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입장발표 이후 전면 여론전, 노무현 전 대통령 언급에 발끈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발끈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을 하려는 목적으로 자신을 표적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에 참지 못 했다.

집권 이후 8개월동안 부드럽고 격의없는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던 문 대통령이 18일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삼성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전날 김백준 전 기획관 등 측근이 구속됐고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건물을 나오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삼성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전날 김백준 전 기획관 등 측근이 구속됐고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건물을 나오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대신 전달했지만 그 표현 속 문 대통령의 화가 느껴진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정치보복 주장에 대해)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역임하신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8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 실에서 지난 17일 있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성명에 관한 브리핑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8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 실에서 지난 17일 있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성명에 관한 브리핑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7일 17시반에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입장문을 발표했고 18일 11시 즈음에 박 대변인이 문 대통령의 표현을 인용 발표했다. 17시간이 넘는 시점에 청와대가 그렇게 브리핑을 통해 밝힌 배경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이 전 대통령의 여론전에 맞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용된 어휘의 수위에 비해 대응 시점이 그렇게 빠르진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의 입장문은 보수결집을 꾀하기 위한 의도가 선명하다. 

이 전 대통령이 밝힌 입장을 집약시켜 보면. △17대 대통령으로서 떳떳하게 국정수행에 임했음 △여러 건(4대강·자원외교 등)에 대한 의혹도 권력형 비리가 없었음 △현 정부가 적폐청산 작업으로 검찰 수사를 한 것은 자신을 향한 정치보복임 △이것은 역사 뒤집기이자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고 보수를 궤멸하려는 것임 △짜맞추기식으로 자신의 참모를 수사하지 말고 자신에게 책임을 물었으면 함. 

자신의 측근에 대한 수사는 자신을 잡기 위한 타겟팅이 맞고 그건 보수궤멸이라는 것인데, 이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측근들은 바로 퍼트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8일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일제히 아침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보복론을 설파했다.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는 18일 cpbc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서 “삼척동자에게 물어봐도 이 수사는 석연치 않고 정치보복이 맞다”고 밝혔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KBS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서 적폐청산 수사의 패턴을 주장했다. 김 전 수석은 “제일 먼저 친여매체들이 전 정권 또는 전전 정권에 대한 뭔가 의혹을 제기한 이른바 적폐청산위원회 발 뉴스가 일단 보도되고 그러고 나면 바로 이어서 여당이 최고위원회의나 아니면 국회상임위원회를 통해서 문제제기를 하게 되고 그러고 나면 곧바로 시민단체들이 고발하고 신속하게 사정기관이 나서서 수사하고 총력 동원해서 뭔가를 하게 되는 이런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수석은 “누군가가 기획하고 배후에서 조종하지 않으면 그런 패턴이 이렇게 일정하게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라고까지 발언하며 정권 차원의 보복임을 의심했다.

더불어 “실제 현재 여권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여러 인사들이 고위직이든 아니면 중위직이든 하위직이든 반 공개적으로 원수 갚겠다는 말을 해온 것은 언론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문재인 정부 측근들이 그런 속마음(이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죽였다는 것에 대해 복수)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김두우 전 홍보수석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올해가 개띠 해라고 저희들도 이전투구를 한번 해볼까”라며 이명박 정부에서 확보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정보로 반격이 나설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런 정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암시함으로써 현 정부에 그만 수사하라는 시그널을 던지는 것이다. 

최근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전부 그런 논리로 정치보복을 그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정치보복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니까 반격에 나서겠다고 위협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는 공간에 측근들이 도열하고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는 공간에 측근들이 도열하고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19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 <뉴스공장>에서 “까려면 진작 깠다”며 “이렇게 코너에 몰렸는데 아직도 공개하지 못 하는 것은 그런 정보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돌아가보면 문 대통령이 화가 난 것도 이 지점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에 “민정수석은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듯이 문 대통령은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사정기관을 동원해 전 정권의 뒤를 캐고 있다는 식으로 묘사한 것에 감정이 동요된 것으로 보인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이 18일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자만 나오면 그렇게까지 흥분하고 분노한다는 것 자체가 이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는 증거인 것”이라고 밝혔듯이 많은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을 언급했기 때문에 화가 났다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김어준 총수는 문 대통령이 분노한 배경에 대해서 “문 대통령 스타일상 본인의 공적인 행위가 사심에 의해 이뤄졌다 이렇게 사사로운 사람으로 몰아가는 거다”며 “실제 문 대통령이 사적인 일과 공적인 일을 구분하는 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은 촛불이 만들어준 대통령이라는 것을 의무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그래서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국가권력을 움직인다고 말하면 모욕을 당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라고 발언했다. 김효재 전 수석이 주장한 정치보복 패턴론은 마치 시민단체와 사정기관과 정부가 한 팀이 되어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으나, 그런 시민단체(주로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들은 문재인 정부의 주력 정책에 비판 성명을 수차례 낸 바 있다. 

적폐청산 관련 수사를 집중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현 정부의 측근인 전병헌 전 수석의 비위 혐의를 수사해 불구속기소 하기도 했다. 물론 야당은 이에 대해서도 물타기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현 사법부의 영장전담판사들은 임관빈·김관진에 대한 구속적부심에서 석방 결정을 내렸듯이 그렇게 하명을 받고 기획적으로 사법적 집행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무리다. 모든 사법기관과 수사기관이 현 정부의 의중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전혀 근거가 없는 음모론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편, 바른정당이 관련해서 균형적인 논평을 냈다. 권성주 대변인은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대해 분노를 표출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수사를 강화하라는 가이드라인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이전의 잘못을 바로 잡겠다는 노력이 국민들에게 정치보복이라는 피로감으로 전해지지 않도록 중립성과 공정성을 철저히 지켜주기 바란다”고 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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