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기복 심하고 과열경쟁…현실지옥

[중앙뉴스=오은서 기자] 현재 자영업 시장을 보면 경기 불황과 시장포화로 자영업자 폐업이 속출하는 반면 신규 자영업자가 계속 증가해서 문제다. 

1년도 못 버티고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증가해도 중장년층과 은퇴한 베이비붐세대는 취업 기회가 제한될 때 자영업으로 밀려난다. 여기에 실업난을 겪는 청년 3포세대까지 뛰어들면서 자영업 시장을 전쟁터보다 더해 ‘현실지옥’이라고 표현한다.

통계청의 종사상지위별 취업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영업자 수는 564만2000명으로 2014년 이후 3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전체 임금근로자 1980만명 중 28%에 달한다. 

이렇게 자영업에 뛰어는 창업자 수는 늘고 있지만, 1년을 버티기도 힘들다. 국세청의 지난 2016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4년 창업해 2015년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개인사업자는 106만8000명이었다. 하루 평균 3000명 정도가 신규 자영업체를 차렸다. 

반면 2016년 기준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73만9000명으로 하루 평균 2000명이 사업을 접었다. 1년을 버틴 자영업자 3명중 1명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자영업자 규모를 보면, 지난해 8월 신규 자영업자의 사업자금 규모가 5000만원 미만이 71.4%에 달했다. 특히 500만원 미만은 28.3%로 영세한 창업규모의 민낯이 드러났다. 또한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의 수는 405만6000명으로 전년도보다 4만7000명 늘었다. 

사업자의 연 매출 과세표준도 2천400만원에 미치지 못하면 부가가치세 납부 의무가 면제된다. 지난해 이에 해당하는 사업자는 120만8천명으로 2015년 116만4천명에서 더 늘어났다.

홍대입구 부근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가게. (사진=오은서 기자)

현재 합정역 푸르지오 상가 내에서 커피전문점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직원 이 모씨(가명, 32세)는 “사장님이 애초에 이쪽 자리가 좋다고 해서 입점했다는데 솔직히 기복이 심하다. 손님이 많이 올 땐 많이 오고 없을 땐 아예 없다. 게다가 커피값도 비싸게 받을 수 없다. 주변에 커피전문점이 3개나 되는데 가격이 1,500원에서 2,000원선이다. 옆에 경쟁점포가 많아서 가격을 비싸게 팔 수 없다. 사장님은 여기 임대료에 인권비까지 제하고 나면 적자일 것이다. 장사는커녕 버티는 쪽에 가깝다”고 말했다. 

특히 아래층에 대형서점이 입점하면서 주변 상점이 깨알같이 모여들었고 그 안에서도 출혈경쟁이 심하겠지만 그로 인해 윗층에 있는 우리 매장은 손님이 더욱 줄었다는 설명이다.

홍대입구 먹자골목 부근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인 김 모씨(가명, 55세)는 “요새 손님이 너무 없다. 금요일 토요일에만 손님이 있고 평일, 일요일은 가게가 한산하다. 주말에 번 수입으로 일주일을 버틴다”고 말했다. 

 

합정역 부근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점포. (사진=오은서 기자)

요식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기가 좋아지리라고 기대했지만 실제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 피부에 와 닿는지 않는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실제 요식업의 경우 해마다 3천명~4천명이 신규 창업교육을 받는데 이 중 25%~30% 정도가 문을 닫는다. 또한 가게를 양도 받으려는 물권 거래가 줄면서 마음대로 폐업도 못하고 휴업 하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자영업 중 소매업이나 음식점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는 다른 업종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취업이 잘 안될 경우 요식업이나 소매업 창업에 눈을 돌리기 쉽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낮은 반면 시장포화에 따른 경쟁이 가장 심하다고 관계자는 진단한다. 

 

합정역 지하철 상가 내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한 점포. (사진=오은서 기자)

이런 자영업자 문제를 개인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바라봐야할 시점이 왔다. 이미 포화상태인 요식업 등에 대한 창업은 지양해야 하고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해 지금 보다 훨씬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6년 통계를 보면 관련 집계가 없는 이스라엘을 제외한 35개국 중 자영업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멕시코로 1152만3000명이었다. 이어 미국(960만4000명)이 2위 터키(453만6000명)가 3위에 올랐고 한국은 400만9000명으로 4위에 올랐다. 

국제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수는 많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늘어나는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자영업 현장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느끼지 못한다.

자영업자가 계속 늘어나는 사회문제에 대해서 박성구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율이 세계최고다. 자영업자는 각자도생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다. 최근 최저임금제까지 인상되면서 자영업자가 갖는 부담도 커졌다. 이런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려면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기본 소득제도를 과감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사회안전망의 한 부분이 기본 소득제도라고 본다. 조건 없이 고정급여가 지급되면 저임금 단순 노무자를 포함해 자영업자들이 좀 더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 아프리카의 한 사례만 봐도 한달에 20달러의 기본 소득만 지급해도 그들이 인생의 목표와 희망을 갖게 되면서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