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와 민주당 최문순 후보, 무소속 황학수 후보 등 3파전으로 펼쳐지는 강원지사 보궐선거.

그러나 고교 선·후배이자 나란히 MBC사장 출신인 엄기영, 최문순 후보 간 맞대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이광재 책임론과 동정론'이 부각되면서 '김진선 도정'도 함께 도마에 올라 여야가 성명과 설전으로 선거전이 격화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18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광재 도정이 결국 보선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참 살림 도정의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며 "최문순 후보 측이 지난 12년간 도정에 대해 망쳤다고 비난하는 것을 보고 상식과 이치에 맞는 얘기를 해야 되지 않느냐고 되묻고 싶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날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원주 유세에서 "엄기영 후보를 찍으면 12년간 강원도를 망쳐 온 김진선 지사의 실정이 반복된다"며 비판한 것에 대해 맞불을 놓은 것.

앞서 김 전 지사는 지난 13일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지난 10개월간의 도정은 궤도 이탈, 항로 이탈, 표류하는 난파선과 다름없었다"고 이 전 지사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면서 선거전에 불을 당겼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성명으로 "김진선 12년 도정이 도에 남긴 것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두 번의 실패와 알펜시아리조트로 인해 1조원이 넘는 빚더미인데 실정의 장본인이 무엇을 바로잡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맞섰다.

이번에는 한나라당에서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는 최광재인가? 최문순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민주당 최문순 후보는 도민의 공복(公僕)으로서 존재감을 찾기보다는 이광재 전 지사의 그림자 속에 파묻힌 채 자신의 목소리를 감추는 모습"이라며 비난의 날을 세웠다.

이같이 연일 설전이 이어지면서 선거 초반부터 중앙 정치인의 대리전으로 시작해 '힘있는 여당론 대 정권심판론', '이광재 책임론 대 동정론'과 함께 '김진선 대 이광재' 구도로 보는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전직 MBC 사장 출신이자 고등학교 선후배인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와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공식석상에서 한치의 양보없는 뜨거운 공방을 펼쳤다.

이날 KBS춘천방송국에서 열린 TV정책토론회에서 지역 현안해결 방안과 상대후보의 공약을 놓고 극명한 이견차를 드러냈다. 각 후보 진영에서는 황영철 한나라당 도당위원장과 민주당 박영선 의원 등 패널들이 참석해 상대후보에게 날카로운 질의로 토론열기를 더했다.

최 후보는 엄 후보의 삼성 생명산업 투자 유치 홍보와 관련 "이광재 전 지사가 재임 중이던 지난해 12월 14일에 이미 결정한 일로 마치 자신이 다한 것처럼 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엄 후보는 "본인이 유치했다는 게 아니라 이 전 지사가 이 일에 개입한 게 아니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천안함 피격사건과 관련해서는 엄 후보가 "(최 후보는)피격사건의 북한 소행을 부정했다"고 공격하자 최 후보는 "엄 후보는 군생활을 하셨느냐. 반복해서 묻는 것 자체가 색깔론"이라고 반격했다.

두 후보는 또 각자 내세운 고용창출 공약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엄 후보는 "녹색신성장사업 10만개 등 대규모 SOC 사업에서 2020년까지 30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14년까지 16만개 일자리 창출을 내세운 최 후보는 "동해안 지역에 제2개성공단을 조성할 경우 10만개의 일자리와 노인, 여성들을 위한 콜센터 등에서 4000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엄 후보가 "최 후보의 무상급식과 교육에 대한 재원조달 방안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하자 최 후보는 "예산편성은 다 됐고 여건이 충족됐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안 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두 후보는 삼척 원전 유치에 대해 중단 또는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엄 후보의 한나라당 입당, 최 후보의 MBC사장직 사퇴 후 민주당 비례대표 입성, 이 전 지사 퇴임배경 등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앞서 엄기영 후보는 첫 TV토론회에서 "이번 선거는 불법정치자금을 받아 도지사직 박탈에 따라 하는 선거"라며 "보궐선거 시행으로 113억4천만원의 혈세가 들어갔다"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민주당도 곧바로 맞받아 "한나라당과 엄기영 후보의 이광재 죽이기가 도를 넘어섰다"며 "공개적인 TV토론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이광재 전 지사의 인격과 품위를 훼손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라고 일침을 놓았다.

또 "엄기영 후보가 허위사실까지 유포하며 이 전 지사를 비하하는 것은 이광재를 정치적으로 또 한 번 죽이려는 시도"라며 "이는 변화를 갈망하는 도민의 희망을 뿌리째 뽑아버리려는 것으로 고난의 시간을 보내는 이 전 지사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탓에 여야 모두 유세기간 내내 당 지도부가 강원도에 상주하는 등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는 엄 후보가 최 후보를 다소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양당구도 속에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투표율이 변수인데, 투표율이 낮으면 엄기영, 높으면 최문순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책임론과 동정론이 엇갈리는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민심의 평가가 크게 작용될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막판까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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