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숭 지리산문학관 관장. (사진=신수민 기자)
서울 합정동 카페에서 만난 김윤숭 지리산문학관 관장. (사진=신수민 기자)

[중앙뉴스=김경배 기자] 연일 계속되는 한파에 몸이 잔뜩 움츠려드는 며칠 전 서울 합정역 인근 커피숍에서 김윤숭 지리산문학관장을 만났다. 목에까지 내려오는 하얀 백발에 야윈 얼굴이 어느 산자락에서 도를 닦고 있는 도인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아니 도인이라는 표현보다는 이제 막 시골에 귀향한 어느 촌부의 모습이었다는 것이 보다 더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실제로 그가 있는 곳은 지리산 자락이다. 함양군 휴천면 지리산가는길에 위치한 지리산문학관이 그가 평생을 일궈온 터전이다.

그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그가 함양출신인 점을 간과할 수 없지만 단순히 함양출신이기 때문에 이곳에 터를 잡은 것은 아니다. 지리산은 인문학의 보고이다. 함양뿐만 아니라 지리산 인근 시, 군에서 많은 문인들이 나왔다.

그럼에도 이들의 문학세계를 기리고 고찰할 수 있는 종합적인 기념관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를 아쉬워한 김 관장이 지리산문학의 발전과 진흥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 2009년 6월 지리산문학관을 개관하게 된 것이다.

지리산. (사진=지리산문학관 제공)
지난해 7월 지리산문학관에서 열린 시조낭송회 장면. (사진=지리산문학관 제공)

지리산 문학관 개관에는 인산죽염으로 유명한 김일훈 명의의 영향이 컸다. 문학에 대한 사랑이 깊었던 김일훈 선생의 삼남이 바로 김윤숭 관장이다. 그가 지리산문학관을 개관한 2009년은 바로 인산 김일훈 선생 탄생 100주년 되는 해이다. 의미 있는 개관이 아닐 수 없다.

폐교 된 곳을 그의 부인 최은아(인산죽염(주) 대표)가 사들여 김 관장과 뜻을 모아 문학관을 건립했다 한다. 어찌 보면 즉각적인 수익성이 없는 일에 많은 재정과 시간과 열정을 쏟는 것은 문학에 대한 사랑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지리산문학관은 지리산을 접하고 있는 함양군, 산청군, 하동군, 구례군, 남원시 및 진주시, 사천시, 광양시, 순천시, 곡성군, 순창군, 임실군, 장수군, 거창군과 관련된 지리산문학 자료를 수집, 전시하고, 지리산문학 연구와 지리산문학인 선양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리산문학관에는 지리산과 관련된 문학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최치원의 작품과 고대 문인들의 재료들이 서예가의 손에 의해 기록 전시되어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는 매년 인산문학상, 한국시낭송문학상, 시낭송 축제 등의 행사를 연다. 

김윤숭 관장의 시집 『지리산문학인 소요유』
김윤숭 관장의 시집 『지리산문학인 소요유』

김 관장은 한편으로 시인이자 수필가이다. 『지리산문학인 반백음』이라는 시집을 비롯하여 시조집 『지리산문학21』 한시집 『인산사계』를 비롯한 수많은 저서를 저술하거나 편·번역하였다.

그의 시세계는 언어유희로 말 재롱을 통하여 시성을 획득하는 창작기법을 주로 사용한다. 일명 ‘희언(戲言)’이라고 표현하는데 아이러니의 한 형식으로 말을 통하여 재미를 주는 반어적 수법을 활용한다. 소리가 같거나 유사하지만 뜻이 전혀 다른 말이나 소리는 다르지만 뜻이 같은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말놀이의 대표적 시인으로 김삿갓이 꼽히는데 그는 언어유희로 부조리한 대상과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특히 이러한 ‘희언’은 그의 시집 『지리산문학인 소요유』에서 절정을 보인다.

공관규 시인은 김윤숭 관장에 대해 “희언의 재미와 의미를 구현하는 김윤숭 시의 주제가 항상 인간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 시인은 “김윤숭의 시세계는 주로 비판적 입장에서 현대의 인간을 진단한다”는 것이다.

소재를 일상에서 가져오고 주차문제를 비롯하여 남북문제, 정치문제 등 현재 일어나는 병폐적 상황을 비판적 입장에서 시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관장은 지리산에서 단순히 자연을 벗 삼아 소요를 즐기며 노니는 시인이 아니다. 스스로 현실을 망각하는 허황된 시인이 아니라 광활한 세계를 소요하며 노니는 시인이다. 지리산의 정기를 문학으로 승화시켜 지리산 문학을 한 단계 승화시키는 것이 그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사)한국문학관협회 감사이기도 한 김윤숭 관장은 1지자체1문학관 건립운동을 강력히 주장한다. 전국 240여개 지자체에 문학관 1개 정도씩은 다 건립되어야 문학강국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를 목표로 김 관장은 SNS에 오늘의 문학관을 매일 연재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문학이란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하는 아름다움이요 운명이다.

 

▲ 김 윤 숭

   시인·수필가
   자연치유학 명예박사
   지리산문학관 관장
   인산죽염(주) 회장

   1999 월명총시문 번역문학 등단
   2011 우리시 시등단

   시집 『지리산문학인 소요유』 외 다수
   시조집 『지리산문학21』외 다수
   한시집 『인산사계』 외 다수 
   역시집 『함양구경』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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