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 긴급 입장 설명, 전북 창당결의대회서 자신감, 냉전적 수구당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 소속 의원 6인이 안철수·유승민의 통합선언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 소속 의원 6인이 안철수·유승민의 통합선언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민의당 반통합파 의원들은 이미 안철수 대표와의 결별을 기정사실로 받아 들인지 오래다.

‘개혁신당 창당’과 ‘합당 저지’라는 투트랙 전략을 고수하고 있지만 만약 전당대회 개최가 무산되거나 전당대회에서 합당 의결이 안 되더라도 안 대표와 국민의당에서 한솥밥을 먹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져온 통합 논란에 감정의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졌고 최근 들어 안 대표가 통합 절차를 강행하면서 더 이상 화해와 중재는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 소속 장병완·박주현·정동영·유성엽·김광수·최경환 의원 6인은 18일 15시 국회 정론관에서 안철수·유승민의 통합선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18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통합선언을 공식화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18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통합선언을 공식화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전에 입장문을 만들지 않고 지금 생각하는 바를 밝히고 싶었다는 유 의원은 “어제 전북 개혁신당창당결의대회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며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어떻게든 안철수 대표와 결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증언했다.     

유 의원은 “그동안 지역 당원들이 많이 답답해했다”며 “이번 결의대회에서 지방선거 승리해법을 찾아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11시에 있었던 통합선언에 대해서 6인은 △수구적 내용 △보수야합 △당명 △개혁신당의 구호 등 크게 네 가지의 입장을 밝혔다. 

“평창 태극기당이자 안유 신당”에 불과 

유 의원은 “문재인 정부 비난에 머물러 있는 통합 선언문은 전혀 새로운 것도 없고 수구보수의 냉전적 안보관 밖에 없다”며 “그것은 바람직한 대한민국의 비전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유성엽 의원은 문재인 정부 비난에 머물러 있다며 통합선언문의 내용을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성엽 의원은 문재인 정부 비난에 머물러 있다며 통합선언문의 내용을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광수 의원도 “철학과 노선이 분명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싫어서 합당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부 비판 외에는 별개 없는 선언문”이라고 깍아내렸다

역시 안보관이 중요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국민의당과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의 대북 강경노선은 분명 간극이 있다. 반통합파 의원들은 이 고리를 근거로 매섭게 비판했다.  

최근 안 대표와 유 대표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한이 한반도기를 들면 안 된다고 발언한 것이 그 증거라는 게 반통합파 의원들의 주장이다.

유성엽 의원은 “안철수·유승민·홍준표만 한반도기가 안 된다고 말했다”며 특히 “안 대표는 인공기도 안 된다고 하는데 이건 결국 북한이 올림픽에 참여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의원은 “통합신당은 평창 태극기 정당”이라며 “한반도기는 남북화해와 평화를 상징하는데 안 대표가 평화를 지지하는 국민의당 강령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반도기는 민자당 노태우 정권 때 만들어졌다”며 “유승민 대표가 바른정당의 할아버지 정당을 부정하는 것은 자기부정”이라고 밝혔다. 

정동영 의원은 남북화해와 평화노선을 적극 주장했고 이에 근거해 통합신당을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동영 의원은 남북화해와 평화노선을 적극 주장했고 이에 근거해 통합신당을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6인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중도 통합이라는 통합선언문의 내용에 대해서도 반론했다.

박주현 의원은 “국민의당이 선택받은 것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보수의 양날개를 표방했기 때문인데 안 대표는 국민의당을 찍은 유권자의 뜻을 져버렸다”며 “그것은 진보를 버렸기 때문에 양날개가 아니라 보수중도야합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통합개혁신당이라는 가칭도 어처구니가 없다”며 “우리가 먼저 개혁신당 이름을 썼는데 도둑작명을 한 것이고 정확히는 안유 보수신당이 맞다. 사당화와 우경화의 길을 방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성엽 의원도 “통합이란 말은 이해하는데 개혁적이지도 않은 사람들이 개혁이란 말을 쓰는 것은 도둑적”이라며 “자기 이름을 찾아가라”고 주문했다. 

최경환 의원 역시 “통합선언은 안철수의 패권보수 투항선언”이라며 “노선의 이탈이자 한쪽 날개로만 가겠다는 진보 없는 보수패권 야합”라고 맹비판했다. 

박주현 의원은 안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반대파는 물론 중재파와 합당파 의원들 까지도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사퇴를 촉구하는 분위기가 커졌다고 말했다.

