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의 일상적 활용과 함께 연결은 우리 사회를 규정하는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의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을 당연시 한다. 이 같은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우리 시대를 규정하고 미래를 변화시키는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연결이 중요해지는 것은 우리가 물리적 단절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손쉽게 웹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 서비스 증가로 연결에 대한 니즈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사람들은 즉각적이고, 수평적인 연결을 지향하고 있다. 사회적 연결을 통해야만 의미를 갖는 행동들이 늘어날 것이다. 나아가 ‘연결된 우리’는 사회를 바꾸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 등으로 대별되는 새로운 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성세대와의 문화적 충돌 속에서 혼란도 나타나겠지만, 결국 우리 사회는 연결 중심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기업도 이러한 변화에서 예외일 수 없다. 특히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변화, 광고/마케팅, 전략, 조직문화 측면에서 연결이 갖는 의미와 영향력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래의 기업들에게 연결은 새로운 시장의 기회, 이해관계자의 확장, 그리고 리스크 확대와 같은 의미를 가질 것이다.

Ⅰ. 지금 왜‘연결’을 주목해야 하나

1. 웹을 통한 연결의 일상화

업무 중 혹은 정보 검색 중, 어느덧 지인의 미니홈피 사진첩을 클릭하는 자신을 발견한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지인의 미니홈피에 연결된 다른 사람들의 미니홈피를 클릭하면서 주변 근황을 엿보기도 한다. 낯선 사람의 블로그 글을 읽고, 의견을 교환하는 일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뉴스 자체 보다는 뉴스 하단의 재치있는 덧글을 기대하면서 해당 기사를 클릭하는 일도 많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트위터(Twitter)라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트위터는 비교적 새로운 SNS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다. 하지만 피겨스타 김연아 선수가 자신의 트위터를 개설하면서 우리나라에도 트위터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트위터는 웹을 통해 간단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일종의 축약형 블로그다. 여기서 사람들은 특정한 이슈나 메시지에 대해 Following, Follower라는 개념으로 상호 연결된다. 사람들이 앞 다투어 트위터에 가입했던 이유도 김연아 선수와 개인적 연결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현실공간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외 문제가 심화되고 있지만, 반면 웹 공간에서는 사람을 찾고, 생각을 읽고, 서로 연결하려는 노력들이 확대 강화되고 있다. 이 같은 사람들의 인식 변화, 즉 일상화된 연결이 우리 시대를 규정하고 미래를 변화시키는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연결이라는 개념은 사람과의 관계 외에도 기기-서비스, 기업-파트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일 수 있지만, 여기서는 웹을 통해 나타나는 사람들간 관계의 변화, 그리고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2. 왜 지금 연결인가

연결이 중요해지는 것은 우리가 단절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공간에서 사람들간의 소통과 만남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사회가 더욱 복잡해지고, 사람들이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을 위한 개인용 기기, 서비스를 즐기고 있다. 특히 최근의 20~30대 젊은 세대들은 인터넷, 모바일 기기와 함께 자라난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들이다. 이들에게 있어 물리적 공간의 단절은 기성세대들에 비해 더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세계의 단절이 오히려 웹 상에서 사람들의 연결을 가속시킨다는 분석이다. 특히 새로운 세대들은 현실의 단절감을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상에서 새로운 관계와 연결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 웹은 곧 연결을 의미한다. 웹에 접속함과 동시에 인스턴트 메신저를 사용하고, 친구의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방문한다. 더욱이 온라인을 통한 연결의 확장은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사회적 기회를 만드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연결에 대한 니즈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일례로, 인맥을 연결해주는 링크드인(LinkedIn)과 같은 서비스에 가입하면 우리의 인맥은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된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집안에 앉아 클릭 몇 번으로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첫 번째 인류, 즉 ‘연결세대’라고 할 수 있다. 영국 BBC 뉴스의 “초연결 세대가 온다(Hyper-connected generation rises)” 라는 인터넷판 기사에서 트위터와 유사한 블로깅 서비스 자이쿠(Jaiku)의 공동창업자 Jyri Engestrom은 “초연결이 미래 시민의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며 연결 중심적으로 변화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의 등장을 예고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기업들은 진부화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극복하고, 고객가치를 혁신하기 위해 고객과의 연결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4G와 같은 통신기술의 발전, 스마트폰, 넷북 등 고성능 휴대기기의 등장으로 연결의 인프라가 고도화되고 있기도 하다. 기업간 경쟁과 기술 진화의 관점에서도 ‘연결’은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화두임에 틀림없다.

