며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사민주의와 자유주의 세력간의 연합, 이른바 복지동맹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박원석 처장은 “87년 다양한 계급, 계층이 독재정권 퇴진과 민주화를 내걸고 민주동맹을 이루어 정치적 민주화를 성취했던 것처럼, 복지국가의 실현이라는 공통의 가치와 정치적 목표를 갖는 복지동맹을 이루어 사회적 민주화를 성취해야 하며, 이를 2012년 정권교체로 현실화시키기 위해 복지라는 공통분모를 내세운 야권의 연대, 연합을 실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석 처장은 “한국은 서구의 경험과 달리 조직노동의 힘과 정치적 영향력이 취약한 반면 다양한 부문의 시민운동, 풀뿌리운동, 당사자운동이 활성화 되어 있고,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다양한 계급, 계층, 부문, 지역 대중운동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민주노총, 한국노총을 포함한 노동조합과 각계각층의 대중조직, 시민사회단체, 지역단체, 풀뿌리단체에 복지국가 사회연대운동 추진에 관한 논의에 착수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박원석 처장은 복지국가 사회연대운동의 주요 의제로 1) 공정한 경제 2) 좋은 일자리 3) 노동에 대한 보호 4) 보편적 사회보장 5) 공정한 재원부담 등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김기식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이정우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이 토론자로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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