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해고자유 늘려야”, 조중동 ‘충실 전달’

1. MB “비정규직, 고용 유연성이 근본 대책” … 조중동 ‘충실하게’ 전달

<중앙> “대통령, 단계적 해결방안 제시” 의미 부여하기도
<한겨레> “‘해고의 자유’ 늘리자는 대통령” 비판
<경향> “‘친서민’ 외치던 MB ‘고용 유연성’ 집착”

2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단체장과 기업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3차 민관합동회의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가 적절한 기간 연장을 하고, 그 기간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근본적인 것은 고용의 유연성”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용자가 노동자를 더 쉽게 해고할 수 있는 ‘고용의 유연성’으로 어떻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인지 설명하지는 않았다.

3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의 ‘고용 유연성’ 발언이 갖는 심각성을 지적했다. 두 신문은 이 대통령과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기업 입장에서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하는 것을 ‘근본 대책’으로 인식하고 있는 데 대해 크게 우려했다.

한겨레신문은 1면에서 이 대통령이 비정규직법과 관련해 “근본적인 것은 고용의 유연성”이라며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해고의 자유’ 늘리자는 대통령>(한겨레, 1면)
<대통령과 정부의 잘못된 비정규직 해법 인식>(한겨레, 사설)

한겨레신문은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고용 유연성’을 강조했지만, 비정규직법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고용 유연성’ 발언은 “의미가 남달랐다”고 보도했다.

이어 “고용 유연성은 쉽게 말해 노동자의 해고를 쉽게 하는 것”을 뜻한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은 “비정규직 보호·축소보다는,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고용·해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기업들의 논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비정규직법을 고용 유연성의 논리에 따라 개정하자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나온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이 비정규직에 대한 접근에서 노동 유연성을 강조하는 친기업적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정부·여당이 내놓을 비정규직 해법도 노동자의 생존권이나 일자리 안정성보다는 시장·효율 논리에 치우쳐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근본적 구조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사설에서도 이 대통령 발언의 의미를 따졌다. 사설은 이 대통령의 ‘노동 유연성’ 발언이 “비정규직 문제를 노동 유연성 제고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것”이자 “비정규직 보호의 핵심을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일자리 유지로 바라본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어 “이런 접근 방식은 매우 우려스럽고 위험하기 짝이 없다”며 “비정규직 남용 방지를 통한 고용 안정성 확보”와 “정규직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비정규직법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우려했다. 또 “기업이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무려 850만 명에 이르는 현실”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노동 유연성 차원에서 접근하는 태도는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이런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사유 제한, 해고금지제도의 법제화, 실효성 있는 차별시정 제도 도입 등 그동안 노동계와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주장들을 중심으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향신문도 1면에서 이 대통령이 “근본적인 것은 고용의 유연성”이라고 한 발언을 다뤘다.

<李대통령 “노동유연성이 근본 해결책”>(경향, 1면)
<‘친서민’ 외치던 MB “고용 유연성” 집착>(경향, 4면)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의 언급은 비정규직 문제를 노동자의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노동 유연성’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기업의 입장을 반영한 반면 노동계가 비정규직의 근본 해법으로 주장하고 있는 정규직 전환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어 4면에서도 이 대통령이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으로 기업이 노동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고용 유연성’을 제시했지만, 이는 “노동계가 요구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한 고용안정을 외면하는 친기업적 입장”으로 “최근 청와대가 강조하는 친서민 노선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러한 이 대통령의 해법은 ‘기업이 잘 돼야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시각의 연장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고용안정의 차원이 아닌 고용 유연화를 통한 ‘안정적 비정규직’ 양산으로 풀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인식은 “전경련과 경총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논리로 실은 다수의 노동자들을 하향평준화하겠다는 의미”이며 정부가 “말로는 경제위기 속에서 가장 힘든 게 비정규직이라면서 실제 해법은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향으로 거꾸로 가고 있다”는 노동계의 비판을 실었다.