Ⅱ. 사회 변화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는‘연결’

1. 연결과 라이프스타일 변화

#1. 노총각인 안통해(36세, 직장인) 대리는 얼마전 소개팅을 했다. 대학을 다니고 있는 후배가 10년이나 연하인 친구를 소개시켜준 것이다. 말이 안 통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소개팅 자리에 나갔지만, 다행히(?) 세대차이를 극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며칠 뒤 통화를 하게되었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소개팅녀의 친구들이 안대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이어리에 써둔 걸 보고 다들 한마디씩 했다는 것이다. 사람 좋은 안대리는 기분이 나쁜 것보다도 마음 속으로 큰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남의 일기를 마음대로 보고 뭐라고 할 수 있었을까?’

#2. 한평등(31세, 직장인) 씨는 가수 윤종신의 팬이다. 요즘 예능프로에서 능청스런 중년의 이미지로 활약하고 있지만, 그는 정통 발라드 가수다. 최근 윤종신의 11집 앨범을 구매한 한씨는 4번곡 ‘내일 할 일’이라는 노래 가사중 ‘이별직후 검색해보면 혼자 볼만한 영화들이 뜨네 가슴 먹먹해지는 것부터 눈물 쏙 빼는 것까지’라는 부분을 듣고 궁금증이 들었다. ‘정말 ‘이별직후’를 검색하면 저런 내용이 뜰까?’ 궁금한 것을 잘 참지 못하는 한씨는 급히 검색을 해 보았다. 1순위 검색결과로 뜬 블로그에 들어가보니 정말로 가사에서 본 영화와 코멘트들이 적혀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덧글들을 보니 노래를 듣고 찾아온 사람들도 참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3. 장공유(23세, 학생) 양은 자신의 보물 1호인 애플의 아이팟터치로 ‘NBC Nightly News’의 팟캐스트 버전을 구독하고 있다. 오늘은 얼마 전 타계한 팝스타 마이클 잭슨에 대한 다양한 보도가 많다. 마이클 잭슨에 대해 잘 모르는 세대인 그녀는 즉시 검색에 돌입했다. NBC 뉴스 홈페이지의 웹 버전 뉴스 비디오와 플리커(Flickr), 위키피디아의 정보를 스크랩한 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잠시 후 RSS를 통해 그녀의 블로그를 구독하는 친구에게서 문자가 도착한다. “마이클 ㅜ.-”. 그녀도 즉시 답장을 한다. ”지금 유튜브로 빌리진 뮤비 보는중 ㅠ.ㅠ”. 그러면서 동영상 덧글란에 추도 덧글을 남긴다. “Farewell to MJ from Korea.”

생활 속의 변화는 이미 상당히 진행

살펴본 에피소드들은 연결 시대의 단면들이다. 첫 번째 장면에서 안대리의 의문은 다이어리의 개념에 대한 과거 세대와 요즘 세대의 시각 차이를 보여준다. 가죽커버가 있는 노트 다이어리를 생각한다면 여러분은 비교적 기성세대거나, 연결의 시대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세대일 것이다. 반면 상당수의 10대, 20대 젊은 세대는 아마도 미니홈피의 다이어리를 떠올릴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이어리는 원래 일과, 감정, 계획 등 개인적인 정보들을 담아두는 곳이다. 그러나 미니홈피의 다이어리는 이러한 개인적 정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미루어 보건데 미래에는 개인의 삶의 작은 부분까지 다른 사람과의 연결되며, 연결 속에서 가치를 갖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두 번째 장면에서는 연결의 수평적인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 가수 윤종신은 작사를 하던 중 ‘이별직후’라는 단어를 검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어느 블로거가 올린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이별직후’를 검색해서 동등한 결과에 다다를 수 있다. 해당 블로그 덧글을 살펴보면 사람들은 자신과 윤종신이 동등한 관계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 즐거워한다. 이와 유사하게 미니홈피, 블로그 등에서는 스타와 팬, 사회적 강자와 약자, 노인과 청소년이 대등한 입장에서 연결되는 경우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세 번째 장면에서 장 양의 사례는 신속하고 다양한 경로로 진행되는 새로운 세대의 연결 방식을 잘 보여준다. ‘NBC 뉴스 홈페이지 - iTunes - iPod - 장공유 양의 블로그 - 친구의 RSS 리더(reader) - 친구 휴대폰 - 장공유양 휴대폰 - 유튜브’ 등 일련의 콘텐츠, 기기, 서비스, 사람들이 중층적이고 쌍방향적으로 연결되면서 과거 세대들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풍부한 경험이 신속하게 공유된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과 확산을 통해 정보가 급속도로 전파되고, 사람들의 생각이 더해지면서 사회의 여론이 생성된다.

