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표의 경제정책 공감대 형성, 통합신당이 필요한 이유, 유승민의 매서운 문재인 정부 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외부에 적이 있으면 내부 결속력을 다지기 쉽다.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는 양당의 간극을 좁히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고 유 대표는 유독 매서웠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두 대표는 19일 11시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청년들과 토크콘서트를 갖고 여러 정책적 소신을 설명했다.

두 대표는 경제복지 정책에서 일치되는 지점을 공유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두 대표는 경제복지 정책에서 일치되는 지점을 공유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철수 대표는 “의사 출신이라 혈액형에 조금 민감하다”며 “혈액형은 달라도 수혈이 가능하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딱 그렇다”고 말했다. 

양당의 지향점이 많이 다르다는 세간의 평가를 의식해서인지 유승민 대표도 “우리 둘의 화학적 조합도 중요하고 여기 오신 당원들의 화학적 결합도 중요하다”며 “뭔가 다들 당원으로서 정치적 사명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경제와 복지정책에서 공감대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고 활발한 논의를 통해 여러 철학 차이를 좁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다른 부분도 있지만 이게 시너지를 불러올 것”이라며 “차이를 좁혀가야 할텐데 이 자리가 그런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 대표는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말미에 번번이 통합신당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물론 안 대표도 마찬가지였다.최저임금·소득주도성장·4차 산업혁명·가상화폐·동계올림픽 단일팀 논란 등 정부의 조치를 꼬집으면서 통합신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안철수가 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부론’

지난 대선 4차 산업혁명을 입에 달고 다녔던 안 대표는 거의 특강 수준으로 관련 개념에 대해서 풀어냈다. 안 대표는 산업혁명의 단계를 1차 증기·2차 전기·3차 인터넷이라면, 4차는 한 가지가 아니라 수많은 기술이 동시에 발전하고 예측 못 하게 결합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중요한 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미래 예측이 불가능해서 정부 주도로는 안 된다는 것이고 그래서 정부의 운영철학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안 대표의 기본 생각이다.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단순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기술 차원으로만 보지 않고 사회 시스템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더 이상 국가주도의 중앙집권으로는 안 되고 현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분권”적 사회로 가야하는데 정치권에서도 국회가 다당제로 재편되어야 하고 지방정부에게 권한 위임도 필요하다. 

안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단순 기술 뿐만 아니라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국정 운영철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단순 기술 뿐만 아니라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국정 운영철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 대표는 가상화폐 관련 질문을 받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며 “김동연 경제부총리 패싱 현상”이 우려되고 “디지털 시대인데 아닐로그 세대가 모든 결정권을 다 쥐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통합신당은 이런 시대에 부합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아직도 “국가주도”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도 정부”라고 판단하는 것이 안 대표의 시각이다. 관련해서 안 대표는 정부의 일자리 안정기금에 대해서 “임금은 기업이 주고 복지는 국가가 하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안 대표는 공시생(공무원시험준비생)이 100만명에 육박한다며 정부가 공무원 일자리를 만들게 아니라 창업자가 100만명이 나오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년이 안정적인 길만 가길 바라고 공시생으로 전락하는 이유가 있는데 그걸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불공정한 경쟁구조 타파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정부의 역할을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으로 규정하고 구체적으로 △교육개혁 △과학기술 개혁 △경쟁이 가능한 사회구조를 제시했다. 정부가 이를 실현하면 그 결과로 일자리는 저절로 창출된다고 보는 것이다. 안 대표는 정부가 “백 투 베이직”을 해야 한다고 집약했다. 

안 대표는 교육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무엇보다 ‘일관성’이 중요하다면서 “단순히 자사고 없애고 대학입시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5년 단임제라 그 다음 대통령이 다 뒤집어 버리고 심지어 한 정권에서 장관 바뀔 때마다 교육 기조가 변한다”며 사회적 합의를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 모든 이해관계자가 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10년 장기계획을 합의하는 구조를 만들고 매년 개최해 논의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대선에서도 후보들 간에 일자리 정책은 가장 크게 부각된 이슈였는데 이는 경제철학과 복지국가에 대한 비전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은 공공부문을 확대하기 위해 5년간 21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 공공지출 비율이 하위권에 속하고 복지정책도 많이 부족하다는 인식과 보편적 복지에 대한 철학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유승민의 ‘강성 쓴소리’