반면,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고용의 유연성이 근본적이라고 한 발언을 상세히 소개하면서도, 그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李대통령 “비정규직법, 정치적 목적 있어선 안돼”>(동아, 1면)
<李대통령 “기간 연장 후 근본적 해결책 세워야”>(조선, 5면)
<“국회가 적절한 기간 연장하고 그 기간에 근본적 해결책 세워야”>(중앙, 4면)

동아일보는 1면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다뤘으나, 발언 내용을 그대로 나열하는 데 그쳤다.

조선일보는 5면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과 이에 대한 청와대 관계자들의 ‘해설’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법을 처음 만들 때부터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않아서 다수 비정규직이 어려움에 처했다”, “근본적인 것은 고용의 유연성인데 종합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등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이어 대통령의 발언이 “(법 시행 연기를 통해) 발등의 불을 끄고 다음에 (고용 유연성이라는) 산불을 잡으러 가자는 얘기”라며 “노동 유연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일”이라고 풀이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의 말을 실었다.

또 “장기적으로는 임금이나 전환재배치 등 노사 관계 각 분야의 유연성을 높여 전체 고용을 안정시키고 결과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를 줄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라는 청와대 다른 관계자의 설명을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4면에서 대통령이 “단계적 해결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비정규직 해고 대란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2일 단계적 해결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했다”면서 “국회가 적절한 기간을 연장하고, 그 기간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세워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또 이 대통령이 “근본적인 것은 고용의 유연성인데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면서, “비정규직법 개정안 처리 시한을 넘긴 뒤 이 대통령이 이 문제와 관련해 직접 언급하기는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여야가 우선 근로자들이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비정규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고 “그 다음 고용 유연성을 높여 노동시장을 자율화하는 한편, 기업의 부담은 줄이고 투자는 늘려 완전고용에 이르도록 노력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2. 정부 ‘포이즌필’ 추진 … 조중동 “기업들 투자 전념·선진국도 시행” 강조

<한겨레> “시장경제 거스르며 재벌에 ‘방탄복’”
<경향> “서민은 ‘찔끔’ 지원, 대기업엔 화끈한 선물”

정부는 2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관합동회의에서 ‘포이즌 필’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포이즌 필’(poison pill, 경영권 방어를 위한 독소조항)은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기존 대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기존 주주들은 쉽게 지분을 늘리게 되고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는 쪽에서는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 부담이 커지게 되므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하기 어렵게 되어 경영권을 쉽게 방어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이런 조치는 주주를 차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국내 상법과 배치된다.

3일 조중동은 정부의 ‘포이즌 필’ 제도 도입 방침을 전하며 ‘기업이 경영권 방어를 걱정하지 않고 투자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정책’, ‘선진국들도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 “경영권·稅 걱정 말고 투자를” 러브콜 / 기업 “한 치 앞도 안보이는 판에…” 미지근>(조선, 경제 1면)
<적대적 M&A서 경영권 방어 ‘포이즌 필’ 이르면 내년 도입>(중앙, 12면)
<기술개발 1조 투자땐 최대 2500억 돌려받는다>(동아, 8면)

조선일보는 경제 1면에서 “정부가 민간의 투자촉진을 위해 ‘선물보따리’를 풀었다”면서 연구개발 투자액에 대한 세액공제와 함께 “재계의 숙원이던 ‘포이즌 필(poison pill)’이라는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기업들이 적대적 M&A(인수합병) 방어수단으로 정부에 줄기차게 (포이즌 필을) 요구해왔다”며 “적대적 M&A 등 경영권방어에 대비해 쌓아놓은 현금을 투자 자금으로 적극 활용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중앙일보도 12면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포이즌 필(Poison Pill)’ 제도가 이르면 내년에 도입된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일본·프랑스 등에서 이미 시행 중인 이 제도의 도입으로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내에 쌓아 뒀던 자금을 설비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가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또 “적대적 인수합병 방어장치 도입”은 법무부에서 적극 도입을 추진했으나, 경제부처들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제기돼 진전이 없다가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에서 벗어나 투자를 늘리는 게 시급해지자 경제부처들도 포이즌 필에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8면에서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관합동회의에서 ‘일자리 창출과 경기 회복을 위한 투자촉진 방안’이 확정되었다고 전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면서 재계의 숙원인 포이즌 필(Poison Pill)을 연내에 법제화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포이즌 필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유보한 자금을 설비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한 재정부 관계자의 말을 실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포이즌 필’ 제도가 재벌 총수의 경영권을 영구 보장하여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림으로써 오히려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방어 지원 ‘포이즌 필’ 도입>(한겨레, 1면)
<시장경제 거스르며 재벌에 ‘방탄복’>(한겨레, 25면)
<재벌 총수만 배불리는 반시장적 ‘포이즌필 제도’>(한겨레, 사설)

