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 청년 토크쇼, 청년 반대 당원들 성명 발표, 통합반대 당원의 외침과 소동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보수대야합 안 한다는 각서를 쓰고 합당하라”는 국민의당 당원 A씨의 외침이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청년들과 토크콘서트를 진행한 자리였다. 같은 시간 <국민의당 지키기 청년운동본부> 소속 몇몇 당원들과 박주현 의원이 안 대표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9일 11시 국회 헌정기념관과 기자회견장에서 국민의당 통합과 반통합을 주장하는 이벤트가 동시에 열렸다. 

박주현 의원은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 활동을 개혁신당 차원으로 격상하겠다”며 김병운 국민의당 경기도당 청년위원장을 소개했고, 김 위원장은 성명서를 낭독했다. 

박주현 의원과 국민의당 지키기 청년운동본부 당원들이 안철수 대표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주현 의원과 국민의당 지키기 청년운동본부 당원들이 안철수 대표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본부는 이제부터 개혁신당 차원으로 격상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본부는 이제부터 개혁신당 차원으로 격상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성명서의 내용은 △2월4일 23곳 분산 전당대회 추진과 전당대회준비위원회 15명을 친안계로 구성한 것 비판 △보수야합 반대하는 청년들을 억압하는 통합파들 규탄 △청년운동본부가 제안한 공개토론에 안 대표의 입장 발표 △친안계 청년들의 자중 촉구 △이상돈 전당대회의장 사회권 박탈하는 전대 보이콧 등 다섯 가지다.   

안효준 국민의당 서울시당 운영위원은 “청년들이 그리도 무서워서 피하는 것인가 토론 실력이 안 돼서 피하는 것인가”라며 “이런 소인배 배짱으로 유승민 대표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보수야합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기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A씨가 극렬하게 소란을 피우면서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 

전날(18일) 통합선언문을 발표한 두 대표가 바로 정책적 공통점을 부각하는 행사를 열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전날(18일) 통합선언문을 발표한 두 대표가 바로 정책적 공통점을 부각하는 행사를 열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12시35분 헌정기념관 2층 대강당에서 토크콘서트가 끝날 즈음 A씨는 우측 뒤쪽 출입문 앞에서 고성으로 주장들을 쏟아냈다. A씨는 “나도 안철수 지지자지만 여기 온 사람들은 안철수 신봉자들에게 포섭됐다”며 “유승민 대표는 보수대야합 안 한다는 각서를 쓰고 합당하라”고 외쳤다.

행사가 종료되고 안 대표와 유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강당을 빠져나오는 중에도 계속 큰 소리로 외쳤다. A씨는 먼저 빠져나간 안 대표와는 마주하지 못 했지만 유 대표와는 강당 안과 문 밖 그리고 건물 밖에서 세 차례나 마주했다. 

A씨는 문 밖에서 언론 인터뷰 중인 유 대표의 뒤에 서서 “초등학교에 영어교육과정이 있어서 유치원에서 선행학습의 부작용을 우려해 영어교육을 금지시킨 것인데 왜 보수가 반대하냐”고 따졌고 “무조건 반대하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난만 하는 것은 보수가 아니”라고 줄기차게 주장을 쏟아냈다. 

상황을 지켜보던 오신환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왜 다 끝나서 하는거야 처음부터 하지”라고 혀를 끌끌 찼다. 

A씨가 이렇게 계속 유 대표를 따라다니며 주장을 쏟아내자 통합을 지지하는 참석자들은 A씨에게 냉소와 질타를 보냈고, 유독 이 상황을 못 마땅해 하던 같은 국민의당 당원 B씨(통합 지지)는 강하게 항의했다. 

A씨가 건물 밖에서 인터뷰 중인 유 대표의 뒤에 자리잡고 틈을 노려 간헐적으로 소리를 지르자, 보다 못 한 오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당직자가 어깨에 손을 대면서 “이미 충분히 했고 인터뷰 중엔 자제하라”며 말렸고 A씨는 화를 내며 “당신이 뭔데”라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당신? 어디서 당신이래”라며 역정을 냈고 A씨는 “그럼 너라고 해줄까”라고 받아쳤다. 

