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당 대표 권한을 두고 벌어지던 주도권 다툼이 11일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가 당 대표 역할 대행을, 정의화 비대위원장이 최고위 통상업무를 맡는 것으로 애매하지만 ‘외견상’ 봉합됐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정 비대위원장,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이날 당사에서 회의를 갖고 안상수 전 대표가 인선한 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사실상 인정한다는 것에 합의하며 ‘계파 화합’ ‘당의 안정’ 논리 속에 ‘투톱’ 체제로 타협했다.

구체적으로 대표권한대행의 권한은 소장파와 친박계가 지지한 황우여 원내대표가 맡고, 옛 지도부가 뽑은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 준비와 당 쇄신책, 최고위원회의 통상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추인받았다. 비대위 체제는 보장받았고, 쇄신·소장파는 이에 대한 ‘견제 장치’도 확보했다.

정희수 제1사무부총장은 회의 뒤 브리핑을 통해 “원내대표는 대표 최고위원의 권한을 대행하고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고위원회의 통상업무와 전당대회 준비업무, 당 쇄신.개혁을 위해 활동한다”고 역할을 정리했다.

또 “주요 당무협의는 대표 최고위원 대행과 비대위원장이 상호 협의해 처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그동안 최고위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당무는 정 비대위원장이 최고 권한을 갖고 이끌고, 황 원내대표는 정 비대위원장과 ‘상호 협의’ 방식으로 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된다.

“혁명사령부처럼 당을 점령하려고 한다”는 구주류의 비난과 점증하는 당내 갈등을 진화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결과적으로 구주류의 반발이 일부 수용·관철되는 모양새가 돼 원내대표 경선 반란으로 정점에 이르렀던 소장·쇄신파의 기세는 다소 속도조절로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결론은 어정쩡한 타협이 남겨 놓은 상흔과 불씨다. 황 원내대표를 통한 신주류의 쇄신책과 비대위의 견해가 맞설 경우 다시 논란이 불가피하다. 비대위에서 ‘협의’해야 하는 특성상 쇄신안을 소장파들이 강제할 방안이나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큰 충돌 없이 봉합되기는 했지만 향후 당·청관계와 정책기조를 둘러싼 쇄신 각론과 필연적인 인적청산 문제, 전당대회를 그 뇌관으로 남겨 쇄신과 반쇄신의 충돌 불씨는 시한폭탄이 되었다.

특히 비대위가 당헌·당규 개정 방안을 마련할 것이란 점에서, 당권을 염두에 둔 계파들 간의 신경전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당장 소장파는 ‘젊은 대표론’을 내세우면서 전당대회 틀을 바꾸자고 요구한다.

친이계가 다수 포함된 비대위의 “계파 간 나눠먹기”식 구성도 3~4명을 추가 보강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의도만큼 중립성·개혁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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