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세력의 농단 가능성 농후, 짧은 시간 틈을 주지말고 전격 발표해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가상화폐 시세는 하루에도 여러 번 출렁이고 변동폭의 주기가 매우 짧은 게 특징이다. 

하루종일 시세를 확인하는 ‘비트코인 중독’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사례들이 최근 자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가 가상화폐 조치와 관련 엠바고(보도 시점 유예)를 걸어 작전세력의 악용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가상화폐 관련 정부의 조치가 발표되는 방식으로 인해 투기 세력은 이익을 얻고 개미들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의혹제기했다. 

하 의원은 판넬을 들고와 가상화폐 가격이 순식간에 들쑥날쑥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 의원은 판넬을 들고와 가상화폐 가격이 순식간에 들쑥날쑥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디오 출연 예고 등 정부가 가상화폐 문제에 대해 어떤 행동을 한다는 것이 시그널로 드러나면 바로 관련 시장이 들쑥날쑥한다는 게 하 의원의 진단이다.  

하 의원은 15일 오전 국무조정실이 기자들에게 관련 정부 입장을 공지하게 된 과정을 예로 들었다.

△9시 가상통화 관련 정부입장 발표 엠바고 문자 공지 △9시20분 엠바고 보도자료 전문 공유 △9시40분 보도허용 시점. 이렇게 진행됐는데 하 의원은 이 40분의 틈이 “작전시간”이었다면서 짧은 시간동안 대략 4.9%나 가격이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국무조정실의 발표자료 내용은 폐쇄라는 강경대응을 예고한 법무부가 아닌 “국무조정실이 가상통화 정책을 총괄한다”는 것이었다. 규제 분위기에서 숨통이 트인 것이기 때문에 시세가 올라갈 요인이었다. 

하 의원은 구체적으로 국무조정실에서 보낸 보도자료 이메일과 문자와 카톡 내용까지 준비해서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 의원은 구체적으로 국무조정실에서 보낸 보도자료 이메일과 문자와 카톡 내용까지 준비해서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런데 이렇게 금융 이익과 직결된 정부 발표는 “엠바고 없이 전격적으로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 하 의원의 조언이다. 예컨대 국무조정실 공직자들 뿐만 아니라 관련 부처 공무원과 문자를 미리 받은 기자들까지 이 소식을 주변 가상화폐 투자자에게 사전에 알려줄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주가조작과 같은 문제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다.

마침 18일 금융감독원의 모 직원이 국무조정실에 파견됐는데 내부 공공정보를 악용해 가상통화를 매도해서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하 의원이 주문한 것은 △가상화폐 관련 정부 발표는 엠바고 없이 전격적으로 해야함 △엠바고 건 것에 대해 국무총리실이 직접 진상조사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함 등 두 가지다.

하 의원은 상당히 센 표현도 써가며 정부가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하 의원은 “정부가 촛불 개미들의 등골을 빼먹은 사건”이라며 “많이 지능적인 작전세력이 농락해서 대량으로 매도하거나 매수할 수 있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0분이면 작전세력이 농단을 부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라는 게 하 의원의 주장이다.

또 “개미들은 자기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는데 사람마다 다 다르고 정보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며 “실제 김동연 장관이 라디오에 출연해서 폐쇄 옵션은 아직 살아있다고 발언해서 시세 하강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40분만에 가격이 급등한 그래프. (사진=박효영 기자)
40분만에 가격이 급등한 그래프. (사진=박효영 기자)

하 의원은 정부가 악용될 소지를 방치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며 “미필적 고의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하 의원은 누군가 이로인해 “구체적으로 이익을 봤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럴 소지가 충분하다는 게 하 의원의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미 보도자료가 카카오톡으로 사전에 유출된 적도 있었다“며 ”몇 번 그렇게 호되게 당했던 정부가 또 이렇게 한다는 것은 사실상 작전세력과 협력했다“고 했을만큼의 현실이 펼쳐졌다는 주장이다.

하 의원은 고위공직자 가족까지 가상화폐 보유를 공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가상화폐 거래소실명제 실시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것과 공직자의 거래내역이 있는지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것 두 가지를 촉구했다.

한편, 이날 오전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직무정보를 활용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시키고 근무시간에 거래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공지했다. 특히 청와대는 관련 법률이 아직 미비함에 따라 내부방침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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