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여당이 강행 처리하려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부결되었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이 기권했기 때문이다.

외통위 법안심사소위는 이날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국회로 불러 1시간 남짓 한-유럽연합 FTA에 따른 국내 피해대책을 들었다. 회의엔 소위 소속 한나라당 유기준, 최병국, 김충환, 홍정욱 의원과 민주당 김동철, 신낙균 의원 등 6명이 참석했다.

소위원회는 유기준 소위 위원장이 정부 대책에 관한 토의를 생략한 채 곧바로 표결을 선언하면서 “비준 동의안에 찬성하는 위원은 기립해 달라”고 말하자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과 강기갑,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이 의사봉을 잡아채는 등 몸싸움이 벌어졌다.

김동철 의원은 “찬성이 세 분밖에 안 된다”며 기립하지 않은 홍정욱 의원을 가리켰고, 홍 의원은 “기권한다”며 퇴장해버렸다. 찬성 3, 반대 2, 기권 1로 찬성이 출석 과반에 못 미쳐 안건은 부결됐다.

한나라당은 “표결 당시 홍 의원이 자리 뒤에 있던 텔레비전 카메라 탓에 제대로 못 일어섰으나 분명히 기립했다”며 ‘비디오 판독’까지 벌였지만, 홍 의원은 따로 기자회견을 열고 “물리력을 동원한 강행 처리에 반대하기 때문”에 기권했다며 “회의에서 최대한 야당을 설득할 준비를 하고 갔는데 그럴 겨를도 없이 긴박하게 (소위원장이) 의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FTA가 국익을 위해 조속히 비준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 국익은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더 이상 생떼와 강행으로 얼룩진 국회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빠르게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바르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번 번역 오류 사태는 “국회 잘못이 아니고 정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로서 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 처리 후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겠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던 국회바로세우기모임의 약속을 지켰다.

한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외통위 법안소위의 한·EU FTA 비준안 논의 결과를 보고 받았지만 남경필 위원장이 이날 비준안 의결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 위원장은 “소위에서 부결된 안건에 대해서도 전체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며 전체회의에서 비준안을 계속 심사할 것임을 밝혔고, 오는 19일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비준안을 재논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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