연결이 실체를 가진 힘으로 등장

살펴본 바와 같이 사람들은 연결을 통해 점점 더 즉각적인 반응을 원한다. 그리고 평등하고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한다. 신변잡기적인 것에서 내밀한 감성까지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유하려고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연결의 영향력이 현실세계에 까지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과거 세대들이 개념적으로만 생각해 왔던 ‘연결된 우리’가 이제 우리 자신과 사회를 바꾸는 실체를 가진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여러 뉴스채널에서는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와 같은 SNS를 뉴스의 정보원으로 이용하는 일은 흔하다. 특히 이번 이란의 대선과 관련해서는 트위터가 주류 미디어가 전달할 수 없는 많은 정보들을 전달하면서, 전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언론 보도가 통제된 상황에서 트위터를 통해 소식을 알리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상호 연결을 통해 이슈를 전달했다. 글로벌 사회의 비난 여론이 급속도로 형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사회가 경험한 ‘촛불집회’와 같은 현상도 ‘연결된 우리’가 갖는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가 될 것이다.

2. 연결이 일상인 새로운 세대의 등장

새로운 세대의 특징은 바로 상시적 연결의 체화

연결로 인한 사회적 변화들은 새로운 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휴대폰과 인터넷 접속을 통해 관계를 유지하고, 새로운 연결을 창출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들 세대는 비접속(Disconnected) 상태에 대한 불안감, 두려움이 크다. 10대 청소년들은 끊임없이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 받는다. 한 달 평균 1천건 이상의 문자를 사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루 종일 온라인 게임에 골몰하거나, 과제를 하면서도 인스턴트 메신저로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젊은 세대들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이들은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중독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기성세대들이 이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기술, 서비스의 발전과 함께 자라온 새로운 세대들의 행동과 사고에서는 연결에 대한 집착은 어쩌면 매우 당연한 행동이다. 새로운 세대의 관점에서 연결되어 있지 않는 나는 불완전하고 불안하다. 그래서 항상 다른 사람의 상태를 관찰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한다.

세대 변화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휴대폰 중독, 인터넷 중독과 같은 현상은 문명의 병리현상이 아닐 것이다. 20세기 후반의 우리가 전기 없이 사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듯, 21세기의 새로운 세대들은 사람, 정보와 연결 없이는 살 수 없는 세대로 진화할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일상화된 연결 속에서 사람들의 사고의 틀과 폭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호주의 10대, 20대가 어떤 옷을 입고, 무엇을 하고 놀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영화를 통해서나, 아니면 유학중인 지인들을 통해서 아는 단편적 지식과 정보가 전부였다. 그러나 지금은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그들과 친구가 되고, 영상편지를 주고 받으며, 취미를 공유할 수도 있다. 경험의 규모와 구체성은 과거 세대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연결과 관계 속에서 사회경제적 혼란도 증대

현재는 과거의 물리적인 사회와 기존의 사람들간의 관계 위에 새로운 연결의 질서가 덧씌워지는 이행기라고 판단된다. 웹 1.0 시대에서 웹 2.0 시대로 전환되었던 지난 몇 년의 기간과 유사하게, 앞으로 몇 년은 다중적, 수평적, 즉각적 연결이라는 새로운 컨셉이 웹과 현실세계로 퍼져나가는 시기가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 거대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기존 사회주도 계층, 기성세대들과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등 다양한 부문에서 충돌을 야기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정치 부문에서 이러한 충돌이 가시화되고 있다. 작년 미국 대선에서 이슈가 되었던 유튜브를 통한 유세활동의 합법성 문제는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간 의사소통과 사회적 연결에 대한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영상 UCC,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을 활용한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사회적인 논란이 있었다.