유 대표는 최저임금도 올리고 일자리도 늘어나게 할 방법은 없냐는 청년의 질문에 “공짜점심은 없다”며 그런 정책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의 측면에서 ‘속도’와 ‘균형’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당장 소상공인들과 편의점 점주가 어려워서 사람을 안 쓰겠다는데 그걸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유승민 대표는 이 자리에서 통합신당을 띄우려는 의도인지 유독 문재인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많이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승민 대표는 이 자리에서 통합신당을 띄우려는 의도인지 유독 문재인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많이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이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인데 그것은 “환상에 가깝다”며 동시에 “자유한국당이 최저임금 동결 수준으로 말하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신당의 책임있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청년 실업이 심각한데 일자리 수가 늘지 않았고 유일한 해법이 국민 세금으로 공공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인데 그래서 더 많은 청년이 노량진에 몰린다”고 운을 뗀뒤 “늘려봤자 청년 실업자가 더 많이 양산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많은 청년이 골고루 창업도 하고 공무원 준비도 하고 해야 하는데 지금은 완전히 쏠리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해법으론) 절대 해결 못 한다”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에 혁신성장을 양념처럼 끼어 넣었는데 소득주도는 복지 정책에 불과하지 성장전략은 아니”라면서 “(소득주도성장을) 빨리 쓰레기통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강하게 발언했다. 이어 “공무원 늘리는 예산을 국회가 막았어야 했고 그럴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 했다”며 “통합신당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고 진짜 혁신성장으로 뭘 가지고 어떻게 할 건지 빨리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 대표는 “지금 문재인 정부의 고집대로 가면 청년 실업이 더 심해지고 일자리 문제가 더 꼬인다”며 “국회에서 그걸 끊어내는 정당은 거대양당이 아니라 통합신당”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의 센 발언은 계속됐다. 유 대표는 유치원에서의 영어선행교육 금지 조치를 언급하다가 “권력을 잡은 사람이 머릿 속에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이상한 정책이 나온다”며 “운동권 출신의 청와대 참모진들의 뇌 속에 뭔가 잘못된 생각이 주입됐는데 그 생각이 30~40년 전에나 통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더 이상 보수가 종북몰이에 기대면 안 된다고 강조했었는데 정작 유 대표가 이와 같이 밝힌 것은 개혁보수의 행보에 어울리지 않는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 참모진을 운동권 출신의 반헌법적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한다고 비난했던 것과 유 대표의 이 발언은 맥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불의한 군사독재 시기에 저항했던 운동권 경력을 흠으로 볼 필요가 없고, 김문수·이재오 등 운동권 출신의 우파 정치인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과거 경력을 현재 행보의 비판 근거로 삼는 것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통합신당의 중요성을 행사 진행 내내 강조했던 두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통합신당의 중요성을 행사 진행 내내 강조했던 두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유 대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대해 “메달권 아닌데 단일팀 하면 어떠냐”는 식으로 발언했다고 꼬집고 “대통령은 (역사의 명장면 발언) 전체주의적으로 말했다”며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면서 자기들 입으로 그걸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도 “정부가 국민 자존심을 지키는 일에 더 신경써야 한다”며 “인터넷 댓글 보니까 대선 안 나가면 정계 은퇴할 것이냐는 말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그 배경에 다 알고 있으면서 “북한 얘기만 나오면 집권자의 모든 생각을 다 덮어버린다”고 감정적으로 비난했다. “북한에 잘 보여야 하기 때문에 평소 주장하는 가치가 머릿 속에서 다 지워져 버린다는 것”이다. 이어 “북한 아이스하키팀이 오면 꼴찌해도 박수쳐주면 되고 태극기와 한반도기도 같이 하면 되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되는데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어투로 말했다. 

유 대표는 심지어 “이 부분을 보면 2016년 때 정유라·최순실 사건과 뭐가 다르냐”고 따졌다. “촛불정신과 민주정신을 그렇게 외쳤으면서”라는 말도 했다. 

유 대표는 가상화폐 대처 문제를 지적하면서 “법무부가 처음부터 주무부처가 된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이게 시대착오적이고 만약에 그걸 다시 철회하려면 청와대와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은 뒤로 물러나서 구경만 하고 시장도 모르는 사람이 거래소 폐쇄 운운하다가 여론에 민감한 정부가 청와대 청원 댓글보고 오락가락 하는 게 참 문제”라고 비판했다.

유 대표는 “그게 이 정부의 수준”이라며 “통합신당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분 아시겠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통합신당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단순히 선거 유리하게 치르는 차원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해결할 정당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 대표는 안 대표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차이점을 부각하려고 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문제 있으면 책임지게 하고 수사하는 것이 검찰과 법원의 역할”이고 “감정적 대응을 하지 말고 지켜보는 것이 사법개혁에 맞는 일”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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