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분당구 정자역 앞 14일 낮 12시30분  광장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붉은색 줄무늬 셔츠를 입고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채 등장해 마이크를 잡은 홍 최고위원이 트로트를 열창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홍 최고위원은 한때 공천을 반대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의를 다해 강재섭 후보를 치켜세웠다. 그는 "우리 당에서 해먹을 거 다 해먹고 가버린 손학규 후보를 잡을 사람은 강재섭뿐"이라며 "강 후보는 당 화합을 이뤄서 정권 재창출에 앞장서는 그런 인물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상에 오른 강 재섭후보는 "야당에서 이번 선거를 정권심판이라며 거창한 포장을 해놓고 달려들고 있다"며 "좋다. 크게 붙어 보자"라고 일갈했다. 강 후보는 이어 "분당을에서 패한다면 한나라당은 보따리를 싸야 된다. 다음 정권을 넘겨줘야 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강 후보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표밭을 누볐다. 오전에는 분당의 교통 중심지인 미금역 사거리에서 서울행 광역버스를 타려고 줄을 선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강 후보는 기자에게 "주민들이 광역버스를 타려면 4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며 "출근길부터 파김치가 되는 주민들을 위해 출근형 교통버스를 많이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후에는 정자역 인근 주상복합아파트 내 상가에서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고, 분당 태현공원 앞 노인정과 금곡동 주변 상가를 돌아다닌 뒤 오리역과 미금역 사거리에서 거리유세를 벌이는 등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이에 '젊음과 미래.' 4·27 경기도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 출정문에서 "국민이 행복한 나라, 중산층의 꿈, 꼭 이루겠다. 즐거운 변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손 후보는 14일 IT(정보기술) 업체들을 찾아가 "IT는 한국경제의 미래"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보기 좋다" 등의 말을 반복하면서 한 표를 호소했다.

손 후보는 미금역 사거리에서 2시간 동안 출근인사를 마친 뒤 오전 10시30분 구미동 '네오위즈 게임즈'로 향했다. 연두색 넥타이에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회사 측으로부터 명예사원증을 받고 사내를 돌았다.

손 후보는 네오위즈 최관호 사장 등과 게임업계 현황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 뒤 직접 '퍼즐 버블'이라는 게임에 도전했다. 손 후보는 "이거 게임 실력이 다 들통나겠는 걸"이라고 농담을 던진 뒤 컴퓨터 앞에 앉았다. " 마우스 오른쪽 벽을 이용하세요." 손 후보는 엇! "이거 잘 안 되네. 공기방울 색깔은 바꿀 수 없나." 최 사장의 '코치'를 받으며 자못 진지하게 게임에 임한 손 후보는 무난한 실력을 선보이면서 레벨 1단계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는 이어 회사 직원 10여명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하며 담소를 나눴다. 직원들이 "아이패드는 잘 쓰시느냐"고 묻자 "주로 뉴스를 본다"며 즉석에서 아이패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한 남자 직원이 "요즘 몇 시간이나 주무세요"라고 물어보자 "아무 때나 잔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잠든다"고 답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보기 위해,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며 "IT산업의 도전정신을 통해 희망찬 미래경제를 개척하자"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손 후보는 정자1동을 찾아가 인터넷 포털 '네이버'로 유명한 NHN 본사 앞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나온 직장인들을 만났다. 그는 "안녕하세요. 손학규입니다. 인사 좀 드리겠습니다"라며 악수를 청했다.

일부 시민은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손 후보를 향해 흔들어줬다. NHN에 근무하는 김성헌(37)씨는 "트위터에 올리겠다"면서 스마트폰으로 손 후보와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손 후보가 유세 첫날 공식일정으로 게임업체와 포털업체를 찾은 데는 분당구 내 근로자 1만5000여명이 IT업종에 종사한다는 점, 과거 경기지사 재직시절 벤처기업 단지인 킨스타워와 판교테크노밸리 등을 유치한 점 등이 고려됐다.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자신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확인된 40대 이하 젊은층의 투표율을 높이고, 'IT와 친숙한 젊은 이미지'를 강조해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와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손 후보 측근은 "젊은층의 투표 여부는 손 대표의 당락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조용한 유세 전략을 택한 손 후보 측은 길거리 유세에서 민주당을 상징하는 녹색 사용까지 피했다.  20∼30대로 구성된 선거운동원들은 청바지에 흰색 상의를 입었고, '변화가 필요하면 손 잡아주십시오'라고 적힌 플래카드도 온통 흰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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