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을 단일의제로 사상 첫 南北간의 고위회담을 놓고 국내외적으로 贊反이 들린다.소위 ‘투 트랙접근법(two-track approach)’으로 명명되는 우리정부의 자세는 기본적으로 천안함.연평도사건과 6자회담을 분리해서 접근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같은 민족으로 북한을 만나야 하고 꾸준히 대화를 해야만 하는 역사적인 성찰을 가벼이 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만나기 전에 과거에 수십 차례 반복된 전술적 차원의 형식적인 만남이 될 가능성을 처음부터 조금은 더 줄이는 노력을 정부가 더 치열하게 해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픈 것이다.

정부는 우선 비핵화를 위한 수순으로 남북간의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을 진행하고, 다음 그 차순으로 美北회담을 한 이후 6자회담을 재개한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는 듯이 보인다. 논리상으로 보면 일견상 타당한 것으로 보이나 '절대로 핵은 포기 안한다'는 북한의 주장이 리비아사태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확인된 이 상황에서 무슨 대화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정부가 끌어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성이 의문시 된다.

자칫 잘못하면 정부는 대화를 위한 대화의 場을 열어놓고 또 다시 북한정권의 대남분열책동을 합법화하는 선전의 場으로 그 대화무대가 공론화되어서 북 핵문제를 놓고 국내에서는 남남갈등이 더 첨예화되고 커질 것이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인 것이다. 이거 하나만 보더라도, 정부가 북 핵문제를 방치하지 않고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업무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실익을 놓고 두드리면 우리 측이 잃을 것이 더 많을 것이란 우려도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남북관계 개선문제도 그렇다.

어떤 상황하에서도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체제가 공고화되는 시점까지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건을 놓고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혹시나 회담장에서 비공개를 전제로 비공식사과제의는 북한이 남한으로부터 경제적도움을 얻으려는 전술적 계산으로 할 수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 두 사건에 대한 북한의 공개적이고 진실 된 사과가 없이 식량자원 및 금강산 관광 재개논의를 위한 협상을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정서와 맞는 것인지 정부는 더 치열하게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충분히 있어 보인다.

회담을 위한 실익이 없는 회담을 위한 우리 정부의 對北접근법은 그것이 남북정상회담이라 할지라도 대한민국자체의 국익확보보다는 중국이나 미국의 외교적 잔치에 소위 ‘들러리’를 서는 경우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지난 1991년 ‘남북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이후 20년간 우리는 너무나 값이 비싼 댓가를 치루면서 북한에 대한 충분한 학습효과를 갖고 있다. 이렇게 값진 교훈을 갖고 있는 우리정부가 또다시 북한의 터무니없는 무력도발을 놓고 북한의 眞情性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의미가 없는 협상을 하고 보상을 하면서, 북한에게 우리정부를 우습게 보는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대한민국정부가 북미대화를 위한 형식적인 겉치레를 하는 것에 동의할 대한민국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동.북아프리카의 민주화열기에 불안감을 보이고 있는 북한의 김정일/김정은 정권에게 미리부터 그들의 걱정을 우회하면서 대화의 場을 먼저 마련한다는 것이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전략에 부합되는 것인지도 진지하게 考察을 해 보아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정부와 미국은 중국이 지금 한반도를 향해서 전개하고 있는 ‘등거리 두개의 한반도책략(equal distance policy)’에 휘둘리지 말고 냉정하고 차분하게 중국의 무조건적인 북한두둔 등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의 기회를 위해서라도, 시간을 더 갖고 북한을 국제무대에서 두둔하는 그 입장부터 공식적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순리적으로 보아도 북한주민들이 더 폭압과 압제의 구렁텅이로 가는 길인 김정일/김정은 정권의 독재체제를 무리하게 掩護하는 길에서 과감하게 방향을 전환하는 전략수정을 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이다.

다시 한 번 거듭 강조하지만, 중국의 공산당(CCP)과 김정일/김정은 독재정권이 한반도정책, 대남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공식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과 북한의 대화전술에 미국과, 특히, 대한민국이 휘둘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리 내년에 선거가 있고 동북아의 불안정성이 더 커지는 구도가 조성되어도 우리가 가장 소중한 원리원칙과 전략을 스스로 허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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