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창립된 한국역사연구회는 2009년 6월 30일, 학회지 ‘역사와 현실’ 제72호를 발행했다. 이번 호에는 <조선시대 지방의 재정운영>이라는 제목으로 특집논문이 4편, 일반논문이 4편, 그리고 시론 1편, 연구동향 1편, 서평 2편이 실렸다.

시론 ‘작전통제권 반환, 핵개발, 그리고 노무현’(박태균, 서울대학교)에서는 최근 문제가 된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문제,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장 기간임에도 강행된 북한의 핵실험, 한나라당 일각에서 제기한 남한의 핵개발 자주권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논의와 관련된 과거 한국의 독재정부, 부시행정부, 북한지도부, 그리고 현재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한국 보수세력의 공통점에 주목하였고, 현단계 한국의 적절한 외교적 대응이 필요함을 모색하고 있다.

특집은 <조선시대 지방의 재정운영>이라는 제목으로 조선시대 국가재정의 문제를 지방의 시각에서 조명한 논문들이 수록되었다. 조선왕조는 모든 재원을 왕권에 집중시켜 공공업무를 수행하는 각급 국가기관에 재분배하는 방식을 재정이념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운영에서 전체적으로는 국가재원으로 파악되지만, 중앙으로 상납되지 않는 많은 재원이 지방재정 운영의 일환으로 지방관청에 위임되었다. 이 특집은 이러한 조선시대의 국가재정과 지방재정 운영의 관계를 ‘총론: 조선시대 지방재정’(손병규, 성균관대), ‘16세기 지방 군현의 공물분정과 수취’(이성임, 규장각), ‘17·18세기 사창을 통한 지방관의 재정 보용 사례’(문용식, 고려대), ‘조선후기 동래부의 공작미 운영실태와 그 성격’(김경란, 성균관대)이라는 세 편의 논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러한 조선왕조의 국가재원 재분배 방식은 오늘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재정운영 방식에도 중요한 시사를 던져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동향으로는 정연식 교수(서울여대)가 최근 새로운 역사연구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생활사 연구의 현황과 과제를 집중 검토하였다. 필자는 예컨대 조선시대 사람들이 하루에 몇 끼를 먹고, 한 끼에 먹은 양은 평균적으로 얼마나 되었는가 하는 문제 등도 역사연구에 중요한 과제가 된다고 역설한다. 물론 이러한 연구에 의미를 두지 않는 연구자도 있다. 그러나 ‘소농’(小農)의 개념이란 무엇인가, 과연 자작농이란 어느 수준을 뜻하는가 하는 개념 도출에 위와 같은 연구가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돌아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마치 오늘날 최저생계비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사회분석을 하는 것처럼, 이러한 구체적 생활 실상에 입각한 역사연구는 한 시대를 정확하고 풍요롭게 밝혀준다는 점에서 생활사 연구는 중요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서평으로는 한국도시사 연구와 민족주의에 대한 최근의 저서를 다루고 있다. 현재 서울시장을 거친 인물들이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에서 보듯, 서울이 차지하는 한국사회에서의 위상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서울이 어떻게 구성되어왔는가는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조선시대 서울 도시사를 다룬 한·일 양국의 두 편의 도시사 연구(고동환, ‘조선시대 서울도시사’, 태학사, 2007 ; 吉田光男, ‘近世ソウ都市社會硏究’, 草風館, 2009)를 비교·검토한 것은 오늘의 서울시 운영에도 큰 시사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서울은 조선시대 500년의 수도였으며, 계속하여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점에서, 평자(염복규, 국사편찬위원회)는 조선시대 서울 도시사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하나의 서평은 민족주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 신기욱은 현재 미국에서 활약하는 중견 한국학연구자로서, 미국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책이 최근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것을 계기로(신기욱, ‘한국 민족주의의 계보와 정치’, 창비, 2009), 한국의 대표적인 민족주의 연구자인 박찬승 교수(한양대학교)가 서평을 제시하였다. 과거부터 최근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 촛불집회 등 한국의 민족주의를 저자는 종족적 민족주의로 해석하였고, 그것을 국제사회주의, 세계화와 관련하여 해석하고 있다. 흔히 ‘단일민족’, ‘단군의 자손’이라는 말을 일부에서 쓰기도 한다는 점에서 한국 민족주의를 종족적 민족주의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실제로 우리들 자신이 단군의 자손이라고 믿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관점에서 평자는 민족주의 논쟁을 근본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에 바탕을 둔 토론으로 전개시키고 있다.

이 밖에도 일반논문으로 ‘고연무의 고구려 부흥군과 부흥운동의 전개’(이정빈, 경희대학교), ‘고려 충숙왕의 전민변정 및 상인등용’(이강한, 인하대학교), ‘여말선초 명의 예제와 지방 성황제 재편’(최종석, 서울대학교), ‘1940-60년대 농촌위생연구소의 설립과 활동’(박윤재, 연세대학교) 등 네 편의 논문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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