결국 B씨는 참다 못 해 A씨에게 다가가 반말로 강하게 비난하면서 말리려고 어깨에 손을 댓고 A씨는 이를 뿌리치다가 의도치 않게 손으로 B씨의 얼굴을 가격했다. B씨는 “감히 먼저 선빵을 날려”라며 A씨의 뒤통수를 주먹으로 때렸다. 이를 본 오 원내대표는 “내가 봤어 A씨가 먼저 때렸어”라고 말했다. A씨는 맞자마자 바로 경찰에 폭행 신고를 했다.

경찰이 출동하고 소동은 마무리됐다.

 

강당 안에서 유 대표와 1차로 마주한 A씨. (사진=박효영 기자)
문 밖에서 유 대표와 2차로 마주한 A씨. (사진=박효영 기자)
A씨와 B씨가 서로 다투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경찰에 자신이 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A씨. (사진=박효영 기자)
경찰이 B씨에게 상황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일련의 소동 과정을 자세히 묘사한 이유는 이렇게까지 하면서 의견 개진을 하고 싶었던 A씨의 메시지를 부각하는 차원에서, 양측이 각자 화날만한 소지가 있었다는 점, 경찰 수사과정에서 사실관계가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를 비롯한 ”반통합파에 소속되지도 않았고 그들을 지지하지 않지만 지금 그분들이 하는 주장은 옳다”며 결국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보수대야합이라는 논리를 설파했다.

A씨는 평소 페이스북을 통해 그런 입장을 설명해왔다. A씨는 17일 “결국 본인(안철수)은 부정하나 사실상 한국당과의 보수대통합 즉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 이후 신당을 다시 한국당과 합당하려는 그야말로 중도정당인 국민의당을 수구세력에게 갖다 바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구세력 불리기가 결국은 재작년 겨울 촛불을 들고 일어나 시민들이 타파를 외쳤던 이명박근혜 새누리 정권의 부활과 영구집권 의도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음은 안철수 대표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야말로 국민의당 반통합파와 내세우는 논리가 판박이다. 통합은 곧 보수대야합이고 이는 수구 적폐세력의 부활이라는 진보진영과 반통합파의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반면, 안 대표와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주장하는 통합론의 핵심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양극단이 적대적 공생하는 구조를 깬다는 차원이다. 특히 하 의원은 한국당을 극우 정당으로 고립화시키고 중도진보와 보수를 수렴해 협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를 기준으로 반통합파와 통합파의 입장이 갈리는 것이다. 여기에 A씨는 반통합파와 달리 아직도 안 대표의 각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실제 A씨는 통합 행사에서 직접 소리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바른정당 의원실에 직접 연락해 자기 주장을 의원에 전달해 달라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A씨가 메일로 보낸 전화 녹취파일. (캡처사진=박효영 기자)
A씨가 메일로 보낸 전화 녹취파일. (캡처사진=박효영 기자)

반통합파 의원들은 이미 개혁신당 창당에 들어갔고 안 대표와의 결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합당이 저지되더라도 안 대표와 국민의당에서 한솥밥을 먹을 수 없을만큼 감정의 골이 깊다. 

하지만 A씨는 강경한 행동파 성향으로서 선명한 진보성을 견지하고 있음에도 안 대표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아직도 “안철수 지지자”를 스스로 천명하고 있다. 정치적 성향만 보면 정의당이나 원외 진보정당(녹색당·노동당 등) 소속일 것 같지만 안철수를 믿고 국민의당 당원이 된 것이다.

사실상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신당과 개혁신당으로 바뀌고 원내 교섭단체 4당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형국인데, 추후 건강한 중도 세력의 협치가 이뤄질지 한국당의 부활이 도모되는 보수대야합이 이뤄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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