이러한 혼란의 시기가 지나가고 새로운 세대가 우리 사회와 경제를 주도하게 될 미래에는 연결이 개개인의 가치창출 역량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될 것이다. 블로거의 예를 살펴보자. 이들은 비교적 신인류들이다. 현실의 사회적 관계 이외에 네트워크 상에서 불특정 다수와 느슨한 연결 관계를 가진다. 이들 중 경쟁력 있는 정보와 많은 사람들과의 연결을 가진 소위 ‘파워블로거’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온라인 세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의 말 한마디가 블로고스피어6 상에서 일종의 규범처럼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알파메일(Alpha Male, 우두머리 수컷)이 그들의 무리에 미치는 영향력과 유사하다. 한발 더 나아가 오프라인(현실세계)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미래에 연결의 중심에 서거나, 사람간 정보간 연결을 활성화시키는 중간자 역할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Ⅲ. 연결 시대의 기업 성공 전략

이처럼 사회, 경제 전반에서 연결이 갖는 의미가 커지고 있다. 기업도 이러한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서는 기업의 내외부에서 연결과 관련된 변화, 즉 연결시대의 소비자 관계, 광고/마케팅, 전략, 조직문화가 갖는 의미와 변화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1. 연결 시대의 새로운 소비자 행동

연결의 확대는 개인 소비자들의 특성을 변화시킬 것이다. 소비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많은 요인들이 바뀌기 때문이다. 나아가 연결에 기반한 새로운 제품 사용방식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적 의사결정에서도 사회적 의미가 중요시

먼저 의사결정 방식의 변화를 살펴보자. 웹과 관련하여 소비자들의 의사결정 방식은 크게 다음과 같은 단계로 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웹을 통해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적 의사결정을 하는 단계다. 이 때는 제조사가 제공하는 제품의 스펙, 가격비교 정도가 전부였다. 과거 정보접근성이 매우 낮았던 시대에 비하면 혁명적인 변화이기는 하지만, 정보의 흐름이 중앙집중적이고 일방향적이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편익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피어그룹, 즉 자신과 같은 소비자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하여, 사회적 의사결정을 하는 단계다. 웹 2.0의 물결과 함께 블로그, 덧글을 통한 상품정보 공유가 크게 늘어났다. 개인들은 제조사의 일방적 정보가 아닌 나와 유사한 소비자들의 생생한 구매, 사용정보를 토대로 보다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불특정다수의 정보를 통해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이 사회적 연결 속에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글로벌 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NPS(Net Promoter Score)와 같은 지표를 제안하기도 했다. NPS는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소비자들에게 추천하는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상호 연결된 소비자들간 쌍방향적 정보 교환이 늘고 있는 지금, 새로운 소비자 특성과 부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추상적 소비자보다 개개인 소비자와의 연결이 중요

세 번째 단계는 보다 밀접한 사회적 연결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단계다. 의사 결정의 기반이 되는 정보원이 소규모 지인 네트워크로 줄어든 것이 이 단계의 특징이다. 연결이 심화됨에 따라 정보가 폭증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도 동시에 늘어나고 있는데,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의사결정의 혼란을 가져온다. 더욱이 사람들의 의사결정 방식 변화를 활용한 기업들의 마케팅, 거짓정보, 왜곡된 정보 등도 함께 늘어나면서 의사결정의 노이즈도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더 신뢰할 수 있는 지인들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친구가 사면 그 친구도 살 가능성이 있다’는 매우 단순한 가설에 기반한다.

지인 네트워크는 유사한 특성을 공유하는 사회적 연결이기 때문에, 소비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유사한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복잡한 소비자 니즈, 가치 분석에 열을 올리는 현대 경영학, 기업 전략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앞으로는 추상적인 특징을 공유하는 집단으로서의 소비자보다는, 실재하는 그리고 개성을 가진 개개인의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기업이 지속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직접 현시(顯示)되는 소비자 니즈는 어떤 전략적 분석보다도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향상된 컴퓨팅 능력을 바탕으로 개개인 소비자, 그리고 상호 연결된 소비자 관계를 분석하려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페이스북, 구글, 야후와 같은 미디어 기업들을 중심으로 학계와 연계한 연구가 상당부분 진척되고 있다.

