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한나 기자
사진=최한나 기자

 

시계

김남조

 

그대의 나이 90이라고

시계가 말한다

알고 있어, 내가 대답한다

그대는 90살이 되었어

시계가 또 한 번 말한다

알고 있다니까,

내가 다시 대답한다

 

시계가 나에게 묻는다

그대의 소망은 무엇인가

내가 대답한다

내면에서 꽃피는 자아와

최선을 다하는 분발이라고

그러나 잠시 후

나의 대답을 수정한다

사랑과 재물과 오래 사는 일이라고

 

시계는 즐겁게 한판 웃었다

그럴 테지 그럴 테지

그대는 속물 중의 속물이니

그쯤이 정답일 테지……

시계는 쉬지 않고 저만치 가 있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들이 벌써 2월을 바라본다. 위 시에서 화자는 사랑과 재물과 오래 사는 일이 소망이라고 말한다. 시인의 나이를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 소망을 품었을 것이다. 그 소망하는 일들이 잘 이루어지길 비는 마음으로 시계 앞에 다소곳이 서본다.

오늘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신의 선물이다. 그 시간을 채우는 방법은 저마다의 몫인 것! 시계는 쉼없이 돌고 돌지만 그 길이는 아무도 모른다. 태엽이 다하면 멈추는 시계 같은 인생이려니, 시를 음미하다보니 잠시 삶의 자세를 가다듬게 하는 따스한 격려의 토닥거림을 느낀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