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해체 투쟁을 벌여야 할 모양이다. 2기 방통심의위원 구성을 놓고 여야가 벌이는 행태가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공안 방통심의위’ 해체 외엔 답이 없다.

이명박 정권은 공안검사 출신들을 방통심의위원으로 밀어 넣어 공안기구로 만들 작정을 하고 나섰다. 지난 8일 이 대통령은 공안검사 출신의 박만·최찬묵 변호사와 조선일보 기자 출신 박성희 교수를 방통심의위원으로 내정했다.

박만 씨가 누구인가? 2003년에는 송두율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을 지휘한 공안 검사 였고, 2008년에는 이명박 정권의 KBS 장악에 부역해 정연주 사장 축출에 나섰던 KBS 이사였다. KBS의 양심적인 구성원들이 정권의 방송장악에 저항하자 KBS 사내에 경찰을 투입을 요청한 인물이기도 하다.

최찬묵 씨는 지난 2004년 검사장 1순위였던 박만 씨가 진급에서 누락하자 공안을 홀대한다며 사표를 내고 거대 로펌 ‘김앤장’으로 옮겨 재벌 총수들의 변론을 맡아왔던 사람이다.

도대체 방송심의기구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심의를 통해 방송의 질을 높여 우리방송의 발전을 꾀하고 시청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기 방통심의위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심의’라는 이름으로 탄압했다. 자신들의 구시대적 발상으로 이해가 되지 않으면 무조건 제재의 칼날을 휘둘러 시청자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방송의 ‘발전’이 아니라 ‘퇴행’을 주도하는 통제기관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 정권은 이것으로도 부족했는지 공안검찰 출신들을 두 명이나 들여앉혀 더욱 철저한 통제와 탄압에 나설 것임을 천명한 셈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 ‘공안통’들이 어떤 기준으로 방송프로그램들을 ‘심의’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1기 방통위에서 보았듯 이들은 권력에 비판적인 프로그램만 통제하는 데에서 머물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낡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프로그램의 창의성을 죽이고 나아가 우리 방송 전반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통제와 억압에 나설 것이다.

이런 방통심의위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당장 해체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방송발전과 시청자들의 권익을 도모하는 길이다. 만약 이명박 정권이 기어이 ‘공안방송통제위원회’를 밀어붙인다면 시민사회와 언론계는 해체 투쟁에 나설 것이다.

한편, 정권의 이 같은 방통심의위원 구성에 맞서 싸워야 할 민주당의 행태는 참으로 한심하다. 민주당은 야당 추천 방통심의위원으로 김택곤 전 전주방송사장을 내정했다고 한다. 그는 지역방송 언론노동자들로부터 ‘공공의 적’이라는 오명을 얻은 인물이다. 2005년 전주방송 사장으로 부임한 후 노동조합 탄압, 단체협약 파기, 부당해고 등을 벌여 악명을 떨쳤다. 또 자신의 운전기사를 카메라맨으로 인사발령 내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는가 하면, 촬영 중 실수로 카메라를 파손한 기자에게 과도한 징계를 내려 해당 기자가 할복을 시도하는 일까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수당을 줄이기 위해 아침뉴스를 전날 밤에 녹화해서 방송하도록 한 반면, 자신의 연임을 위해 주주들에게 3년 동안 30억이 넘는 배당을 해주었다고 한다.

민주당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김 씨를 내정했다고 하면 제 정신이 아니고, 모르고 했다면 인사에 대한 최소한의 절차도 밟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권의 끝없는 언론통제 시도에 맞서, ‘공안방통심의위’에 대항할 능력과 의지를 갖춘 인물을 추천하지는 못할망정 이 무슨 행태란 말인가?

최근 방통위원 추천, KBS 수신료 상정 합의, 방송법 개악 법률안 처리에 이어 방통심의위원까지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면 민주당은 ‘우리는 정권교체를 포기했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이라도 김택곤 씨 내정을 포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국민들이 민주당에 대해 남아 있는 마지막 기대마저 버리도록 내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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