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김남조
그대의 나이 90이라고
시계가 말한다
알고 있어, 내가 대답한다
그대는 90살이 되었어
시계가 또 한 번 말한다
알고 있다니까,
내가 다시 대답한다
시계가 나에게 묻는다
그대의 소망은 무엇인가
내가 대답한다
내면에서 꽃피는 자아와
최선을 다하는 분발이라고
그러나 잠시 후
나의 대답을 수정한다
사랑과 재물과 오래 사는 일이라고
시계는 즐겁게 한판 웃었다
그럴 테지 그럴 테지
그대는 속물 중의 속물이니
그쯤이 정답일 테지……
시계는 쉬지 않고 저만치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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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들이 벌써 2월을 바라본다. 위 시에서 화자는 사랑과 재물과 오래 사는 일이 소망이라고 말한다. 시인의 나이를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 소망을 품었을 것이다. 그 소망하는 일들이 잘 이루어지길 비는 마음으로 시계 앞에 다소곳이 서본다.
오늘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신의 선물이다. 그 시간을 채우는 방법은 저마다의 몫인 것! 시계는 쉼없이 돌고 돌지만 그 길이는 아무도 모른다. 태엽이 다하면 멈추는 시계 같은 인생이려니, 시를 음미하다보니 잠시 삶의 자세를 가다듬게 하는 따스한 격려의 토닥거림을 느낀다.
최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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