제품 사용방식의 근본적 변화 가능성도 주목할 필요

연결의 확대는 과거의 제품 사용방식을 새롭게 바꾸는 역할도 할 것이다. 이미 음악, 게임, 뉴스 등 정보, 콘텐츠 등을 중심으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음악 소비방식의 변화를 살펴보자. 과거 음악 감상은 다분히 개인적인 활동이었다. 콘서트, 연주회에 가는 것을 제외하면 가정에서 LP, 테이프, CD 등을 활용해서 음악을 듣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MP3 등의 새로운 음원이 등장하면서 음악 소비 방식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다운로드를 넘어 P2P를 통해 개인간 음원의 공유가 가능하게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음악 청취 경험 자체의 변화라기 보다는 음원을 획득하는 방식의 변화에 불과했다. 즉 여전히 음악을 듣는 방식은 개인적인 활동에 머무르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활용하면 음악 청취방식의 획기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악 감상은 단순히 귀로 듣는 것에서, 보고 듣고 참여하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 아이팟터치 제품의 ‘MobileScrobbler’라는 써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새로운 방식의 음악청취가 가능하다. MobileScrobbler는 ‘Last.fm’이라는 자동 음악추천 및 정보공유 서비스의 모바일 버전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프로그램이 작동된 상태에서 음악을 들으면, 사용자가 듣고 있는 음악과 취향에 대한 정보가 자동적으로 분석되어 저장된다. 이때 여러 사용자들의 청취정보가 장르별, 가수별, 연도별 등 다양한 태그 형태로 분류, 저장되는 것이다. 누구나 이 태그를 클릭하면 자신과 유사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즐겨 듣는 음악이 자동적으로 추천된다. 또한 그 음악과 관련된 아티스트 정보를 열람할 수 있고, 추천된 음악이 좋은지 아닌지 투표도 가능하다. 음악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자동화된 소셜네트워크인 것이다. 다른 사용자들과의 연결을 통해, 이 같이 새로운 방식으로 음악을 청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단 음악뿐 아니라 사진, 동영상 등 콘텐츠 부문에서 유사한 형태의 소비행위가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천천히 우리 사회에 스며들 것이다. 웹과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증가할수록 제품의 사용방식은 연결 중심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변화는 신조어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검색서비스 이름이었던 ‘google’이 검색을 뜻하는 동사로 사용되는 것과 유사하게, 이미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scrobble’과 같은 단어가 음악 청취에 있어서의 사회적인 공유와 연결을 뜻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연결을 제공하는 제품, 서비스에 할애하는 시간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과거 사람들은 TV를 보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또는 독서나 여행 등 홀로 즐길 수 있거나, 기껏해야 몇명의 소규모 집단이 즐기는 여가나 취미 활동에 관심을 두었다. 그러나 인터넷 등장과 함께 사람들은 PC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화면 너머의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원한다. SNS, 블로그는 생활의 일부가 될 것이며, Geocaching과 같이 웹과 GPS를 활용한 보물찾기 등 온라인 연결을 활용한 새로운 취미활동이 등장할 것이다.

2. 연결 시대의 기업 전략

기업 전략 관점에서 보면 연결은 마케팅이나 광고 부문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블로그나 SNS 등의 뉴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고객간 연결을 넘어 고객과 고객을 연결시킴으로써 고객이 참여하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도 혁신 방식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 하다.

광고, 마케팅 분야의 활용이 가장 활발

연결이 기업에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곳은 마케팅, 광고 분야이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기업들은 온라인 배너 광고를 시작했으나, 도달률이 미미하다는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는 블로그, SNS를 활용한 광고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최근 보도7에 따르면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국의 파워블로거들 대부분이 기업의 PR 담당자로부터 정보를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5월 아하(Aha)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파워블로거 449명 중 미국의 경우 100%, 유럽은 86%, 아시아 지역은 70%가 기업으로부터 정보를 받고 있었다.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 소식이나 제품 리뷰 등에 블로그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 효과는 어떨까? 개인미디어인 블로그, SNS의 특성을 잘 살리지 못하고 단지 홈페이지를 전환한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더욱이 소소한 개인사에 대한 정보가 많은 블로그의 특성상 기업이나 제품을 직접 홍보하는 형식의 콘텐츠에 사람들의 호응은 적은 편이다. 오히려 조사결과와 같이 많은 블로거들이 기업과 직접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블로그 정보의 신뢰성이나 진정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블로그를 통한 광고를 일반적인 광고와 비슷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이다. 연결 시대의 새로운 소비자들은 이러한 광고가 믿을만한 출처에서 나온 정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통상적인 광고와 마찬가지로 블로그 마케팅의 효과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보다 정교하고 직접적인 연결 시도