한겨레신문은 1면에서 정부가 기존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지원하는 ‘포이즌 필’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25면 <시장경제 거스르며 재벌에 ‘방탄복’>에서는 정부의 ‘포이즌 필’ 도입 방침이 “대기업들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압박하면서, 동시에 경영권 보호라는 ‘당근’을 함께 제시한 것”이지만 “과도한 경영권 보호장치는 재벌 총수들의 지배권을 사실상 영구 보장하고,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실제 기업들의 투자 확대 효과도 불확실해, 포이즌 필 도입을 위한 상법 개정 논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포이즌 필’이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해 온 시장경제 원리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조차 공정위원장 시절 ‘포이즌 필’ 도입을 추진하려는 법무부에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일본이 포이즌 필을 시행중이고, 특히 유럽은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 사용이 자유로워 경영권 위협이 적다는 재계의 주장도 왜곡 소지가 많다”면서, 유럽 기업 464곳을 대상으로 경영권 방어수단을 조사한 결과 포이즌 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주요 수단 가운데 단 한 가지도 채택하지 않은 회사가 56%에 이르렀다는 경제개혁연대의 조사 내용을 실었다.

사설에서도 포이즌필 제도가 “재벌 총수 개인에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몰아주는 것으로 주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장치”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정부는 기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사느라 투자를 못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금융위기 등으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향후 주가 상승을 대비해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라 진단했다.

또 “경제가 발전하고 기업 규모가 커지면 대주주 지분은 점차 줄어들기 마련”이고 “이때 경영권을 방어하는 길은 경영을 잘해서 소액주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면서, 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하면 “경영권을 뺏길 염려가 없으니 자기 마음대로 경영을 해도 그만”이라 여기게 되어 “그간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재벌 총수의 황제경영만 강화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기업은 재벌 총수 개인의 것이 아니며, 일반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총수의 경영권을 보장하겠다는 정책은 곤란하다며 “이는 이명박 정부가 강조해온 시장경제 원리에도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경향신문은 2면에서 “정부가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따르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포이즌 필(경영권 방어를 위한 독약조항)’ 제도의 도입을 추진키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경영권 보호 ‘포이즌 필’ 도입 추진>(경향, 2면)
<대기업엔 ‘진수성찬’ … 중소기업엔 ‘그림의 떡’>(경향, 15면)
<서민에겐 ‘찔끔’ 지원, 대기업엔 화끈한 선물>(경향, 사설)

이어 “포이즌 필 제도는 투자확대보다는 재벌 총수의 경영권 보호 장치로만 쓰일 가능성이 높아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고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커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15면에서도 “정부가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방어장치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면서 “막대한 사내유보자금이 경영권 방어에 사용되고 있는 만큼 이를 투자자금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정부의 설명을 전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 부진은 수요 부족이 직접적 원인인 만큼 경영권 방어 비용이 줄어든다고 해서 투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나온다며, 오히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처럼 대기업 총수들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정책을 펴면서 정부가 투자유인책으로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사설에서는 “며칠 전 서민정책이라며 이미 나와 있던 것들을 끌어모아 ‘찔끔’ 지원 방안을 내놓은 정부”가 어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관합동회의에서 “기업 프렌들리 정권답게 대기업에는 화끈한 선물을 풀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설은 “정부가 기업의 유보 자금을 마음 놓고 투자에 활용하게 한다며 도입하기로 한 포이즌 필 등 경영권 방어장치도 논란의 소지가 크다”며 “잘못 도입하면 무능한 재벌 총수를 과잉 보호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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