박주현 의원은 국민의당 유권자의 뜻을 져버렸다고 통합신당을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주현 의원은 국민의당 유권자의 뜻을 져버렸다고 통합신당을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17일 운동본부가 법원에 낸 전당대회 당규 효력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서 전당대회 개최가 어려워지거나 전당대회에서 통합이 부결되더라도, 박 의원은 “안철수 대표가 먼저 나가야 의미가 있다”며 “안 대표와 국민의당에서 함께 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김광수 의원도 “전북 지역 많은 당원들에게 탈당을 자제시키고 있다”며 “안철수에 반대해서 우리가 당을 나갈 일이 아니고 곧 새로운 당을 출범시킬 것이니 안철수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통합신당·개혁신당이 모두 원내 교섭단체(20석 이상)가 되려면 현재 국민의당의 중립파 의원들 10여명의 행보가 중요할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신 4당체제가 될 수도 있다”며 “우리는 자신 있어서 의석수에 연연 안 하겠다”고 답했다. 

개혁신당은 다르다 

정동영 의원은 “곧 창당될 개혁신당은 한반도기와 남북의 공동입장을 확고히 지지한다”며 “이번 계기로 남북이 증오와 적대를 확실히 끊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오늘부터 창당발기인 모집에 들어가는데 1월28일 국회에서 창당발기인대회 겸 준비위원회가 결성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 의원은 “(통합선언에) 눈을 씻고 봐도 가치와 노선이 없다”며 “개혁신당은 진보적 가치를 선명하게 내세우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강조한 것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이었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1차 핵실험 때도 가동이 중단되지 않았고 유엔 제재대상도 아닌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두 지시 하나로 갑자기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혁신당이 창당되면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최전방에 서서 정부와 유엔에 촉구하고 비핵화 테이블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안유 신당은 자기이익을 위한 당이고 개혁신당은 촛불요구를 실현하는 당”이라고 규정했다.  

최경환 의원은 “전주결의대회 이후 발기인에 참여하겠다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앞으로 곳곳에서 창당 움직임이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재밌는 건 탈당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민심이 천심인데 양 진영의 노선에 대한 평가는 당원들이 잘 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경환 의원은 개혁신당에 동참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경환 의원은 개혁신당에 동참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국민의당의 ‘반문’ 과거는?

흔히 무조건적인 반대, 반대를 위한 반대는 정치권에서 오래 비판받아온 정략적 태도이지만 야당이 되면 그런 태도를 버리리가 쉽지 않다. 국정농단 정국 이후 극우와 보수가 나뉘게 되면서(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조원진 의원이 창당한 대한애국당은 극우 친박 정당이란 평가를 받음) 더 이상 그런 네거티브 전략이 효과가 없자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한다는 게 정치권의 상식으로 통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런 점에서 보면 국민의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당시 문재인 대표에 반대한 탈당파 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창당한 것도 자명한 사실이고 이후 조기대선 정국에서 박지원 전 대표와 안철수 후보가 가혹하게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박지원 의원이 당시 아침마다 문재인 후보를 비난한다고 해서 ‘문모닝’이란 별명을 갖게 된 것도 그런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민의당은 2016년 총선에서도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저항>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38석을 얻었을 정도로 친문 비토 정서에 많이 기대고 있고 때문에 반통합파가 통합선언문에 “반문 말고 없다”는 식의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이 들만한 대목이 있다. 

반통합파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 비난만 하는 통합선언문의 내용을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반통합파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 비난만 하는 통합선언문의 내용을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근 들어 통합 반대 명분 싸움과 맞물려 박정천(박지원·정동영·천정배)이 지속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에 힘을 싣고 진보적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긴 하지만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지 말자는 슬로건은 통합신당에서도 주장하고 있다. 

통합 전사로 불리는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자신이 발의한) 환경미화원 안전법의 취지를 100% 반영한 작업안전 개선책을 시행했는데 환영한다”며 “앞으로 무조건 반대만 하지 않고 잘 하는 것에는 적극 힘을 실어주겠다”고 밝힌 바 있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은 낡은 보수 즉 자유한국당의 구태라고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11일 국회 연석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안보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균형적이어졌다”며 “그 말씀이 반드시 일관되게 지켜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진행될 남북대화”가 “북핵문제 해결·비핵화의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열쇠“가 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고 이슈에 따라 협력하고 비판하는 건강한 정치권의 모습을 누가 더 많이 보여줄지는 지켜볼 일이다.

한편, 최경환 의원은 안철수 대표가 전당대회를 전국에서 분산 개최하도록 당규를 개정한 것에 대해 “정당법에는 (안철수 대표가 주장한) 그런 영상회의로 인한 쪼개기 전당대회 규정은 없다”며 “그런 점에서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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