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수민 기자] 왕후의 시선이 송관찬 전시작이 서울 서초구에 있는 아트스페이스에서 1월13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 송광찬, 자경전 내부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00 x150cm, 2016, Ed. 5
● 왕후의 시선
★송광찬
본인은 지속적으로 오래된 궁에 대한 사진을 찍고 전시를 진행하였습니다. 나의 주된 작업인 적외선 필터를 이용한 적외선 촬영을 통해 나온 궁의 모습은 늘 보았던 익숙한 풍경과 다르게, 새롭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2016년 LG 기업과의 협업으로 서울의 4대 궁중 왕후들이 기거하였던 궁을 촬영할 기회가 생기게 되었고, 황후가 왕궁에서 보아왔던 궁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송광찬, 흩날리는 나무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00x150cm, 2016, Ed. 5
▲ 송광찬, 꽃담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00x150cm, 2016, Ed. 5
▲ 송광찬, 교태전 내부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00x150cm, 2016, Ed. 5
▲ 송광찬, 궁과 궁사이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00x150cm, 2016, Ed. 5
이 나라의 왕후는 어떤 느낌으로 이곳을 바라보았을까? 분명 지금 시대의 사람들이 바라보는 풍경의 느낌과는 달랐을 것입니다. 나에게 다가온 왕후의 느낌은 사치스러움에 화려함이나 부유하기에 여유로움보다는 이 궁에 갇혀 유일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많은 문과 통로로 이루어진 쓸쓸함 이였습니다. 그녀들이 바라보는 관점으로 실내에서 바라본 창과 문을 통해 보는 밖, 외부에서 바라보는 그녀들의 궁들.. 그녀들은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것을 누리며 살았지만, 넓은 궁의 일부만을 사용하며, 왕의 통제 속에 있었습니다. 그녀들의 단절된 시선이 궁 안 곳곳이 묻어있고, 그녀들의 시선을 따라 궁은 조각조각 나눠져 나의 사진에 쓸쓸하게 담깁니다.
적외선 촬영의 기법은 빛의 많은 양중에 극히 일부분만 담아내는 표현하는 기법입니다. 모든 빛을 받아들이지 않고 필터를 통해 걸려진 빛으로 아름다운 세상이 되도록 담아내는 나의 시선과 그녀들의 시선이 닮아 있지는 않은지 생각합니다.
나의 작업의 마무리는 찬란한 파란색과 핑크, 혹은 금빛에 가까운 갈색과 회색의 조화로운 조합입니다. 작업을 마주했을 때는, 그 색상과 형상의 화려함과 찬란함에 감탄하지만, 사실은 몇 가지 빛의 색으로만 이루어진 단조롭고 차가운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왕후들의 삶이 아름답고 화려한 삶과 같이 보이지만, 그녀들의 시선은 엄격한 규율과 단조로운 삶으로 차갑게 얼어버린, 어쩌면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합니다. 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왕후들의 시선과 함께, 찬란하고 아름답지만 차갑고 쓸쓸한 궁을 드러내며, 아름다움과 차가움의 중간쯤을 살고있는 많은 이에게 어떠한 의미로 비질지 의문을 던집니다.
▲ 송광찬, 궁의 자리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00x150cm, 2016, Ed. 5
▲ 송광찬, 밖으로 본 풍경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00x150cm, 2016, Ed. 5
▲ 송광찬, 통명전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00x150cm, 2016, Ed. 5
▲ 송광찬, Installation View
▲ 송광찬, Installation View
▲ 송광찬, Installation View
▲ 송광찬, Installation View
세상은 이미지와 이야기로 구성된다. 우리가 귀로 듣는 이야기는 이미지로 상상되고, 눈으로 보는 이미지엔 각각의 이야기가 담겨 흐른다. 작가가 찍은 사진 이미지에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담길 지는 한 가지로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작가는 바란다. ‘보여주다 * 보다’의 단방향 작업이 아닌, 작가와 관람객 사이 쌍방향 소통이 이루어지기를. 그래서 항상 전시의 마음가짐은 〈마주보다〉이다. 고궁의 나무와 도심의 나무와 제철소의 나무는 같은 듯 서로 다르다. 주인공인 듯 주인공 아닌 나무들이 각각의 장소에서 하나의 색으로 피어오른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고궁과, 삶의 터전으로 변화해온 도시와, 노동의 땀방울이 얽힌 공업지대에서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품고서. 적외선 필터를 통해 초록의 나무가 분홍빛으로 재탄생되었다. 무심히 지나치던 공간이 색다르게 눈길을 잡아끈다. 시각의 차이는 느낌의 변화를 불러왔다. 다르게 보고 낯설게 보니 세상은 다채롭게 빛나고 있었다. 작업의 영역은 계속 확장될 것이다. 이미지가 있고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면 작가는 어디든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과, 그리고 당신과 마주 볼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