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정의당은 개헌안 당론 채택, 2월 안에 개헌안 합의보자, 한국당은 느긋한 태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자체 개헌안을 당론으로 확정했고 2월 내에 여야가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 동시 투표를 위해 최대한 빨리 다른 정당들이 개헌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 중이다. 

이에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국민의당(미래당) 등 야당은 정부형태 관련 여전히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두겠다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고 제1야당인 한국당은 자체 개헌안 마련에 서두르지 않는 모양새다. 

이인영 민주당 개헌특위 간사는 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헌으로 장기집권하려 한다는데 그것은 그들의 아버지 박정희와 전두환 군사독재자들이나 하던 짓이지 우리는 절대 그런 짓은 안 한다”며 ”자기 입장을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의 입장만 흠결내려고 한다면 그것은 도덕적으로도 정당하지 못하다“고 한국당을 압박했다.

이인영 간사는 민주당 원내에서 개헌 관련 가장 활발하게 논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인영 간사는 민주당 원내에서 개헌 관련 가장 활발하게 논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1일 의총 모두발언에서 ”각 당은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각자의 개헌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시한을 제시했다.  

이 간사는 ”현행 130개 헌법 조항을 전부 검토했고 그대로 유지하자고 했던 부분이 40개·신설 27개·개정 43개·현행 유지 7개“라고 설명하면서 민주당이 오랫동안 꼼꼼하게 헌법 조문별로 살펴봤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 간사는 ”4년 중임제·의회와 지방으로 권력 분산·삼권분립에 근거한 민주적 견제와 균형 3가지가 우리 의원들의 입장“이라며 ”야당과의 협상에 유연하게 임하는 진정성 있는 고려가 반영돼 이런 정도로 열어놓았다“고 덧붙였다. 

여야 개헌 논의의 핵심은 결국 정부형태다. 합의 여부도 이 지점에서 판가름이 될 것이다. 

민주당의 개헌 전략은 △4년 중임의 대통령제를 골자로 하되 분권과 협치 강화를 당론으로 야당과 적극 협상에 임하는 것 △국민 여론이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고 민주당은 이런 민심을 충분히 반영해서 당론을 정했으니 정당성이 있다는 것 크게 두 가지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1일 1차 의총결과 브리핑을 통해 ”역대 개헌 과정이 졸속적이었던 것과 달리 현재 민주당은 개헌안을 마련해가는 과정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있다“며 국민 여론을 수렴했다는 것의 정당성을 부각했다.

좀 더 나아가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에게 “권리당원 74만여명 중에서 7만5000여명이 답변한 것을 기준으로 68.6%가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며 “119명(1명은 외국일정 1명은 답변 안 함)의 소속 의원들도 권리당원 선호도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특히 “사안마다 다르겠지만 오히려 의원들 사이에서 대통령제에 대한 선호가 더 높았다”고 말했다.

국민 여론에 맞게 의원들도 4년 중임의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이를 토대로 분권과 협치를 강화할 수 있다는 논리전개다. 

강 대변인은 분명 이번 민주당의 개헌 당론은 대통령제를 골자로 하고 있지만 야당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했고 합의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강 대변인은 분명 이번 민주당의 개헌 당론은 대통령제를 골자로 하고 있지만 야당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했고 합의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는 추미애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개헌 전략 그대로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추 대표는 국민 여론이 4년 대통령 중임제를 선호하고 이원집정제는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고 국민들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분권과 협치는 “현행 책임총리제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행 대통령제 체제에서 최대한 조정해서 총리에게 실권을 주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는 입장이다.

추 대표는 1월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4년 중임제안을 지지하고 이원집정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추 대표는 1월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4년 중임제안을 지지하고 이원집정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강 대변인도 한국당이 4년 중임제로는 합의를 해주지 않을 것 같은데 이와 관련 민주당의 전략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의원들과 개헌 티타임을 가져보겠다”며 “4년이냐 아니냐에 집착할 문제는 아니고 대통령의 권한을 얼마나 내려놓느냐 얼마나 협치가 가능한 구조를 짜느냐에 따라서 야당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될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기자들도 헌법을 공부해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이미 총리를 두는 등 내각제적 요소를 갖고 있는 대통령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야당도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며 “실제 의원들 중에 그런 발언을 한 분도 있었고 그렇다면 (대통령제 하에서도) 야당과 충분히 이야기가 되고 이번 당론도 그렇게 야당을 충분히 배려한 것이고 논의과정에서 좁힐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야당의 반대를 여론전을 통해서 뭔가 관철시키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 강 대변인은 “저희가 자체 조사하지 않아도 언론사별로 조사를 할 거라 보고 우리가 이 결과를 발표했다고 그대로 언론이 써주지 않을 거고 어찌됐든 국민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니까 그런 면에서 오히려 한국당의 바람을 반영했으면 한다(한국당 차원의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면 한다고 이해)”고 답했다.

