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 정치인들이 공식적으로 초대받지는 못했지만 5개월여 만에 조계종 총무원 건물로 들어섰다.

이날 서울 견지동 조계사 봉축법요식이 끝난 뒤, 총무원이 있는 조계사 옆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건물로 이동한 정치인들은 4층 총무원장실 앞 홀에서 다과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한나라당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 박진·나경원·조윤선 의원,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세균 최고위원,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인주 청와대 사회통합수석, 오세훈 서울 시장 등 10여 명이 참석했지만, 이중 불교 신자는 조윤선 의원 한명 뿐이었다.

참석한 정치인들은 이날 축사나 헌화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앞줄 2-3번째에 자리를 잡았으며,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 불자(佛子)대상 올해 수상자와 주요 신행(信行)단체장, 타종교 대표, 불교계 인사 등과 인사를 나눴다.

조계종은 “부처님오신날 봉축 행사에 정치인의 참석을 원칙적으로는 배제하지만, 정치인이 일반 신도 자격으로 오는 것은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말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이후 정부·여당과 대화를 거부하고 사찰 출입을 막아왔던 조계종은 최근 한나라당 불자회의 조계사 법회를 허용하는 등 화해의 움직임을 보였고, 한나라당도 지난 2월 전통문화발전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등 불교계 끌어안기에 적극 나섰다.

이와 관련, 조계종 대변인인 기획실장 정만 스님은 “민족문화에 대한 인식 부족이 문제인 것이지 특정 정치인, 특정 정당에 대해 공격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면서 “일정 기간을 통해 (정치인들의)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냉각기를 가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법요식에 참석한 손학규 대표는 “초청을 받고 안 받고가 무슨 상관이냐. 부처님께 감사하고 축하하러 왔다”면서 “부처님의 자비와 광명이 온누리에 퍼져서 어려운 사람들이 행복하고 잘 사는 나라가 되길 축원한다”고 말했다.

정병국 장관은 인삿말 제의를 받았으나 “오늘은 정관계 사람들은 순수하게 축하만 하는 자리”라는 취지로 사양했다.

불기255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10일 오전 서울 조계사에서 봉축 법요식이 열렸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