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후 후폭풍 감지'


"잡원들(직업체험관)를 최대한 활성화시켜서 많은 사람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분당을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

"의사결정권을 갖는 위치가 되면 중소기업,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습니다."(손학규 분당을 민주당 후보)

4.27 재보궐선거를 사흘 앞두고 맞은 마지막 휴일, 여야는 막바지 표심잡기에 총력을 기울인다.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는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가 부활절 기념 종교행사에 연달아 참석한 뒤 나들이객들을 상대로 열띤 표심 잡기에 나서고 민주당 손학규 후보는 젊은층의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인 후 마트와 백화점을 방문해 맹렬한 득표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강원도에서는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가 원주와 춘천에서 집중유세를 펼치며 세몰이에 나서고, 민주당 최문순 후보는 철원에서 부활절 행사에 참석하는 등 부동층 공략에 심혈을 기울인다.

경남 '김해을'에서는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인물론을 앞세워 홀로 지역을 누비고,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는 당의 총력 지원 아래 노풍 확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4.27 재보선은 규모 면에서는 미니선거에 불과하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어 그 중요성은 어느 대형 선거 못지 않다. 특히 여야 모두 거물급 인사가 출마한데다 막판까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박빙의 접전이 펼쳐지고 있어 이번 재보선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분당을 4.27 재보선에 나선 한나라당 강재섭. 민주당 손학규 후보 [국회= e중앙뉴스 지완구 기자]
◆‘분당 乙(을)’ = 혼전을 거듭하며 최고 관심 지역으로 떠오른 분당을 보궐선거는 그 결과에 따라 여야 정치지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분당을은 대표적인 한나라당의 텃밭인 만큼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가 패한다면 여권은 패닉 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는 수도권 여당 의원들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 될 게 자명하다. 다른 지역의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조기전대론이 불거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민주당 손학규 후보는 분당을에서 승리할 경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가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와 '야권 대표주자' 자리를 놓고 경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분당을이 야권으로서는 워낙 어려운 지역인 만큼 손 후보는 직접적인 패배 책임론에서 비켜가겠지만, '손학규 대안론'에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당내 대권 경쟁자들의 더욱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지사’ =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공식적으론 선거에 관여한 적이 없지만 당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특위 고문 자격으로 지난달 강원도를 두차례 찾은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에 대한 `간접지원'이란 해석이 나왔다.

박 전 대표가 오는 28일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하는 것도 보수층 유권자들의 단합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민주당은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후광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 전 지사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가 인정돼 도지사직을 박탈당했지만 지역에는 '정치 보복의 희생양'이라는 '동정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광재 동정론'이 민주당 최문순 후보 지지도를 얼마나 견인할지 관심사다. 막판 불법 선거운동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이에 대한 여론 향배도 주목되고 있다.

전화홍보원 30여명이 지난 22일 한나라당 엄기영 강원지사 후보를 위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이다 경찰에 적발되자 민주당은 엄 후보 사퇴를 촉구하며 공세를 폈다.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모임에서 재보선 지원을 독려한 이재오 특임장관은 민주당에 의해 공직자 선거중립 의무 위반 혐의로 선관위와 검찰에 고발됐다.

한나라당은 이에 질세라 야당의 각종 부정ㆍ불법선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단(위원장 여상규 의원)을 구성, 맞불을 놓았다.

진상조사단은 민주당 최문순 강원지사 후보에게 유리한 문자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대량 전송한 사건 등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김해을’ = "연대를 해도 연대의 효과가 없고, 성과가 없으면 그것은 무의미한 연대일뿐이고 어느 당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단일화 직후 상당한 격차로 앞섰지만 최근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격차를 상당히 좁히고 있다는 게 양측의 공통된 입장이다.

이 후보는 막판 `노풍(盧風)'의 위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해을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 위치한 곳인만큼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었던 유시민 대표가 이끄는 참여당에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표를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반면 김 후보는 `나홀로 선거'를 통해 역전승을 노리고 있다. 김 후보는 이 지역이 한나라당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 당 지도부의 지원유세를 사양한 채 선거 초반부터 혼자 지역구를 돌면서 "김해을을 위해 온 몸을 바치겠다"고 호소했고 이것이 점차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4.27 ‘재선거 결과’ = 부당을에서 한나라당의 전통적 강세지역이라는 점에서 패배할 경우 그 책임은 여당이 더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총선 위기론이 가시화되면서 '지도부 교체론'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야당에 내줬던 '강원과 김해을' 지역에서 승리할 경우 책임론은 소폭에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이룬 경남 '김해을'과 '전남 순천'의 선거결과도 관건. 경남 김해을은 우여곡절끝에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로, 순천은 당내 논란속에 민주당이 공천을 포기하면서 민노당 후보로 단일화됐다.

야당 강세지역인 김해을을 한나라당에 내주거나 순천에서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될 경우 '야권연대 책임론'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힘있는 여당'을 선거 구호로 내세운 한나라당과 '정권 심판'을 내건 야당이 맞붙은 만큼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승패에 대한 책임론을 놓고 당역학 관계도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 재보선 이후 차기 대권주자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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