야당의 반응은 차갑다. 2월 임시국회 동안 계속 열리고 있는 여야 개헌특위 회의도 별 성과가 없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2일 논평을 통해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내각제 등 정부의 형태를 말해야 한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두고 5년도 모자라서 8년 임기를 보장하자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도 같은 날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당론으로 채택함으로써 그동안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해왔던 것이 결국 집권세력에 대한 발목잡기용 정치투쟁의 도구였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고 헌법 개정에 있어서도 역시 전매특허인 내로남불”이라며 “정부여당은 개헌을 지방분권·기본권 강화라는 말로 포장해 왔지만 가장 뜨거운 쟁점인 권력구조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추궁 당하자 덜컥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꺼내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 대변인은 “민주당의 기존 주장대로라면 5년짜리 제왕적 대통령을 8년짜리 제왕적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내부에서 연내에 개헌 투표를 하면 된다는 목소리가 높고 그러만큼 자체 개헌안을 제시하는 시점도 늦어질 전망이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월30일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현재 한국당은 개헌을 논의해가는 과정 중에 있다”며 “시점도 못 박지 않았고 특정 안에 얽매이지 않고 폭넓게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정해진 것 없이 개헌 관련 모든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장 대변인은 한국당의 컨센서스가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신 대변인은 정해진 것 없이 개헌 관련 모든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장 대변인은 한국당의 컨센서스가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지방선거 전이든 후든 시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국민적 공감대와 여야 합의만 이뤄지면 언제든 가능하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그 합의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여야 개헌특위에서 본격 토론이 이뤄지려면 일단 모든 정당이 자체 개헌안을 제시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 원내대표가 제시했듯이 지방선거 동시 투표가 가능하려면 2월20일까지 개헌안이 발의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적어도 2월 둘 째주까지는 각 당에서 자체 개헌안이 나와야 한다. 그러면 10일 가까이 숙의과정을 거쳐서 여야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다.

한국당은 개헌 논의에 느긋하지만 어떻게든 분권형 개헌을 관철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국당은 개헌 논의에 느긋하지만 어떻게든 분권형 개헌을 관철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함 의장은 1일 의총에서 “설 연휴 이전 주광덕 개헌특위 간사와 정책위가 주관해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고 설 연휴 끝나고 나서는 의원회관에서 국민 대토론회를 개최해 나갈 예정”이라며 연휴 이후인 2월 중후반에 본격 논의를 거치겠다는 개헌 로드맵을 공개했다.

당장 지방선거에서 개헌 투표까지 실시되면 유리할 게 없다는 것이 한국당의 노림수지만 만약 의회에 권력을 전폭 이양하는 분권형 개헌안에 합의가 된다면 당분간 집권 가능성이 낮은 한국당 입장에서 협상에 임할 가치가 충분해진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1월15일 개헌에 대한 한국당의 컨센서스(만장일치)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물론 있다. 지금 바로 그걸 공개할 수는 없고 민주당의 입장을 보면서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당의 개헌안 마련은 사실상 의지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월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안은 오래 전부터 논의됐기 때문에 지방분권·기본권·권력구조 개편 등 모든 분야의 안이 나와 있다”며 2단계 개헌론을 제안한 바 있다. 

하나는 ‘넓은 개헌’으로 국회와 정부가 합의하면 기본권과 권력구조를 다 포함해서 개헌을 추진할 수 있고 둘은 ‘좁은 개헌’으로 국회에서 권력구조에 합의하지 못 하면 기본권 만이라도 개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회 쪽의 논의를 더 지켜보면서 기다릴 생각”이지만 “그것이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보다 일찍 개헌에 대한 준비를 자체적으로 해야 한다”며 정부 개헌안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청와대는 자체 개헌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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