최근 기업들은 이러한 광고, 마케팅의 정확도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밀접하게 연결된 지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 이는 최근 더욱 발전하고 있는 기술의 도움으로 가능해지고 있다. 더욱이 온라인으로 연결된 사람들간의 관계가 늘어날수록 이러한 분석의 정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현재 야후의 연구부서를 이끌고 있는 콜럼비아 대학의 던컨 왓츠(Duncan J. Watts) 교수는 2억9천만명이 넘는 이메일 사용자와 2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행동에 대한 관찰을 통해 진화하는 사회적 연결의 양상과 기업에의 활용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와 연구를 바탕으로 SNS 활용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SNS 내에서도 특히 밀접한 연결을 갖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덧글, 메시지, 방문횟수 등 온라인 상의 행동들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실증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율적이고 타깃화된 마케팅을 전개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특히 정보 폭증과 신뢰 저하로 사람들의 주목과 관심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해진 소위 ‘주목경제(Attention Economy)’ 시대에는 광범위한 사회적 관계보다는 밀접한 지인 네트워크의 연결을 활용하는 일이 더욱 긴요하다. 너무 많은 정보는 고객들에게 오히려 혼란만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연구 결과, 페이스북 내에 500명 정도의 온라인 지인을 가진 사용자는 그들 중 단지 40여명의 새 소식을 능동적으로 살펴보며, 20명 정도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지인은 10명 남짓이다. 이는 SNS를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에 있어 효율화, 집중화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샌프란시스코의 광고회사 라플리프(Rapleaf)의 경우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은행상품을 팔고자 하는 금융회사를 위해 지인 네트워크에 기반한 광고를 진행했다. 맞춤화된 제안을 통해 광고의 평균 클릭률을 과거 0.9%에서 2.7%로 3배 상승시킬 수 있었다.

고객과의 연결을 직접적인 판매채널로 활용하는 시도도 다양해지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고객과 직접적인 연결을 시도하는 ‘고기BBQ(kogibbq)’의 사례를 살펴보자. 고기BBQ는 LA 지역에서 한인 2세들이 운영하는 이동형 트럭 음식점이다. 한국식 불고기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올린다. 고객들은 PC, 휴대폰 등으로 트위터 메시지를 확인하고,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음식을 사게 된다. 고기BBQ의 판매방식은 연결 시대를 십분 활용한 소규모 기업의 혁신적인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미국 저가항공사 JetBlue는 트위터를 통해 비행 일정을 알려주고, 고객 불만도 접수한다. 특정 메시지에 응답하는 경우, 응답 순으로 높은 할인을 제공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한다.

고객-고객간 연결을 통해 차별적 가치 창출

한편 고객과의 연결은 고객과 실시간 협업의 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외부와 협업을 통한 혁신에 있어 전문적인 외부 역량뿐 아니라 일반 고객의 참여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 상시적이고 긴밀한 연결이 전제 조건이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고객의 연결을 넘어 고객-고객간 연결을 통해 혁신의 생태계를 창출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팟터치 용으로 소프트웨어의 오픈마켓 격인 ‘앱스토어(App Store)’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애플이 하는 일은 시스템의 유지, 그리고 현저히 해악이 있는 콘텐츠를 제한하는 정도이다. 나머지 제작, 거래, 평가 등은 고객 상호간 연결을 통해 이루어지며,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세계 기기, 서비스 업계로 확산 중이다. 아이폰과 경쟁하는 스마트폰 제작사들의 행보가 가장 빠르다. RIM사는 스마트폰 블랙베리를 위한 ‘앱월드(App world)’를, PALM사는 팜프리를 위한 ‘앱 카탈로그(App Catalog)’를 활성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고객간 연결이 향후 사업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밖에 노키아나 국내 전자, 통신 기업들도 유사한 형태의 고객간 연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 상층부에서 연결의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

