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정몽준’을 향한 정몽규(49)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의 행보가 시작된 것일까.

정 총재는 5일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모하메드 빈 함맘(62·카타르)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의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도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정몽준(60) FIFA 부회장과 조중연(65) 대한축구협회장이 함께 자리했다.

● 포스트 정몽준 향한 첫 발

이날 기자회견의 주 테마는 함맘의 FIFA 회장 도전 천명과 정 부회장의 공개 지지였다. 함맘과 정 부회장이 가운데에 앉았고 정 총재와 조 회장이 양쪽 끝에 자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정 총재를 배석하게 한 부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프로연맹을 책임지고 있는 정 총재가 AFC 수장인 함맘을 만나는 데 무리가 없는 자리였다. 자연스럽게 국제무대에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기자회견 전에는 4명이 함께 식사를 하며 국제축구 흐름과 차기회장 선거 판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 총재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국제축구 무대 진출의 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재는 프로연맹 총재직을 제의받은 뒤 정 부회장에게 자문을 구했다. 둘은 사촌지간이다. 정 부회장은 “프로연맹만 맡고 끝낼 거면 하지 마라. 한국축구 발전에 힘쓴 뒤 나중에 국제무대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자신이 있으면 수락하라”고 조언했다.

한국축구는 포스트 정몽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정 총재는 영국 유학파로 축구에 대한 조예가 상당히 깊다. 그가 총재직을 맡은 지 불과 두 달이 지났는데 벌써 굵직굵직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포스트 정몽준으로 모자람이 없다는 평이다.

● 함맘 4대 공약

함맘이 제프 블래터(75·스위스) 현 FIFA 회장을 이기기 위해서는 정 부회장을 비롯한 아시아 세력의 지지가 꼭 필요하다. 함맘은 4일 평양을 방문해 리종무 북한축구협회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고 왔다. 함맘은 “아시아가 세계 축구를 이끌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의사결정 기구 확대 ▲투명성위원회 설립 ▲대륙연맹으로 행정력 분산 ▲월드컵 관련 수익금의 공정한 배분 등 4대 공약을 내걸었다.

정 부회장은 “함맘 출마를 환영한다. FIFA 변화와 개혁을 주도하기에 적합한 인물이다. 아시아 출신 인사가 FIFA 회장되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블래터는 사무총장과 회장으로 FIFA에서 30년 가까이 일했다. 이제 새 사람에게 양보할 때가 됐다”고 일침을 놨다.

블래터와 함맘은 6월 2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 FIFA 총회에서 4년 임기의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격돌한다. 208개 회원국이 한 표씩 던지는 1차 투표에서 3분의 2를 얻으면 당선된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트위터@k1isonecut)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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