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민주노총의 주력 노동조합 중 하나였던 서울지하철노조가 올해 7월 복수노조 허용을 앞둔 시점에서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제3노총 설립에 나선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노동조합인 서울지하철노조는 민주노총 탈퇴와 새로운 상급단체 설립·가맹에 대한 건을 연계해 찬반을 묻는 조합원 투표를 27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결과 가결됐다고 29일 밝혔다.

개표 결과 조합원 8천197명(투표율 94.88%) 중 찬성이 4천346표(53.02%), 반대가 3천822표, 무효가 29표였다. 서울지하철노조의 조합원은 8천639명으로 노조 가입률은 90.5%다.

서울지하철노조는 투표 가결 직후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현실 노동운동이 상층 지도부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정치이념 투쟁과 귀족노동운동에 매몰돼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면서 "수요자인 조합원ㆍ노동자ㆍ국민이 중심이 된 상생과 협력을 주도하는 선진 노동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지하철노조 정연수 노조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민주노총 탈퇴와 함께 '제3노총'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새 희망 노동연대'의 참여조직들과 다음 달 중 제3노총 결성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의견을 수렴해 6월 중 새로운 노총이 결성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3노총은 현장과 괴리된 정치·이념적 강성투쟁보다는 사측과 상생을 통해 근로조건 개선 등 실리를 중시하는 성향을 띠고 있어 기존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과 차별화되고 있다.

특히 7월 복수노조 허용을 앞두고 서울지하철노조 등 노동조합들이 잇따라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금속노조 산하 노조 10개 이상을 비롯해 공공운수연맹, 민간서비스연맹, 사무금융연맹 등 산하의 20여개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2009년 12월 민주노총 탈퇴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했으나 부결된 바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번 투표는 민주노총 탈퇴뿐 아니라 상급단체 설립과 가맹에 관한 찬반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과반수 투표에 ⅔이상이 찬성해야 효력이 있다"면서 "절차상 하자가 있는 만큼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전체 조합원 과반수 투표와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상급단체 탈퇴 효력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노조법 제16조는 연합단체의 설립·가입 또는 탈퇴에 관한 사항은 재적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조합원 과반수 찬성(일반의결 요건)으로 의결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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