연결이 즉시적이고 중층적으로 일어나면서 웹 상에서 특정 이슈의 생성과 소멸 속도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졌다. 또한 특정 이슈가 변형, 재가공되거나 새로운 이슈로 파생되는 일도 흔하다. 이는 시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기업이 사후적으로 취합하고, 그 의미를 도출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때문에 고객과 즉각적, 직접적 연결을 유지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는 일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더욱이 관료제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 기업들의 의사결정 구조상, 제품 출시를 앞당기는 일은 어려운 얘기다. 취합된 시장 정보들을 관리자가 이해할 수있는 언어로 해석하고, 보고서의 형태로 만들어,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리는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시장에 출시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이 고객 니즈와 트렌드를 따라잡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 때문에 고객과 의사결정 최상층과의 직접적 연결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관료제 구조하에서 시장 트렌드와 시간적 동시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조직 최상위층이 직접 시장의 이슈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 기업의 C-레벨 경영진들이 이러한 활동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CEO 관련 이슈 전문 블로그 ‘UberCEO.com’8의 조사에 따르면 포천 100대 기업 CEO 대부분이 트위터 계정을 갖고 있지 않다(100명중 2명). 페이스북, 링크드인과 같은 SNS에 가입은 되어 있지만, 연결된 사람들이 거의 없어 활용도가 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델의 마이클 델(Michael S. Dell),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John T. Chambers),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조나단 슈왈츠(Jonathan Schwartz) 정도가 연결을 활용할 줄 아는 CEO로 손 꼽힌다. 손쉽게 고객과 연결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들이 갖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기업들에서 이러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대목이다.

3. 조직 내부, HR 관점에서 본 연결

시간이 흐르면서 조직 구성원은 점차 연결 중심적인 새로운 세대로 채워질 것이다. 또한 이들 세대는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로서 주류 경제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업 조직은 여전히 과거 시스템에 익숙한 세대들이 다수이며, 의사결정 권한도 과거 세대에 집중되어 있다. 이처럼 완전히 다른 특성을 지닌 두 부류의 사람들이 동일한 조직, 동일한 시스템 안에서 함께 일하다 보면 문화적 충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과거 세대가 새로운 세대를 위한 제품, 서비스에 대한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많은 조직의 문제일 것이다. 이는 조직 내부의 효율성과 조직문화에 있어 새로운 이슈를 야기할 것이다.

조직내 혁신과 효율성 제고의 수단으로 활용

선도 기업들은 이미 연결을 혁신과 업무 효율성 개선의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조직 내부 구성원을 적절히 연결해 줌으로써 혁신, 효율성이 증가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9에 따르면 HP, IBM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조직 내 지식의 흐름과 아이디어 창출을 가속시키기 위해, 직원들간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IBM의 경우 자신의 상사와 이메일 등으로 더 많은 연결을 갖는 직원이 월평균 588달러의 수익을 더 창출한다는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연결을 연구하는 기업들의 최종 목적은 조직원간의 성공적인 연결방식을 도출하고, 이를 전사적으로 확산시키는데 있다.

IBM은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 비하이브(Beehive)라는 내부 소셜네트워킹을 실험하고 있다. 유사한 관심사나 전문성을 가진 직원간의 연결을 장려하고, 상호간 친분관계를 독려하고 있다. 비하이브에서는 6만명의 직원들이 특허, SW코드, 애완동물 사진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IBM은 직원들이 사용하는 단어, 블로그에 남기는 코멘트, 통산적 친분관계 및 그 외 다양한 변수들을 분석해서 효율적인 연결을 제안하고 있다. 각각의 새로운 관계는 또 다른 지식과 사람들의 연결을 만든다는 점에서 구성원간 연결의 가치와 효과에 대해 주목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IBM은 그 밖에도 Social accessibility, Many eyes, Bluemail, Olympus 등 사회적 연결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Mark Mason이라는 필명의 국내 블로거10는 이 같은 프로젝트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소개하면서 ‘사회성이 온라인으로도 이식되고 있으며,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협력할 것인지 여전히 관심분야’라며 조직 내에서 온라인을 통한 구성원간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평적인 문화가 연결 활용의 전제조건

조직 내 연결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수평적인 문화를 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노키아 명예회장인 요르마 올릴라(Jorma Jaakko Ollila)의 리더십은 집단지성 방식의 새로운 조직문화가 전통적 조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평등주의적 상향식 문화를 가진 노키아 본사에서는 전 직원이 간이식당에서 누구나 똑같이 줄을 서고 똑 같은 식사를 한다. 또한 업무 시에는 창조적 커뮤니티의 평등성을 강조한다. 이 같은 문화가 있었기에 과거 타이어, 목재 회사였던 노키아가 세계 최대의 모바일 기기, 서비스 업체로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된 것으로 알려진 구글에서조차 조직의 비대화와 함께 실무진과 관리자들간의 직접적, 수평적 연결이 약화되고 있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구글의 기업 성과가 정체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이미 SNS 사업에서는 신흥 경쟁기업들에 밀리고 있다. 광고 매출증가율은 2007년 56%를 정점으로 2008년 31%, 올해 1/4분기에는 6%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경영자들이 직접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청취하고 검토하는 혁신검토 회의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많은 조직에서 수평적인 관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앙집중적 성향을 띠는 ‘오피니언 리더’ 보다는 ‘소시오메트릭 리더(Sociometric leader)’와 같이 주변의 평판, 신뢰와 존경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Ⅳ. 연결 컨셉의 확장과 미래의 기업 경영

