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당적 문제로 전대 의결 불안감 원인, 당규 개정에 당헌 개정까지 정당성 문제 커질 것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2월4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취소하고 전당원 투표로 합당을 의결한 뒤 중앙위원회를 열어 이를 추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사실상 통합을 전제해놓고 절차를 밟으려다가 여러 논란을 낳았던 안 대표가 전대까지 취소하는 강수를 둬 민평당(민주평화당)은 물론 중재파의 분위기도 악화되는 상황이다. 

안 대표가 31일 16시 긴급 당무위원회를 당사에서 개최하고 위와 같은 특단의 조치를 의결했다. 

안철수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중에 전당대회 공고를 지나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당무위원회를 통해 끝내 전당대회는 무산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안철수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중에 전당대회 공고를 지나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당무위원회를 통해 끝내 전당대회는 무산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현 상태로 전대를 치를 경우 민평당에 합류한 당원들이 '이중당적’을 이용해 실력을 행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합당 부결의 결과가 펼쳐지면 안 대표의 표현대로 “한국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 

국민의당 통합파와 바른정당이 통합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전대 표결 계산을 해봤을 때 합당 통과가 확실하지 않으면 그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배경이 있는 것이다. 

안 대표는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이미 전대 통과를 위해 대표당원 규모도 축소했고 반통합파인 이상돈 의원에 대한 징계를 단행해 전대 의장 문제도 봉합한 상황에서 안 대표의 리더십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물며 일반 시민들도 정당정치의 꽃으로서 전대에 대한 이미지가 각인돼 있을 정도인데 민평당과 중재파는 물론 정치권 전체에서 안 대표의 전대 취소 결정의 정당성이 인정받기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민평당의 대변인인 장정숙 의원은 당무위의 결정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안철수의 독재 정치는 지구상에서 추방해야 한다”며 극언으로 비평했다. 

장 의원은 “정당법도 어기고 당헌당규도 다 멋대로 하려는 것은 또 한번 민주주의를 짓밟는 것”이라 표현했고 민평당 소속 최경환 의원도 안 대표의 조건부 사퇴론에 대해 “지방선거 선대위 위원장으로 나서거나 서울시장에 나올 것”이라며 “안철수식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날 아침 안 대표는 최고위회의에서 중재파 의원들이 합류한다면 2월13일 통합 완료 이후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조건부 사퇴론을 제시했다. 

장정숙 의원은 이날 안 대표의 조건부 사퇴론과 전당대회 취소 결정에 맞게 오전 오후 두 번의 논평을 진행했고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민평당의 입장을 적극 홍보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장정숙 의원은 이날 안 대표의 조건부 사퇴론과 전당대회 취소 결정에 맞게 오전 오후 두 번의 논평을 진행했고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민평당의 입장을 적극 홍보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경환 의원은 오전 안 대표의 조건부 사퇴론에 대해 "공동대표 돌려막기"라고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경환 의원은 오전 안 대표의 조건부 사퇴론에 대해 "공동대표 돌려막기"라고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이날 아침 tbs <뉴스공장>에서 “중재파가 어디에 힘을 실어주느냐가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듯이 이제 남은 것은 중재파의 결단 밖에 없다. 양 세력도 중재파 포섭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위에서 묘사했듯이 중재파 의원들 사이에서 통합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통합신당이 출범한 이후에도 민평당이 교섭단체 이상을 확보하게 되면 결국 안 대표가 지지율 명분으로 잠재우려 했던 마이너스 통합이란 평가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들어 통합파에 쓴소리를 하고 있는 안 대표의 비서실장 송기석 의원도 이미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민평당이 교섭단체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크다고 발언했고 30일 <뉴스공장>에서는 민평당이 교섭단체 이상을 확보하게 될 정도면 통합파의 입장에서도 마이너스 통합일 수밖에 없다는 것, 즉 통합을 추진한 의미가 없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노 원내대표도 “상처투성이인 통합”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중재파 9인(박선숙·최도자·황주홍·김동철·이용호·김성식·손금주·이찬열·주승용) 중 통합에 우호적인 주승용 의원조차 기자들을 만나 "(중재파가) 합류하면 사퇴하고 아니면 사퇴를 안 한다는 말로 들려 상당히 불쾌하다"며 안 대표의 조건부 사퇴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경환 의원은 “사실상 (조건부 사퇴론에 대해) 중재파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라 규정했고 민평당에 많이 기운 중재파 수장격인 박주선 의원도 이에 동조하는 입장을 밝혔다. 내일(2월1일) 중재파 의원들의 공동 입장이 발표될 예정인데 통합파의 관점에서 전망이 어둡다. 

한편, 통합파는 이번 결정에 대한 정당성과 명분을 강조하기 위해 애쓰는 분위기다. 

안 대표는 당무위를 마치고 나와 기자들에게 "법적 하자가 전혀 없고 오히려 반대파가 불법으로 전대를 방해하고 있다"며 "민평당 쪽에서 대표당원 명부 확정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몇천 명 수준의 대표당원 의사를 묻는 것이 아니라 28만 당원 전체의 의사를 묻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통합파와 바른정당은 무사히 통합할 수 있을까. 안 대표의 숙명이 달려있다. 사진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임대아파트전국회의 부영연대 면담에 참석한 안철수의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민의당 통합파와 바른정당은 무사히 통합할 수 있을까. 안 대표의 숙명이 달려있다. 사진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임대아파트전국회의 부영연대 면담에 참석한 안철수의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반통합파가 제기한 전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이날 법원에서 기각된 사실을 언급하며 “구태의연한 반대 공작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통추위 대변인인 신용현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중앙위에서 그냥 합당안을 의결하는 더 쉬운 방법도 있지만 보다 많은 당원의 뜻을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전당원 투표를 하기로 했다”며 이번 결정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이날 당무위 결정은 당무위원 60명 가운데 42명이  의사표시해서 의결됐다. 구체적인 내용은 <전당원 투표는 당의 최고 의사결정 방법이고 전대를 개최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전당원 투표로 결정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중앙위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당헌을 개정했다.

의결 방식으로는 전당원 투표 참여자의 과반 이상이 동의하는 것으로 정했고 지난번처럼 케이보팅 시스템으로 진행한다. 

이같은 당무위 결정사항을 조만간 중앙위를 열어 확정하게 되고, 전당원 투표 결과 통합 찬성이 의결되면 이 사실을 다시 중앙위를 열어 추인받기로 했다. 

날짜는 5일 전당원 투표 실시, 11일 중앙위 개최가 유력해 기존에 예정됐던 13일 바른정당과의 합동 전대 개최일 안에 국민의당 내 의사결정을 마무리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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