일반적으로 거대한 시장 기회는 사람들의 습관이나 기존의 행동양식이 변화할 때 나타난다고 한다. 웹 1.0 시대에서 웹 2.0 시대로의 이행기에 새로운 기회가 등장하고 이를 활용한 신흥기업들이 기존 기업들을 대체한 바 있다. 새로운 세대들은 다양하지만 직접적인 방식으로 ‘나는 이런 사람, 이런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들은 과거의 가치관과 기준으로 그들의 표현과 신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와 연결을 강화하고, 이들의 언어를 제대로 해석하는 기업이 미래 비즈니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통신장비 제조사 노키아 지멘스 네트웍스(Nokia-Siemens Networks)는 사회경제적 연결 확대의 의미를 연구하기 위해 2008년에 이어 ‘연결지표 2009(Connectivity Scorecard 2009)’ 보고서를 발간했다. 2009년 보고서에서는 물리적 인터넷 네트워크 연결뿐 아니라 휴대폰, 기타 다양한 형태의 연결을 제공하는 제품, 서비스 보급을 중심으로 각 국별 연결성을 분석하고, 경제성장과의 관계를 연구하고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연결 경제 시대를 연구하고, 대응방향을 모색하는 경쟁에 뛰어들었다. 연결이 갖는 의미와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방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먼저 연결의 확대는 시장의 확장을 의미한다. 그러나 과거와 같이 동질적 특성을 갖는 시장 규모의 확장이 아니다. 파편화된 수많은 특성을 포함한 개인의 집합으로서의 시장의 확대다. 실리콘밸리의 웹 전문가 톰 헤이스는 ‘판데노믹스(Pandenomics)11’라는 책에서 미래 시장의 규모와 다양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경제 전체적으로는 그 보다 더 많은 기회와 다양성, 가치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톰 헤이스는 저서에서 현재 20억명 정도인 인터넷 사용자가 30억명으로 늘어나는 시점을 2011년 경으로 보고 있으며, 그 때가 되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특성의 시장이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더욱이 2011년까지 10억명이 새롭게 웹에 연결된다면, 그 사람들 중 상당수는 기존 선진지역이 아닌 중국, 인도, 러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 지역의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선진지역의 새로운 세대들의 특성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지역적 특성이 가미되면서,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는 일은 점점 더 까다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또한 연결의 확대는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소비자, 공급자, 조직구성원, 주주 등에서 사회,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이해관계자의 폭이 다양해질 것이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 일어나는 잇단 불매운동, 광고중단운동 등은 이해관계자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와 같이 특정한 소비자 단체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웹을 통해 연결된 소비자들이 즉각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현실이다. 주주와의 연결도 이해관계자와 관련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최근 보고서12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주주들은 기업과 밀접한 연결을 원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연결에 있어 부족함이 많다는 분석이다. 애플의 경우 혁신기업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이해관계자와의 연결에 있어서는 취약하다. 비밀주의를 표방하는 애플은 최근 CEO 스티브 잡스의 건강 문제와 관련하여 불투명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불친절한 애플씨’는 자사와 관련된 대부분의 이슈에 대해 그런 식이다. 20세기 방식으로 소통하는 21세기형 기업 애플의 역설적 경영 방식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연결의 확대는 리스크의 확장을 의미한다. 웹에 접속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기업은 더 크고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심각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연결된 시장에서는 모든 것이 투명하고 신속하게 전파된다. 잘하면 경쟁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지만, 못하면 상호 연결된 소비자들의 가혹한 처벌이 기다린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사례를 살펴보자. 웹을 통해 잠재적으로 연결된 팬들과 시청자들은 음주운전, 약물 등 문제 연예인들에 대해 덧글, 이메일 등으로 비난 여론을 조성하고, 심지어는 활동제한에 이르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평판이 중요한 연예인에게 이는 심각한 타격이다. 기업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소비자들이 기업의 행동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여론을 조성하는 경우 기업은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을 것이다. 소통, 투명성, 신뢰와 같은 연결 시대의 핵심적 가치에 충실한 조직문화를 육성하고, 지키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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